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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률자문후 고소해도 3년째 표류…PF 비리·전세사기 수사도 하세월

입력 2025-12-10 17:51   수정 2025-12-11 02:11


경찰이 당사자 간 다툼이 치열한 지능범죄를 적기에 처리하지 못해 수사가 지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능범죄는 고도의 지능, 전문 지식, 속임수(기망) 등을 동원한 범죄를 통칭한다. 사기, 횡령, 배임, 위조 등이 해당한다. 최근에는 그 범위가 사이버·금융 범죄로 확대됐다.

10일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전체 지능범죄 사건 중 처리 기간이 6개월을 넘은 비율은 21%였다. 2019년 9%였던 이 비율은 2021년 20%대로 올라선 뒤 내려가지 않고 있다.

경찰은 통상 입건 후 6개월이 지나도록 종결되지 않으면 장기 사건으로 분류한다. 지능범죄 중 장기 사건 비율은 강력범죄(3.1%), 폭력범죄(1.4%), 절도범죄(1.3%) 등과 비교해 크게 높다. 지능범죄 수사 기간은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이 경찰로 몰리면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 10월 검찰청이 폐지돼 지능범죄 사건 수사가 대거 경찰로 넘어가면 수사 지연이 심해져 국민과 기업의 피해 구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능범죄 고소·고발 사건은 매년 평균 3만 건씩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38만1533건인 지능범죄 발생 건수는 지난해 50만5208건으로 5년 만에 32.4% 증가했다. 올해 1~9월에도 40만1566건이 접수돼 50만 건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능범죄 사이버·금융영역 확대…불송치 96%는 증거도 못찾아
계좌추적·통신내역 등 분석 필요…일선 경찰, 전문 수사 역량 떨어져
H증권은 일부 임직원이 2022년 7월 서울 평창동 부동산 개발 사업에 146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주선하고, 별도의 자산운용사로 수수료를 빼돌려 지급받은 사실을 적발했다. H증권은 법률자문을 받아 이들의 행위가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같은 해 10월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형사 고소했다.

하지만 회사 예상과 달리 경찰은 “해당 금전 거래가 개인적 이득으로 이어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불송치 결정을 거듭 내렸다. 경찰은 당시 기본적인 자금 흐름을 파악하지 못해 수사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H증권의 이의 제기와 검찰의 보완수사를 거친 뒤에야 경찰은 지난 9월 전직 임직원 7명을 사금융알선죄 혐의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넘겼다. 고소장을 접수한 지 3년 만이었다.
◇전세사기 수사에 1년8개월 ‘허비’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기업이 법률자문까지 거쳐 임직원을 고소한 사건 처리가 3년간 표류하는 등 수사 기간이 사실상 기한 없이 늘어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복잡한 자금 흐름과 고의성 입증 한계로 장기 수사를 거치고도 불송치로 종결되는 사건이 자주 발생하면서 경찰의 지능범죄 수사 능력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송치 시점에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가 없었는데도 경찰이 1년 이상 수사를 지연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광진경찰서는 2023년 11월 검찰에서 이송받은 M증권 임원 출신 L씨에 대한 부동산 PF 사기 사건을 1년 뒤인 지난해 11월에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검찰의 잇단 구속영장 반려로 신병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L씨는 2억1000만달러(약 3000억원) 규모 대출계약서를 위조해 해외 거래처에 제출한 사실이 발각돼 회사로부터 고발됐다.

장기화하는 지능범죄 수사는 통계에도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 대전경찰청이 수사한 한 전세사기 사건은 2022년 6월 접수돼 같은 해 9월 1차 송치됐지만, 검찰의 보완수사를 거치며 처리 기간이 길어져 사건 접수 1년8개월 만인 지난해 2월 21일에서야 재송치됐다. 경찰의 수사 처리 기간 통계는 보완수사와 재수사 기간을 포함하지 않아 이 사건의 수사 처리 기간은 3개월로 기록됐다.

지능범죄 수사 지연은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이 경찰로 몰리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경찰 수사력이 사건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지능범죄 불송치 비율은 2021년 30.9%(8만8121건)에서 지난해 38.5%(13만2117건)로 7.6%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 경찰이 불송치한 지능범죄 사건의 96.6%는 혐의 없음(증거 불충분)이 차지했다.
◇암호화폐 입문서 놓고 진술도
지능범죄가 사이버·금융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복잡한 자금 흐름과 고의 입증의 어려움으로 경찰 수사는 더 지연되고 있다. 계좌 추적, 통신 내역 등을 통해 복잡한 금융 거래 내역을 분석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과 전문성이 요구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서류 작성 부담이 커진 것도 사건 종결이 늦어지는 한 이유로 꼽힌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 1건당 평균 기록 분량은 2017년 76.9쪽에서 2021년 132.5쪽으로 72.3% 증가했다는 게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여러 유형의 지능범죄 사건을 처리하는 일선 수사관들의 전문 수사 역량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 관련 형사 사건을 다루는 한 변호사는 암호화폐와 관련한 사기를 당해 고소인과 함께 경찰서에 진술하러 갈 때 꼭 암호화폐 입문서를 가지고 간다. 경찰 수사관들이 암호화폐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서적을 놓아 두고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변호사는 “권리금 분쟁과 관련한 사기 고소를 대리해 서울의 한 경찰서를 찾았는데, 담당 수사관이 ‘권리금이 뭐였죠?’라고 되물었다”며 “너무 당황스러웠던 기억”이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가 적기에 이뤄지지 않고 늘어지면 개인은 물론 기업도 불법행위를 적발하더라도 고소하기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 한 코스닥시장 상장사 임원은 경찰 단계에서 배임으로만 송치됐지만, 검찰 보완수사 이후 횡령 혐의가 인정돼 공소시효 직전에 구속 기소됐다. 제대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오히려 회사가 직원의 징계 무효 및 복직을 요구하는 소송에 직면할 수 있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례로 특정 회사가 용역 발주 업체와 짜고 입찰 정보를 받는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경찰이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범죄자들이 활개 치면 그 피해는 결국 성실한 기업과 일반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류병화/김영리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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