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임법)은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 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특별법으로, 임대차 관계의 안정성과 임차인의 영업 지속성 보장을 핵심 가치로 한다. 그러나 상가건물과 관련된 많은 분쟁은 ‘해당 임대차가 과연 법의 적용을 받는가’라는 첫 단계에서 시작된다. 상임법 적용 여부에 따라 임대인과 임차인의 권리와 의무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상임법이 적용되는 상가건물의 범위를 중심으로 그 적용 여부가 임대인과 임차인의 권리관계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상임법이 적용되는 상가건물 임대차 범위는 넓은 편이다. 법 적용 대상은 사업자등록의 대상이 되는 건물을 영업용으로 사용하는 임대차를 말한다. 즉 점포, 사무실, 병원 등 임차인의 영업을 위한 공간이면 대부분 상가건물에 해당한다. 다만 실제 분쟁에서는 건축법상 용도나 등기부상 표시보다 ‘실질적으로 영업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는지’가 기준이 된다. 상임법 적용 여부는 외형이 아니라 해당 공간이 실제 영업용으로 사용되는지에 따라 판단된다.
예를 들어 주거용 건물이라도 일부를 영업공간으로 사용하고 있고, 임대차 목적이 명확하다면 상임법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반면 건물의 용도가 상업용이라고 하더라도 종중 사무실, 종교단체나 자선단체의 사무실 등 실제 영업 활동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는 상가임대차로 보지 않는다. 결국 ‘영업공간으로서의 실질성’이 핵심 판단 기준이다.
그렇다면 상임법 적용 여부가 왜 중요할까. 이는 임차인의 대항력, 우선변제권, 계약갱신요구권을 중심으로 임대인과 임차인의 법적 지위를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같은 임대차 계약이라도 법의 보호 범위에 따라 권리관계는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선 상임법 제3조는 임차인이 사업자등록을 신청하고 건물 인도를 받은 경우 대항력을 인정한다.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은 임대차 목적물이 양도되더라도 새로운 소유자에게 임대차를 주장할 수 있어 임대인이 바뀌더라도 계약 효력이 유지된다. 반면 법 적용을 받지 못하면 민법상 임대차로 분류돼 제3자에 대한 대항이 어렵고, 소유권 변동 시 임차권이 쉽게 소멸할 수 있다.
또한 제5조는 대항력과 확정일자를 요건으로 우선변제권을 부여한다. 이는 경매나 공매에서 임차인이 후순위 권리자보다 보증금을 우선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규정이다.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면 보증금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다.
무엇보다 큰 차이를 만드는 부분은 계약갱신요구권이다. 상임법 제10조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임차인이 최대 10년까지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이 권리는 제10조의 4에 명시된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 조항과 결합돼 임차인의 영업 지속성을 보장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반면 법 적용을 받지 못할 경우 임대인은 자유롭게 갱신을 거절할 수 있어 임차인의 영업 기반이 쉽게 흔들릴 수 있다.
결국 상임법 적용 여부는 임차인의 영업 지속성, 보증금 회수 가능성, 계약 안정성을 좌우하며 임대인에게도 계약 체결과 종료 시 법적 한계를 설정한다. 양측의 권리·의무 구조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기준인 셈이다.
상임법은 임대인에게 계약 종료, 갱신 거절, 보증금 반환 등의 제한을 가하는 반면 임차인에게는 영업의 지속성과 재산권 보호를 위한 핵심 안전장치를 제공한다. 따라서 임대차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법 적용 요건을 우선적으로 면밀히 검토해야 하며, 계약 체결 시에는 건물의 용도, 환산보증금, 사업자등록 여부 등을 명확히 해두는 것이 필수적이다.곽종규 국민은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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