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했던 20대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아이폰 사랑'이 식어가고 있다. '애플 감성'에 빠져 충성을 다했던 과거와 달리 성능을 중시하면서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추세다. 이 때문에 카메라나 인공지능(AI) 기능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갤럭시로 '환승'하겠다는 20대가 늘었다. 2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비교적 삼성전자 갤럭시 선호도가 높게 나타난 이유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실제 아이폰을 쓰다가 갤럭시로 갈아타겠다는 응답자의 상당수는 "(아이폰에) 원하는 기능이 없어서"라고 답변했다. 과거 창업주이자 애플의 아이콘이었던 스티브 잡스 시절부터 감성을 내세워 국내 젊은 사용자층을 사로잡았던 애플의 위상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셈이다.
20대 10명 중 6명 '아이폰'…다음 스마트폰 묻자 '변심'
13일 한경닷컴이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에 의뢰해 20대 3045명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폰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63%(1917명)는 현재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3일부터 24일까지 이뤄졌다. 20대 대상 스마트폰 선호도 조사 중에선 국내 최대 규모다. 한국갤럽 등에서 매년 스마트폰 선호도 조사를 하고 있지만 표본이 이번처럼 크진 않았다. 
조사 결과를 보면 갤럭시 스마트폰을 쓴다는 응답은 35%(1051%)로 아이폰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나머지는 '기타·모름'으로 조사됐다. 여전히 20대 사용자층에서 아이폰이 강세임을 알 수 있다.
사용 중인 스마트폰 기종을 보면 아이폰16 이전 시리즈가 40%(1232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갤럭시S25 시리즈(13%·409명), 아이폰16 시리즈(13%·385명), 갤럭시S24 이전 시리즈(10%·316명) 순이었다. 보급형 스마트폰인 갤럭시A 시리즈는 0.3%(9명)에 그쳤다. 애플의 보급형 스마트폰으로 꼽히는 아이폰SE 시리즈는 2%(60명)뿐이었다.
갤럭시Z 시리즈의 경우 Z폴드·플립6 이전 Z시리즈 2%(64명), Z폴드·플립6 1%(46명), Z폴드·플립7 1%(37명)로 집계됐다. 아이폰17 시리즈는 6%(174명)로 갤럭시S24 시리즈와 동일한 비중(6%·170명)을 나타냈다. 아이폰 에어는 3%(66명), 샤오미 등 기타 브랜드는 0.3%(9명)에 불과했다.
현시점에선 아이폰이 우위지만 '다음에 스마트폰을 구매한다면 어떤 브랜드를 선택하겠냐'는 질문을 던지자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다음 스마트폰으로 아이폰을 선택하겠단 응답은 52%(1594명)를 차지했다. 현재 아이폰을 쓰고 있다는 응답과 비교하면 11%포인트 쪼그라든 셈이다.
삼성전자는 정반대 결과표를 받아들었다. 다음 스마트폰으로 갤럭시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은 40%(1215명)를 기록했다. 현재 갤럭시를 쓰고 있다는 응답보다 5%포인트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아직 다음 스마트폰 브랜드를 모르겠다는 응답자는 8%(230명), 기타는 0.2%(6명)를 차지했다.
다음엔 아이폰을 쓰지 않겠다는 응답자들의 경우 갤럭시로 환승할 계획이거나 일단 선택을 보류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이폰 충성도 약화…'브랜드 이미지'보다 '성능' 선택
브랜드 충성도에서도 갤럭시가 아이폰을 눌렀다. 20대 아이폰 사용자들의 애플에 대한 충성도는 예상과 달리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아이폰 사용자 가운데 다음에도 아이폰을 선택하겠다고 응답은 79%(1387명). 이후에도 갤럭시를 쓰겠다는 갤럭시 사용자는 82%(827명)로 조사됐다.특히 20대 후반(25~29세) 사용자들 사이에서 갤럭시 선호가 강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갤럭시 사용자들만 놓고 보면 다음 스마트폰으로 갤럭시를 꼽은 응답은 20대 후반이 84%(495명)로, 20대 초반(20~24세)에서 같은 응답이 차지한 비중(80%·332명)보다 약간 높았다.
20대가 스마트폰을 선택할 때 가장 우선시하는 요인은 '디자인'이었지만 성능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만 보고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했던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 아이폰 사용자들의 경우 58%(1105명·복수응답)가 '디자인이 세련되고 감각적이어서' 선택했다고 답했다. 갤럭시 사용자들도 같은 응답이 가장 많은 비중(36%·382명)을 차지했다.
2순위부터는 아이폰과 갤럭시 사용자들 응답이 엇갈렸다. 아이폰 사용자들은 '카메라 성능이 좋아서'(25%·475명), '다른 기기와 연동성이 편리해서'(18%·352명) 선택했다고 답했다. 갤럭시 사용자들은 '속도·저장공간 등 성능이 우수해서'(21%·226명), '운영체제가 익숙해서'(18%·195명) 갤럭시를 선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이폰·갤럭시 사용자 모두 '브랜드 이미지가 좋아서(힙하고 트렌디해서)'란 응답이 상위권에 포함되지 않았다. 아이폰 사용자 중에선 12%(220명), 갤럭시 사용자 중에선 6%(63명)만 이 같이 답했을 뿐이다. 애플이란 이유만으로 아이폰을 선택하던 경향이 옅어진 것이다.
지난 11일 애플스토어 홍대에서 아이폰을 둘러보던 허민영 씨(20)는 "아이폰12를 쓰고 있는데 다음에도 아이폰을 쓸 것 같다"면서도 "이른바 '감성' 때문은 에 아이폰을 선택하는 건 아니다. '에어드롭' 등 연결성 기능이 좋아서 아이폰을 고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폰 이탈 1순위 "원하는 기능 없어"…가격도 부담
이 흐름은 아이폰에서 갤럭시로 갈아타려는 이유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다음엔 갤럭시를 선택한다는 응답자들이 꼽은 1순위 환승 사유는 '원하는 기능이 없어서'(26%·81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가격이 부담스러워서'란 응답이 18%(57명), '새로운 디자인이 부족해서'가 13%(40명)를 차지했다. 갤럭시에서 아이폰으로 변경하려는 1순위 이유는 '브랜드 이미지·감성이 예전만 못해서'(26%·42명)였다. '주변·SNS 영향으로 타 브랜드에 호감이 생겨서'란 응답은 18%(29명), 'OS나 사용성이 불편해서'는 17%(28명)를 기록했다. 20대는 갤럭시 이탈 사유로 '감성 약화'를, 아이폰 이탈 사유로 '가격·기능 제약'을 지목한 것이다.
다음 스마트폰으로 꼽은 세부 기종을 보면 아이폰18 시리즈가 31%(948)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갤럭시S 시리즈 29%(877명), 아이폰(기타) 12%(376명), 차세대 아이폰 에어 9%(270명), 아직 모르겠다 8%(230명) 순이었다.
20대들은 스마트폰을 주로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는 데 활용한다고 답했다. 스마트폰의 주사용 목적을 묻자 28%(868명)가 '사진·영상 촬영'을 꼽았다. 메신저·전화 등 커뮤니케이션 목적은 23%(702명), SNS 활동 21%(633명)였다. 캐치 관계자는 "콘텐츠 촬영, SNS 활동 중심의 디지털 라이프스타일이 스마트폰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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