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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가 내려도 금리 오르는 이유…시장은 '여기' 베팅했다 [빈난새의 빈틈없이월가]

입력 2025-12-10 09:53   수정 2025-12-10 12:03

2025년 미국 중앙은행(Fed)의 마지막 금리 결정을 앞두고 시장의 경계심이 짙습니다. 하루 전인 9일(현지시간) 금융시장은 그야말로 혼조세였는데요. 월가는 Fed가 10월에 이어 이번에도 금리를 인하하되, 추가 인하에 대해선 신중한(매파적) 메시지를 내놓을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매파적 인하'는 늘 더 빠른, 더 많은 금리 인하를 원하는 위험자산 시장엔 단기적으로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날 상승 출발했던 S&P 500은 결국 약보합으로 거래를 마쳤고, 미국채 2년물·10년물 금리도 일제히 올랐습니다.


물론 반대로 시장이 이렇게 미리 걱정한 것보다 Fed가 '덜 매파적'으로 나온다면 그땐 증시가 긍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또 Fed가 금리 인하 사이클을 아예 종료하는 게 아니라면, 결국 속도의 문제일 뿐 내년에도 금리 인하는 계속되고 증시엔 우호적인 환경이 유지될 것이란 게 월가의 컨센서스입니다. CNBC 설문조사에 따르면 월가 전략가들의 2026년 말 S&P 500 전망치 평균은 7618입니다. 내년에도 미국 증시가 10% 이상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가장 높은 8100을 목표치로 제시한 오펜하이머는 완화적 통화정책, 재정 부양 정책, 기술 혁신, 기업 이익의 지속적 성장을 핵심 근거로 제시합니다. 가장 낮은 목표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7100인데요. BoA는 인공지능(AI)과 효율성 향상에 따른 고용 시장 둔화, 그리고 인플레이션에 따른 구매력 약화로 소비가 위축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합니다. 그럼에도 기업들의 설비투자,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와 재정 부양책, Fed의 금리 인하가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결국 저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낙관론의 기저엔 Fed의 금리 인하, 그리고 트럼프 정부의 재정 부양으로 성장이 더 가팔라질 것이란 기대가 깔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 경제는 A++++"라고 자평했습니다.
A++++이라면 금리 왜 내리나
강세장 지속 전망의 핵심은 역시 Fed의 금리 인하입니다. 오펜하이머는 "인플레이션이 억제된 상태를 유지한다면 연준이 내년 기준금리를 최소 한두 차례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는 점을 강세 전망의 주요 근거로 꼽았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전제는 '인플레이션이 억제된 상태를 유지한다면' 입니다.

최근 채권시장에선 과연 이 전제가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경제가 그렇게 좋다면 왜 금리를 내려야 하느냐, 지금이 더 내릴 때가 맞느냐는 겁니다. 블룸버그가 미국·아시아·유럽 전역의 투자은행·운용사 39곳을 조사한 결과 내년 가장 큰 걱정 요인은 미국 인플레이션의 재가속이었습니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다시 올라 Fed가 금리 인하를 갑자기 중단하거나 심지어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시장 변동성이 크게 높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문디자산운용은 “그것이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2026년에 미국 인플레이션이 다시 튄다면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타격을 받기 때문에 단순한 경기 둔화보다 훨씬 나쁜 시나리오”라고 했습니다.


이미 채권시장은 이런 우려를 일부 반영하고 있습니다. 가장 뚜렷한 증거는 장기금리의 상승입니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2%포인트 더 올라 4.19%에 육박했습니다. 9월 초 이후 3개월 만에 최고치입니다. 지난해 9월 Fed가 금리 인하를 다시 시작했을 당시와 비교하면 현재까지 정책금리는 1.5%포인트 내린 반면 10년물 금리는 0.5%포인트 오른 상태입니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1998년을 제외하면 없었던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참고로 1998년은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Fed를 이끌던 시기입니다. 당시에도 미국 경제는 정보기술(IT) 버블 초입 단계로 호황이었지만, 미국 외 국가들은 아시아 금융위기, 러시아 디폴트 등으로 어려움이 많았던데다 미국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붕괴 위기로 자금이 안전자산인 미국채로 쏠리면서 금리가 상당히 낮아져 있던(채권 가격 상승) 때였습니다.

이때 뉴욕연은이 나서 LTCM 구제금융 딜을 중재했고, Fed는 뒤이어 보험성 인하까지 단행했습니다. 그러자 위기 봉합, 경제 재가열에 대한 기대가 살아나면서 Fed의 금리 인하에도 오히려 시장금리는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고성장, 저금리,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을 시장이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지금과 유사한 부분이 많습니다.
Fed는 내리는데 장기금리 오르는 이유
이런 정황을 놓고 보면 현재 장기금리가 오르는 이유도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장기금리 상승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특히 최근 일본 장기금리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데요. BoA는 글로벌 수익률의 '바닥' 역할을 했던 일본 국채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전 세계 장기금리가 구조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미국 장기금리도 딸려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또 세계 각국 정부가 부채를 계속 늘리면서 국채 공급 과잉 → 채권 가격 하락 → 금리 상승의 고리가 구조적으로 형성되고 있습니다.

오펜하이머·PGIM·위즈덤트리 등 월가 일부에선 "채권시장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정상 금리 수준으로 돌아가는 과정일 뿐"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2008~2021년의 0~2%대 초저금리 시대가 오히려 역사적으로 예외적인 시기였고 이제 정상화되고 있을 뿐이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최근의 장기금리 상승도 자연스럽고 큰 걱정 거리가 아니라는 것이죠.

