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밤 조용히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이 던진 충격파가 크다. 새로운 내용이 들어 있어서라기보다 미국 정부의 공식 문서라기엔 깜짝 놀랄 만큼 솔직하게 작성됐기 때문이다.미국은 이 문서에서 ‘힘에 부친다’는 말을 다양하게 쏟아내고 있다. “미국이 아틀라스처럼 세계 질서를 떠받치던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다. 이전 행정부를 향한 비판은 때론 과도해 보이지만, 기존의 NSS 문서들이 거의 모든 문제를 망라하던 것에 대해 “모든 것에 집중하는 것은 아무것에도 집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한 대목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반면 경제 교류를 하면서 잘해 보자는 메시지를 담은 대목에서는 중국을 ‘중국’이라고 썼다.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현재 30조달러 규모의 미국 경제를 40조달러까지 키울 수 있다”는 문장은 거의 짝사랑처럼 보이기도 한다. 2017년 트럼프 1기 정부의 NSS가 중국이 “미국의 가치와 이익에 반하는 세계 질서를 구축하려는 세력”이라고 공격적으로 규정한 것과 대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중국과 한판 결전을 벌여보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할 때였고, 오히려 늦은 감이 있었다. 대중 관세를 부과했고 조 바이든 정부에서도 유지됐지만, 중국에 대한 타격은 미미했다.
4년 만에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훨씬 강해진 중국을 마주하게 됐다. 그는 이제 중국과 ‘한판 붙어보겠다’는 전의가 없다. 법적 근거가 약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상호관세 부과 수단으로 활용했을 때 이런 결과는 이미 예정돼 있었을 수 있다. 종국에는 등을 토닥이며 ‘잘해 보자’고 마무리할 생각이었단 얘기다.
지금의 중국은 다른 나라와 함께 성장할 생각이 없다. 모든 것을 수직계열화, 내재화하고 주변국을 궁핍하게 하겠다는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다. 자유무역으로 공동 번영할 수 있다는 이론은 이 전략 앞에 길을 잃었다. 워싱턴에선 중국과 결전을 벌일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는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 내 대중 매파들의 목소리가 섞여 나오기 때문에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워 보일 뿐이다.
물론 미국은 세계 1위 자리를 내줄 생각이 추호도 없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동맹과 함께 부담을 나누면서 인도·태평양과 서반구 지역에 집중하겠다는 게 올해 NSS의 메시지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이제 너무 커진 중국을 어찌 다뤄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고민이 깔려 있다. 한국이 미국의 이 고민을 얼마나 이해하고 해법을 제공하는지가 향후 미국과의 관계를 규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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