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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H200 칩의 중국 수출을 허가함에 따라 지난 1년간 거의 사라진 수십억 달러의 중국 사업 회복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의 변화는 단시일내 중국의 컴퓨팅 역량을 높이는 중대한 전략적 실수가 될 것이라는 비판도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동부 현지시간으로 8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게시물에서 엔비디아의 H200의 대중 수출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AMD와 인텔도 같은 성능의 칩 수출이 허가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H200보다 발전된 블랙웰칩이나 차세대 루빈칩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조치는 엔비디아가 백악관과 의회를 설득하는데 성공했음을 의미한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젠슨 황 CEO는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토대로 엔비디아의 첨단 칩 수출규제가 화웨이 등 중국 기술대기업에 유리할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H200은 화웨이나 캠브리콘, 무어스레드 등 중국 설계업체들의 어떤 제품보다도 이론적으로 최소 한 세대 앞서 있다. 또 중국은 중국내 기업들이 공급할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은 칩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국 당국은 국영 기업과 기관들이 엔비디아의 H20 사용을 금지해왔다.
미국 의회의 비당파 싱크탱크인 진보연구소(IFP)의 보고서에 따르면, H200은 중국에 합법적으로 수출이 가능했던 H20보다 약 6배 강력하다.
현재 미국 AI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는 블랙웰 칩은 AI 시스템 학습 시 H200 칩보다 약 1.5배 빠르며, AI 모델을 활용하는 추론 작업에서는 5배 더 빠르다. 엔비디아 자체 연구에 따르면 블랙웰 칩은 일부 작업에서 H200 칩보다 10배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성능 AI칩의 대중 수출 규제는 미국에서 민주 공화 양당이 공동으로 추진해온만큼 반대 목소리가 높다.
엘리자베스 워런을 비롯한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차세대 AI 개발에 필요한 도구를 중국에 제공함으로써 ‘엄청난 경제적, 국가 안보적 실패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하원 중국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공화당 의원 존 무레나는 “중국이 이 칩을 사용해 군사력과 감시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엔비디아는 환상에 빠져서는 안된다”며 “중국이 결국 엔비디아의 기술을 훔쳐 스스로 대량 생산하고 엔비디아는 몰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고성능 AI칩이 중국에 공급됨에 따라 중국의 기술 역량은 크게 강화될 것으로 분석가들은 예상했다.
CNBC와 인터뷰한 미국 외교관계위원회(CFR)의 중국 및 신흥기술 담당 선임 연구원인 크리스 맥과이어는 “미국 정책의 큰 변화이자 중대한 전략적 실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수출 허용이 “AI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최대 이점을 무효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 세계 AI스택의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미국과 경쟁하는 딥시크 같은 중국 기업에 우위를 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지타운 대학교 조교수인 러시 도시는 소셜 미디어 X에서 “중국은 이미 전기, 엔지니어 및 기타 분야에서 미국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컴퓨팅이 미국의 최대 장점”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것을 포기하면 세계가 중국산 AI에 의존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미상무부 관계자에 따르면, 대만의 제조 시설에서 미국으로 칩이 운송돼 상무부 산업안보국의 보안 검토를 받을 때 미국 정부가 25%의 수수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후에 칩이 중국 고객에게 배송된다.
엔비디아는 이번 결정을 환영하며 "상무부의 심사를 거친 승인된 고객에게 H200을 제공하는 것은 미국에 매우 유익한 신중한 균형점을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9일 미국증시 개장전 프리마켓에서 엔비디아와 AMD 주가는 약 2% 상승했다. 중국의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인 SMIC와 화홍반도체는 홍콩 증시에서 2% 이상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엔비디아의 블랙웰 아키텍처 칩의 축소 버전을 중국에 제공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등 내각 구성원들은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젠슨 황 CEO는 중국 AI칩 시장이 500억 달러 규모라고 밝혔으나 올들어 엔비디아의 매출 전망에서 중국 사업은 제외하고 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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