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안위성 1호는 설계수명을 훌쩍 넘겨 운용할 정도로 훌륭한 위성입니다. 대한민국 과학의 자부심이죠.”박종석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공공복합통신위성체계팀장(사진)은 9일 이 위성이 폐기된다는 소식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천리안 1호 개발 당시 선임연구원으로 위성 설계와 탑재체 배치 등 대한민국 우주 과학 현장 최전선에서 핵심 임무를 했다. 우주항공청은 이날 제2회 천리안위성운영위원회를 열고 ‘천리안 1호’의 임무 종료와 폐기 안건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국내 최초 정지궤도 위성이자 세계 일곱 번째 독자 기상관측위성인 천리안 1호는 2010년 6월 프랑스령 가이아나우주센터에서 ‘아리안-5ECA’ 발사체에 실려 발사됐다. 당초 설계수명은 7년이었지만 총 16년간 운용됐으며 마지막 7차 임무 연장이 끝나는 내년 4월부터 공식 폐기 단계에 들어간다.
‘천리 밖의 먼 곳을 보는 눈’이란 뜻을 가진 천리안 1호가 국내 우주사에 남긴 족적은 뚜렷하다. ‘하늘에서 이로움과 안전을 가져다준다’는 다른 뜻과 맞닿아 있다. 박 팀장은 “천리안 1호는 태풍과 집중호우 등 재난 예측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천리안 1호 개발 전 40년간 일본에서 30분 간격으로 처리한 기상위성 자료에 의존해야 했다. 하지만 천리안 1호가 개발된 이후로 평상시에는 15분 간격, 기상 악화 시 최대 8분 간격으로 정밀한 관측이 가능해지면서 위성 주권 시대를 열었다.천리안 1호는 기상·해양 관측에 더해 시험용 통신중계 임무까지 한 위성에서 운용하는 등 ‘정지궤도 복합 임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박 팀장은 “국내 최초로 정지궤도 기반 광대역 통신 및 위성방송 시험 서비스를 제공해 위성통신 기술 발전과 상업화 기반을 마련했다”고 했다. 이 임무는 2027년 발사할 예정인 천리안 3호가 이어받아 공공통신 서비스로 확장될 예정이다.
박 팀장은 천리안 1호 개발 당시 프랑스 우주개발 기업 아스트리움(현 에어버스)에 10여 명의 팀원과 함께 파견돼 기술을 배웠다. 그는 “현지에서 기술 공개를 꺼려 팀원들과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 기억이 선명하다”며 “‘처음’이란 단어가 주는 부담이 컸지만 그 경험이 초석이 돼 이후 여러 정지궤도 위성을 독자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회상했다. 천리안 1호 개발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과 기술 노하우를 주고받는 협업이 이어지며 국내 위성 기술력이 한층 견고해졌다고 덧붙였다.
천리안 1호 퇴역이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 박 팀장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더니 “동료들과 치열하게 토론하며 밤낮없이 설계에 매진한 기억이 떠오른다”며 “아쉬움보다는 안전하게 임무를 마무리해준 것이 고맙다”고 웃음을 보였다.
천리안 1호가 맡던 기상과 해양 임무는 각각 천리안 2A, 2B가 이어받아 수행 중이다. 같은 본체를 쓰는 쌍둥이 위성으로 천리안 2A호는 기상 관측, 2B호는 해양 관측에 특화됐다. 천리안 3호는 같은 정지궤도 위성이지만 차세대 위성통신 및 항법 기술 검증용으로 개발됐다. 2027년 하반기 스페이스X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1호와 2A·2B호에 이은 세 번째 기상관측 정지궤도 위성인 천리안 5호는 LIG넥스원이 개발을 주도하고 있고 2031년 발사된다.
최영총/강경주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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