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SNS를 통해 “엔비디아가 H200 제품을 중국과 기타 국가의 승인된 고객에게 파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통보했다”고 했다. 이어 “시 주석이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며 “(매출의) 25%는 미국(정부)에 지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AMD와 인텔 등 다른 미국 기업에도 동일한 방식이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가 일자리 창출과 국가 안보, AI 분야에서 미국이 선두 자리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H200은 엔비디아의 최첨단 칩인 블랙웰과 내년 출시되는 루빈에 비하면 성능이 떨어지지만 기존에 중국 수출이 허용된 H20보다 성능이 여섯 배나 좋은 고사양 칩이다.
그동안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이 첨단 AI 칩의 중국 판매를 금지하면 중국 시장을 잃을 뿐 아니라 중국의 AI 칩 독립을 부추길 수 있다고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해 왔다. 엔비디아는 이번 조치에 “미국 AI 칩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결정”이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중국이 첨단 AI 칩을 대량으로 확보하면서 AI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중국의 미국 의존도 높여라"…"최종 승자는 젠슨 황" 분석도

미국 정부는 그동안 중국에 강경 모드로 일관했다. 2020년 5월 화웨이 규제를 시작한 건 도널드 트럼프 정부 1기 때다. 조 바이든 정부 시절인 2022년 7월엔 중국 대상 14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공정용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시작했고, 석 달 뒤엔 최첨단 AI 가속기 공급 라인을 틀어막았다. 이후 성능을 낮춘 AI 가속기의 대중 수출이 일부 허용되긴 했지만, 트럼프 2기 들어서도 미국의 규제 강도는 점점 높아졌다.
매출의 약 15%를 차지하는 중국 사업이 막힌 엔비디아, AMD 등 미국 AI 가속기 개발사와 램리서치 등 반도체 장비 업체들은 반발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공개적으로 “수출 규제가 중국의 자립을 부추길 것”이라며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반도체 설계 시장에서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중국 반도체 설계 시장 규모는 8457억3000만위안(약 176조원)으로 전년 대비 29.4%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종 승자는 젠슨 황 CEO란 진단도 있다. 주력인 블랙웰에 이어 내년 ‘루빈’ AI 가속기를 준비하는 엔비디아가 H200 ‘재고 떨이’에 성공할 것이란 얘기다. 한 중국 반도체 전문가는 “루빈 출시를 앞두고 H200 재고를 털 수 있게 된 젠슨 황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속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H200 수출 허가가 흐지부지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황정수/강해령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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