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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같은 쿠팡 탈퇴…공정위 '先시정·後제재'로 가닥

입력 2025-12-08 17:46   수정 2025-12-09 01:38

쿠팡의 복잡한 탈퇴 절차와 ‘제3자의 불법 접속으로 인한 피해를 모두 회피하는’ 면책 약관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법적 제재 대신 자진시정안을 유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소비자 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신속한 개선을 끌어내겠다는 취지다.

◇공정위, 쿠팡에 자진시정안 제출 명령
8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 시장감시국은 최근 쿠팡에 자진시정안 제출을 명령했다. 자진시정안은 공정위가 문제가 된 부분을 시정하도록 권고하면 기업이 스스로 개선 계획이나 조치안을 제출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쿠팡에서 자료를 받아 시정안 초안을 협의 중이다.

공정위는 쿠팡에 대해 탈퇴 및 멤버십 해지 과정이 전자상거래법상 ‘다크패턴’에 해당하는지, 지난해 추가된 ‘회사는 제3자의 모든 불법적인 서버 접속이나 이용으로 발생하는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약관 조항이 약관규제법에 저촉되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공정위가 제재 대신 자진시정으로 가닥을 잡은 건 법리 다툼으로 소비자 피해를 바로잡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선 자진시정안을 통해 빠른 개선을 유도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제재 여부를 재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 불편을 우선 해소하기 위해 쿠팡에 자진시정안을 요구했다”며 “탈퇴 절차 간소화 후 전자상거래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준, 약관법 위반 소지까지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잡한 ‘탈팡’ 간소화될 듯
공정위는 쿠팡의 복잡한 탈퇴 과정을 다크패턴으로 보고 있다. 다크패턴은 사용자가 원치 않은 행동을 하도록 교묘히 인터페이스를 설계하는 것으로, 기만형 설계라고도 부른다. 다만 공정위 내부에서는 이를 법률 위반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단순 화면 구성만으로 소비자를 혼동시켰다고 보기 어렵고, 오프라인 방문이나 고객센터 연결을 강제하지 않는 한 제재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해 탈퇴 방해 등 6개 유형의 다크패턴을 금지했지만, 제재보다는 업계 자율 규제로 제한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번 자진시정안에는 총 6단계에 달하는 탈퇴 절차를 단순화하고, 반복 설문과 과도한 경고 문구 등 소비자 선택을 방해하는 요소를 개선하는 내용이 포함될 전망이다.

쿠팡은 탈퇴 과정에서 해지 대신 서비스를 유지하도록 반복 권유하거나 ‘혜택 포기하기’ 같은 문구로 잔류를 유도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유료 멤버십인 ‘와우멤버십’ 가입자가 계정을 탈퇴하려면 멤버십 해지부터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와우 할인가로 구매할 수 없습니다’ ‘새벽·당일배송 혜택이 사라집니다’ ‘혜택을 포기하면 쿠폰이 사라집니다’ 등 혜택 상실을 강조하는 경고 문구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해지 메뉴를 하단에 배치해 접근성을 낮추고, 유지 버튼에는 강조색을 적용하는 등 시각적 유인도 개선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집단소송 본격화
자진시정안에는 문제가 된 면책 약관의 ‘모든’이라는 문구를 삭제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이용자들이 면책 약관에 동의한 상태에서 제3자의 서버 접속으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책임까지 회사가 부담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쿠팡을 상대로 한 이용자 집단소송도 본격화한 상태다. 법무법인 지향은 손해배상 청구 집단소송 참여자를 모집해 2500명의 위임계약을 완료했다. 미국에서도 대규모 소송이 예고됐다. 법무법인 대륜의 미국 현지 로펌 SJKP는 쿠팡을 상대로 개인정보 유출 사고 책임을 묻는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을 8일 미국 법원에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은/라현진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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