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수출을 허용한 H200 사용을 규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구매를 희망하는 기업은 국산 대안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제출해 승인 절차를 밟도록 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정부 산하 기관이 H200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조치도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중국은 앞서 엔비디아가 중국용으로 성능을 제한해 출시한 ‘H20’에 대해 “국산 제품 대비 우위가 크지 않다”며 사용을 제한했다.
이번에 트럼프 행정부가 수출을 허용한 H200은 엔비디아가 2023년 말 선보인 H100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대규모 AI 모델 학습과 생성형 AI 훈련에 최적화된 제품이다. 시장에서는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텐센트 등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의 H200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해왔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규제를 도입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양국 간 AI 경쟁 구도가 펼쳐질 전망이다.
미국 내부에서도 H200 수출 승인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다. 미국 상원에서는 향후 30개월 동안 상무부 장관이 첨단 칩의 중국 수출 허가를 거부하도록 하는 ‘안전하고 실현 가능한 수출 반도체법’(SAFE법)이 발의된 상태다. 미국 의회는 엔비디아의 첨단 AI 칩이 중국군 역량 강화에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은 자체 안보 우려 때문에 군사용으로 미국 칩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국 정부가 H200의 ‘미국 경유 후 중국 수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수출이 허용된 H200을 미국으로 먼저 들여와 특별 안보 심사를 거친 뒤 중국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엔비디아 칩은 대부분 대만 TSMC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실제로 ‘대만→미국→중국’ 순으로 복잡한 경로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WSJ는 “칩 자체의 안보 심사가 실제 안보 효과를 담보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며 “핵심은 칩이 어디로 흘러가 어떻게 사용되는가”라고 짚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