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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치 반하는 세력"…중국 비판하던 트럼프의 '변심'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입력 2025-12-08 18:56   수정 2025-12-08 20:2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밤 조용히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이 던진 충격파가 크다. 새로운 내용이 들어 있어서라기보다는 미국 정부의 공식 문서라기엔 깜짝 놀랄 만큼 솔직하게 작성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 문서에서 ‘힘에 부친다’는 말을 다양하게 쏟아내고 있다. “미국이 아틀라스처럼 세계 질서를 떠받치던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다. 이전 행정부에 대한 비판은 때론 과도해 보이지만, 기존의 NSS 문서들이 거의 모든 문제를 망라했던 것에 대해 “모든 것에 집중하는 것은 아무 것에도 집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한 대목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문서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중국이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서술은 명백하게 의도적으로 이중적이다. 중국을 경쟁 상대, 적국으로 인식하는 대목에서는 ‘비(非) 서구권 경쟁국’ ‘타국’ ‘잠재적 적대세력’ 등으로 변주해 가면서 중국을 지칭했다.

반면 경제 교류를 하면서 잘 해 보자는 메시지를 담은 대목에서는 중국을 중국이라고 썼다. “베이징과의 진정한 상호 이익이 되는 경제 관계”를 만들겠다는 문구가 대표적이다.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현재 30조달러 규모 미국 경제를 40조달러까지 키울 수 있다”는 문장은 거의 짝사랑처럼 보이기도 한다. 2017년 트럼프 1기 정부의 NSS가 중국이 “미국의 가치와 이익에 반하는 세계 질서를 구축하려는 세력”이라고 공격적으로 규정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정부에서 중국과 한판 결전을 벌여보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할 때였고, 오히려 늦은 감이 있었다. 자유무역에 반한다 해도 대중 관세든, 어떤 형태로든 중국을 통제할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도 중국에 대한 타격은 미미했다.

4년 만에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훨씬 강해진 중국을 마주하게 됐다. 그는 이제 중국과 ‘한 판 붙어보겠다’는 전의가 없다. 사실 법적 근거가 약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관세 부과의 수단으로 활용했을 때 이러한 결과는 이미 예정되어 있었을 수 있다. 종국에는 등을 토닥이며 ‘잘 해 보자’고 마무리할 생각이었단 얘기다.

김흥종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지난 주 워싱턴DC의 포럼에 참가해 “(공급망 사슬) 상류 부문에서 중국의 압도적인 지배력을 억제할 방법이 없다”면서 “중국이 수출 통제를 하면 끝나는 것”이라고 했다. “아무리 힘이 센 천하장사라도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이다. 지금의 중국은 다른 나라와 굳이 무역을 할 생각이 없다. 모든 것을 수직계열화, 내재화하고 주변국을 궁핍하게 만들겠다는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다. 자유무역으로 공동 번영할 수 있다는 전통적 경제이론은 이 전략 앞에 길을 잃었다.



최근 워싱턴의 랜드연구소는 미국이 중국을 인정하고 대만에 대한 억지력을 활용해 중국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야 한다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논란이 커지자 보고서를 일단 내렸지만, 현재 워싱턴 내에선 중국과 결전을 벌일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는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 내 대중 매파들의 목소리가 섞여 나오기 때문에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워 보일 뿐이다.

물론 미국이 세계 1위의 자리를 내주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렇게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동맹과 함께 부담을 나누면서 인도·태평양과 서반구 지역에 집중하겠다는 게 올해 NSS의 메시지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이제 너무 커진 중국을 어찌 다뤄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고민이 깔려 있다. 한국이 미국의 이 고민을 얼마나 이해하고 해법을 제공하는지가 향후 미국과의 관계를 규정하게 될 것이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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