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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데는 다 죽어가는데…" 크림은 어떻게 '성장캐'가 됐나

입력 2025-12-21 15:37   수정 2025-12-21 15:38



명품 리셀업체 발란은 올해 3월 자금난이 심화하며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비슷한 사업을 진행하는 트렌비와 머스트잇은 수년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를 구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무신사 자회사로 한정판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솔드아웃은 독자 생존에 실패, 다시 무신사에 흡수됐다. 리셀 업체들의 수난사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네이버 손자회사 ‘크림(Kream)’은 예외다. 올 들어 사용자수는 매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순거래량은 1300만 건을 돌파했다. 한정판 스니커즈만 거래하던 과거와 달리 카테고리도 다양해졌다. 라부부, 러닝 용품, 경량 패딩, 레트로아이템(다마고치, 디지털카메라) 등 희소성이 있고 트렌디한 모든 것이 크림에서 거래된다. 크림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도 진출했다.
◆ 짝퉁 논란이 가장 적은 플랫폼
앱·결제 데이터 조사 업체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11월 크림의 사용자 수는 226만6816명으로 집계됐다. 앱 출시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9월 225만 명을 또다시 뛰어넘었다.

크림 사용자는 2022년 11월 121만 명에서 이듬해 11월 194만 명으로 늘었고 올해 200만 명을 돌파하며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크림 사용자 절반 이상은 2030세대다. 20대 사용자가 35.7%로 가장 많았다. 30대는 23.2%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 순거래량은 1300만 건을 넘었으며 지난 11월 월간활성사용자(MAU)는 400만 명 이상이다. 150만~160만 명 수준에 그쳤던 1년 전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공식 입점 브랜드 수는 800개를 돌파했으며 올해 기준 인당 평균 구매 금액은 25만원을 넘었다. 2년 전보다 2만~3만원 늘었다.

크림의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은 높은 신뢰와 빠른 트렌드 반영이다. 크림은 체계적인 검수 시스템을 마련했다. C2C(개인 간 거래) 특성상 가품 거래를 완벽히 차단할 수 없지만 위조 상품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대한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다른 플랫폼과 달리 짝퉁 논란에 크게 휩싸이지 않았다.




이를 위해 서울 송파구에 약 3000평 규모의 최첨단 자동화 물류 설비와 전문 인력이 근무하는 검수센터를 설립했다. 검수센터는 상품의 입출고 및 물류 전반을 담당하는 물류 유닛과 실물 상품의 진위 및 상태를 판정하는 전문 검수 유닛으로 구성돼 정확하고 신속한 검수 및 물류 프로세스를 지원한다.

또 검수 정확도를 향상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적극 도입했다. 자체 개발한 검수 앱을 활용해 상품별로 검수 항목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정밀하고 일관된 작업을 진행했다. 검수 결과 상품 이미지 등의 정보를 애플리케이션에 기록해 체계적인 데이터 관리도 가능하다. 스마트 3D CT, 전자현미경, UV 조명 등 상품 특성에 맞는 첨단기기를 활용해 상품을 훼손하지 않고 내부를 정밀히 검수하고 로고, 폰트 등 미세한 요소를 확인한다.

젊은층 신규 유입을 위해 올해부터 트렌드 리포트 발간도 시작했다. 지난 3월 크림은 플랫폼 이용 행태를 분석해 한 달간의 패션 트렌드를 발표하는 ‘크것이 알고 싶다 리포트(크알리포트)’를 발표했다. 저장 수, 검색량, 거래량 등 사용자 데이터를 토대로 현재의 소비 흐름과 함께 패션 트렌드를 예측한다.

크림 관계자는 “크림은 타 플랫폼 대비 패션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용자들이 애용해왔고 트렌드를 알고 싶은 일반 사용자들까지 모여들며 트렌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접점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현재 크림은 △롯데월드몰점(2022년 11월) △더현대서울점(2024년 11월) △도산 플래그십 스토어(2025년 10월) 등이 있다.

