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은 그동안 저렴했던 기업들이 제 가치를 인정받는 해가 될 것입니다. 특히 아시아 기업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높아질 겁니다.”
10일 조슈아 크랩 로베코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주식운용대표(사진)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2026년 글로벌 증시 전망 간담회’에서 “미국 기술주에 집중됐던 실적 개선 흐름이 미국 외, 그리고 테크 외 부문으로까지 확산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로베코운용은 네덜란드 최대 규모 자산운용사로, 400조원 넘는 자산을 굴리고 있다.
크랩 대표는 현재 아시아 기업이 미국에 비해 매우 저평가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의 밸류에이션은 그동안 굉장히 낮았지만, 최근 들어 조금씩 상승 중”이라며 “기업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미국보다) 적다”고 평가했다. 올해 아시아태평양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가 4.9%로 미국(2.1%)을 압도했지만, 주가수익비율(PER)은 아시아태평양(16.7)이 미국(27.5)을 한참 밑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국 시장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한국을 ‘현재 최고의 주식 시장’이라 언급한 크랩 대표는 “밸류업 정책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면서 배당 및 자사주 매입이 늘었다”며 “밸류업이 제도화되면서 이러한 흐름은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기업 지배구조 개혁 외에도 새로운 성장 동력이 나타나는 중”이라며 “AI와 전력 발전 부문의 설비 투자가 증가하고 있고, 좀비 기업의 파산이 늘면서 시장의 불필요한 경쟁이 줄어든 것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크랩 대표는 동남아 시장의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고도 언급했다. 밸류에이션이 굉장히 낮고, 인구도 7억명에 달해 잠재력이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외국인직접투자(FDI)도 유입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시장도 당분간 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밸류에이션이 높아지긴 했지만, 기업들이 호실적을 내고 있어서다. 크랩 대표는 “무역 긴장이 완화하고 제조 실적이 개선됐을 뿐 아니라 팁 등에 대한 비과세 조치가 시행되면서 전반적인 지출이 늘어날 예정”이라며 “금리 인하 정책에 따른 영향도 점점 가시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