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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조원까지 날릴 판'…국민연금이 꺼낸 '초강수' 보니

입력 2025-12-10 19:58   수정 2025-12-12 09:40

마켓인사이트 12월 10일 오후 4시 15분

국민연금이 국내 1위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에 맡긴 투자금 전액 회수를 추진한다.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국민연금 위탁자산 관련 내부 정보가 잠재 원매자들에게 무단 전달된 정황이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국민연금은 이를 ‘국가 기밀 유출에 준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판단하고 민·형사상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는 등 강경 대응 기조를 나타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10일 투자위원회를 열어 이지스운용에 내준 투자금 회수 추진 방침을 논의했다. 전날 이지스운용 최고경영진을 불러 대면 통보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이 이지스운용에 맡긴 자금은 약 2조원으로, 시장 평가액 기준 7조~8조원 규모에 달한다. 사실상 이지스운용 성장의 핵심 기반인 국민연금 자금이 이탈하면 경영권 인수전에서 1조1000억원을 써낸 해외 사모펀드(PEF)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도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이지스운용에 맡긴 자금을 이관할 예정이어서 국내 부동산 운용업계 전반의 지각 변동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조 출자한 국민연금 '초강수'…힐하우스, 이지스운용 인수 안갯속
2010년 김대영 전 국토교통부 차관이 설립한 이지스자산운용은 국민연금 등 공적 자금을 기반으로 국내 상업용 부동산시장에서 독보적인 성장을 이뤘다. 누적 운용자산은 65조원에 이르렀고, 2위권과의 격차는 두 배 수준이었다. 이 회사의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약 26조2000억원이며 이 중 14조3000억원이 국내 자산이다. 국민연금이 출자한 금액은 2조원 수준이다. 현재 시장 가치는 7조~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지스운용의 실질 운용 기반 대부분이 국민연금 자산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회수 결정이 미치는 충격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성과보수 정보까지 유출
이지스운용이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국민연금 위탁자산 관련 정보를 원매자에게 무단 제공한 게 이번 결정으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사전 동의 없이 보고서가 전달된 곳은 한화생명 흥국생명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역삼동 센터필드빌딩과 마곡 원그로브 개발사업 등 핵심 자산을 담은 6개 펀드는 국민연금의 사전 승인을 거치지 않고 정보를 유출할 수 없도록 약정돼 있었다. 유출된 보고서에는 설정액, 평가액, 자산 이슈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 심각한 것은 이지스운용이 일부 매수자 측에 “국민연금에서 받을 성과보수가 1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내부 수익 정보를 구체적으로 전달했다는 정황이다. 특정 출자자(LP)의 민감한 수익 전망을 외부에 제공한 것은 업계 관행을 벗어난 행위이며 정보 통제의 기본을 무시한 중대한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이런 정보 제공 행위가 단순한 계약 위반 수준을 넘어 국가 기밀 유출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내부적으로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포함한 법률 검토를 마친 것으로 파악된다.

매각주관사를 맡은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도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모든 정보는 회사 결정 아래 주관사를 거쳐 전달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중에서도 가장 비싼 수수료를 받는 곳인 두 주관사가 정보 보안은 물론 이지스운용과 국민연금 간 갈등, 해외 매각에 대한 국민 정서상 반발 등 매각과 관련한 기본적인 분위기도 감지하지 못한 점을 두고 잡음이 나오고 있다.
◇7개 운용사에 분산 이관될 듯
이지스운용의 경영권 매각도 불투명해졌다. 이지스운용은 본입찰을 통해 지난 8일 힐하우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힐하우스는 1조1000억원을 제시해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을 제쳤다. 하지만 국민연금 자산 7조~8조원이 빠져나가면 기업가치에 큰 변동이 생긴다. 운용자산(AUM) 축소는 기업가치 재산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거래 자체의 재협상이나 무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운용사 대표는 “이지스운용 딜의 기반은 국민연금 자산이었는데, 그 기반이 사라진다면 인수 구조 전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회수 방식은 운용사 ‘이관’이 될 전망이다. 국민연금 내부 규정상 신규 운용사 선정 없이 기존 거래 운용사에만 자산을 이전할 수 있어 현재 위탁 운용 계약을 맺은 일곱 곳의 운용사가 이관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람코자산운용, 캡스톤자산운용, 삼성SRA자산운용, KB자산운용, 퍼시픽자산운용, 페블스톤자산운용 등이다. 국민연금은 이미 이관 대상 회사별 수용 여력, 포트폴리오 구조 등을 면밀히 검토한 상태로 실질적인 자산 이동에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운용과 핵심 펀드 LP인 국민연금의 관계에 균열이 생기면서 국내 부동산 자산운용업계 전반의 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이지스운용 성장의 주요 동력이었을 뿐 아니라 민간 자금에 신뢰를 불어넣는 ‘신호탄’ 역할을 한 최대 공적 자금 주체다. 이런 국민연금이 신뢰를 철회하고 사실상 ‘관계 단절’을 선언하면서 향후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공제회 등 다른 연기금 및 공공기관도 비슷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른 연기금과 공제회가 추가 이탈하면 이지스운용의 기반이 한층 더 약해질 수밖에 없고, 시장 위상 또한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발 자금 이탈은 단순한 펀드런 차원을 넘어 이지스라는 브랜드 자체의 존속을 흔드는 이슈”라며 “인지도나 트랙레코드보다 리스크 관리 역량이 운용사 평가의 새 기준이 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경진/차준호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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