특히 지난 10월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인근에 연 첫 번째 플래그십 매장은 크림의 철학과 방향성을 나타내는 핵심 공간으로 통한다.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고객들이 취향을 발견하고 공유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만드는 게 크림의 목표다. 또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결합) 방식을 앞세워 오프라인 고객을 다시 온라인으로 유입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 명품, 리셀 플랫폼 천하통일 꿈꾸는 크림
크림은 2020년 3월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5억원을 출자해 설립했으며 이듬해 1월 분사했다. 네이버는 스노우의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으며 스노우는 크림의 지분 38.82%를 가지고 있다. 네이버 또한 크림 지분 4.87%를 확보하고 있다.

2021년 매출은 33억원에 불과했고 영업적자는 595억원에 달했다. 이듬해 매출은 460억원으로 늘었지만 적자 또한 861억원으로 커졌다.

본격적인 성장이 시작된 것은 2023년부터다. 매출은 1222억원을 기록했고 적자는 408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지난해에는 매출 1776억원과 영업적자 89억원을 기록했다. 분사 이후 적자가 100억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었다. 조만간 흑자전환을 바라보고 있다.

크림의 주된 사업 분야인 ‘한정판 제품’에 대한 시장점유율은 80%에 달한다. 2위인 솔드아웃(10%)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사실상 리셀 시장을 독점하는 상황이다.

특히 크림은 타 리셀 플랫폼의 경쟁력이 약화하는 가운데 영향력을 키웠다. 사업 범위 대부분이 겹치는 경쟁사 무신사의 솔드아웃은 외형 확장에 실패했다. 솔드아웃 운영사 SLDT의 지난해 매출은 75억원으로 전년 대비 44% 줄었다. 적자는 281억원에서 150억원으로 줄었지만 티켓 재판매 사업을 철수하는 등 신규 사업을 확대하지 않은 영향이었다. IPO를 준비하는 무신사는 결국 지난해 SLDT의 흡수합병 계획을 발표하고 올해 3월 관련 절차를 완료했다.

한화솔루션의 이커머스 계열사 엔엑스이에프(NxEF)의 에어스택은 2022년 서비스 론칭했지만 2023년 7월 사업을 종료했다. 이커머스 사업 부진과 리셀 시장 위축이 주된 이유였다.




명품 리셀의 3대장으로 불린 트렌비·발란·머스트잇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발란은 지난 3월 자금난이 심화하며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아시아어드바이저스코리아(AAK)가 인수 의향을 내비쳤지만 그 금액은 22억원에 그쳤다. 한때 3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을 고려하면 시장 평가는 부정적이다.
◆ 네이버의 큰 그림은 라이프스타일·글로벌’
크림은 한정판 리셀 판매에서 또 다른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6월 폴리테루의 지분을 인수한 게 그 근거다. 폴리테루는 동북아시아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인 일상복을 선보이는 브랜드로 2018년 3명의 디자이너가 함께 론칭했다. 크림은 폴리테루의 주식 3500주를 46억원에 사들였다. 국내 사업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자체 브랜드(PB)를 보유하는 장점은 크다. 트렌드를 파악하고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는 행위가 제품 개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체 브랜드를 프리미엄화할 경우 플랫폼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타 플랫폼과의 차별화도 가능하다.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도 염두에 두고 있다. 폴리테루가 그 역할을 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리셀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1조5000억원 수준에서 올해 2조80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2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글로벌 시장과 비교하면 여전히 작은 규모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글로벌 리셀 시장은 2021년 400억 달러(약 52조원)에서 2025년 770억 달러(약 100조원)로 확대된다. 미국 최대 중고의류 업체 스레드업은 이 시장이 2028년 3500억 달러(약 500조원)까지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크림은 지난 9월과 10월 각각 K패션 브랜드 ‘레크프로젝트(LECC PROJECT)’, ‘스탠드오일(STAND OIL)’ 등의 인도네시아 첫 팝업스토어를 자카르타에 오픈했다. 크림은 현지 최적화 전략으로 브랜드의 안정적인 시장 안착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브랜드에는 해외 진출 기회를 제공하고 플랫폼은 글로벌 리셀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네이버의 움직임도 크림의 전략과 동일하다. 네이버는 유럽 1위 리셀 플랫폼 베스티에르 콜렉티브에 5900만 유로를, 스페인 리셀 플랫폼 왈라팝에 1억1500만 유로를 투자했다. 네이버는 리셀 플랫폼을 중고 거래가 아니라 MZ 고객들의 취향을 알 수 있는 핵심 데이터로 보고 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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