다만 최근 다시 목소리가 커진 건 천문학적인 부채 부담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더 내리는 건 적절하지 못하다는 이른바 '채권 자경단'입니다.

이 용어의 창시자인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설립자는 "채권 투자자들은 Fed의 완화 시나리오와 (정책금리를 낮춰 장기금리를 낮추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더 손쉬운 시나리오를 따르지 않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의 대규모 적자와 증가하는 미국 부채를 여전히 걱정하고 있고, 인플레이션이 Fed의 2% 목표 위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비앙코리서치의 짐 비앙코 역시 “인플레이션이 Fed의 목표보다 높은데 금리를 더 내리는 것은 시장이 보기엔 ‘너무 과한 완화’”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진영에선 내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의 '더 빠른 금리 인하' 특명을 받고 올 차기 의장 체제의 Fed가 더 공격적인 금리 인하로 부작용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그 부작용이란 채권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기간 프리미엄이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간 프리미엄은 인플레이션, 재정 불안 등 장기채를 보유할 때 감내해야 하는 위험에 대한 추가 보상을 뜻합니다. 시장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과한 수준으로 중앙은행 금리를 낮춰서 인플레이션 위험, 과도한 부채로 인한 위험이 커진다면 채권 투자자들은 장기채에 대해 더 큰 보상(수익률)을 요구합니다. 그만큼 장기금리가 오른다는 뜻입니다. 실제 지난해 9월 Fed가 금리 인하를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10년물 금리 상승분은 모두 기간 프리미엄 상승 때문이었습니다.
다시 인플레이션 부담
이처럼 다시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불거진 건 첫째, 관세 비용을 감내하고 있던 기업들이 슬슬 일부라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둘째, 최근 미국 내 물가가 너무 비싸다는 불만이 커지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지지율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커피, 바나나, 소고기 같은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하면서 생활물가 안정(affordability) 문제가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실제 이민과 관세 정책에 몰두하던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초점이 바뀌는 듯한 모양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일부 식품에 대한 관세를 없애는가 하면, 역대 최고가로 치솟은 소고기 가격을 잡기 위해 태스크포스 가동, 식품 기업 반독점 조사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부 품목에 대한 추가 관세 인하 가능성도 열어놨지요.

이뿐 아니라 중국의 대두 수입 축소로 피해를 입은 농가에 대한 120억 달러 규모 지원금을 발표한 데 이어 의료보험 지원금 등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조치들이 역설적으로 더 많은 돈을 풀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관세 수입을 줄여 재정 적자를 키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원래) 구상은
물론 트럼프 정부는 물론, 그 정책에 동의하는 이들은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 자체를 부정합니다. 트럼프 경제팀이 그리는 그림은 앞서 살펴본 1990년대 말과 비슷한 성장 구도입니다. 저금리와 AI 투자로 인한 생산성 향상 → 긍정적인 공급 충격 → 물가 상승 없는 강한 성장 → 실질임금 상승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 출발점인 기업의 투자와 생산 활동을 촉진하려면 금리를 낮게 유지해야 합니다. 그렇게만 되면 설사 인플레이션이 좀 올라도 경제 성장과 실질임금 상승이 더 강하기 때문에 괜찮다는 게 스캇 베센트 재무장관과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입니다. 차기 Fed 의장으로 유력한 해셋은 지난 8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앨런 그린스펀 당시 Fed 의장이 경제가 다소 뜨겁게 돌아가도 기꺼이 용인했던 90년대처럼, 우린 AI 덕분에 그 모든 생산성 향상의 기회를 다시 갖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그 해셋마저 "인플레이션 수치에 굉장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라고 덧붙이긴 했지만요. 1990년대 말은 인플레이션이 2% 이하로 낮게 안정된 상태였지만 지금은 3%에 더 가까운 상태입니다. 투자자들이 그때와 달리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리플레이션 트레이드' 부상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처럼 완화적 통화정책과 재정 부양책이 결합해 경기와 물가가 다시 상승하는 것을 '리플레이션'이라고 하는데요. 시장은 이 '리플레이션 트레이드'를 이미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토니 파스콰리엘로 헤지펀드 총괄은 지난 한 주 간 금리 재상승(채권 약세), 수익률 곡선 스티프닝, 원자재 가격의 광범위한 상승, 은행·산업재·소재·에너지 등 경기민감주 강세 등 "명확한 리플레이션 흐름이 나타났다"고 분석했습니다. 경기는 물론 인플레이션도 다시 상승하는 시나리오에 시장이 베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FOMC로 단기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지만 핵심 포지션은 미국 우량주, 에너지·소재·산업재 같은 리플레이션 수혜 섹터 등을 위주로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원자재 강세장에 대한 전망도 많습니다. 골드만삭스는 2035년까지 석유를 제외하고 금·구리 가격을 중심으로 원자재가 상승 추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고, BoA의 마이클 하트넷 수석 전략가는 "내년엔 모든 원자재 차트가 금처럼 보일 것"이라며 원자재 롱포지션이 가장 뜨거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재정 팽창과 포퓰리즘, 인플레이션과 탈세계화의 조합 아래선 채권보다 원자재와 실물자산이 우위를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금과 구리는 내년에도 두자릿수 수익률을 예상했습니다.


결국 내년에도 이런 '리플레이션' 흐름에 따라 미국 경제는 예상보다 더 견조한 성장을 달성할 가능성이 있고, 증시에도 우호적인 환경이 펼쳐질 것이란 게 월가의 중론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시장이 원했던 ‘더 많은, 더 빠른’ 금리 인하 경로에는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뉴욕=빈난새 특파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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