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유럽 주요국 정상들이 종전 계획과 전후 안전보장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영토 문제를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해 평화 협상 타결이 단기간 내 이뤄지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영국을 방문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회의는 2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이날 회의 주요 의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주도로 고안된 평화안이었다. 수정된 평화안은 당초 28개 항목에서 20개 항으로 축소됐고, 우크라이나 측 의견이 더 반영됐다.
정상들은 주요 쟁점 중 영토보다 안전보장과 러시아 동결 자산 활용에 초점을 맞춰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 후 “미국의 평화안에 대한 대안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면서도 “(안보 보장) 핵심 부분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미국이 안보를 보장하길 원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가장 강력한 보장은 미국으로부터 나오며 그 보장이 법적 구속력을 갖고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다면 합의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영토 문제는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토와 관련해 미국과 아직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며 “우크라이나법과 국제법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아무것도 내줄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으며 미국의 제안을 읽지도 않았다고 불만을 표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을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 전체 양도를 요구하고 있다.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미국 평화안에 동의하지 않는 요소들이 있다고 시사했다. 회의에 앞서 메르츠 총리는 “미국 측에서 제시한 일부 내용에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휴전이 이뤄진다면 이는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휴전이어야 한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함께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측을 고려해 언급 수위를 조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있고, 유럽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 정상과 협의를 거쳐 수정된 평화안을 9일 미국 측과 공유할 예정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회동이 계획돼 있다. EU의 우크라이나 재정 지원 문제가 논의될 전망이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조르자 멜로니 총리를 만날 예정이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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