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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민연금, ‘투자기밀 제공’ 이지스운용 자산 이관 검토

입력 2025-12-11 12:15   수정 2025-12-12 08:19

이 기사는 12월 11일 12:1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국내 1위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에 맡긴 투자금 전액을 다른 운용사로 이관하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국민연금 위탁자산 관련 내부 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정황이 드러난 데 따른 조치다. 국민연금이 사실상 이지스운용과의 '관계 단절'이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면서 경영권 매각은 물론 국내 부동산 운용업계 전반에 적잖은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이날 오전 삼성SRA자산운용을 비롯해 거래 관계가 있는 부동산 운용사 일곱 곳에 자산 이관 방침을 공지했다. 코람코자산운용, 캡스톤자산운용, KB자산운용, 퍼시픽자산운용, 페블스톤자산운용 등이다. 국민연금 내부 규정상 신규 운용사 선정 없이 기존 거래 운용사에만 자산을 이전할 수 있어 현재 위탁 운용 계약을 맺은 일곱 곳의 운용사가 이관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운용사별 자산 수용 능력과 기존 위탁 포트폴리오와의 조합 가능성 등을 문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 내부적으로 이관 시나리오를 짜둔 상태에서 실행 단계로 넘어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전날 열린 정기 투자위원회에서 이지스운용에 내준 투자금을 전액 회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사실상 회수 방향을 확정한 뒤 곧바로 이관 준비에 돌입하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연초부터 이지스운용의 정보 관리와 관련한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고, 더는 사안을 방치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기금운용본부 내부에서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정적 계기는 이지스운용의 ‘투자 정보 유출’ 논란이다. 이지스운용은 역삼 센터필드빌딩, 마곡 원그로브 개발사업 등 핵심 자산을 담은 일부 펀드에 대해 국민연금의 사전 동의 없이 운용 현황과 평가액 등을 잠재 원매자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 원매자에게는 “국민연금에서 수취할 성과보수가 1000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내부 수익 전망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한 정황도 드러났다. 국민연금은 이를 단순 계약 위반을 넘어 ‘국가기밀 유출에 준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민·형사상 법적 대응에도 나설 방침이다.

여기에 핵심 LP(출자자) 의사와 무관하게 경영권 매각이 추진됐다는 불만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싱가포르계 사모펀드(PEF)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의 인수전 참여 사실 역시 언론 보도를 통해 뒤늦게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한의 교감조차 없는 상태에서 외국계 자본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택한 데 대해 내부 반발이 컸다는 설명이다.

이지스운용은 누적 운용자산(AUM) 약 65조원을 굴리는 국내 최대 부동산 전문 운용사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이 회사의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26조2000억원, 이 중 14조3000억원이 국내 자산이다. 국민연금이 이지스운용에 출자한 금액은 약 2조원 수준으로, 시장 평가액 기준 7조~8조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지스운용이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구축해 온 위상 상당 부분이 국민연금 자금에 기반해온 만큼 이번 회수 결정은 사실상 이지스운용의 시장 내 입지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결정으로 평가된다.

국민연금의 초강수는 이지스운용 경영권 매각 작업에도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이지스운용은 최근 본입찰을 거쳐 약 1조1000억원의 최고가를 제안한 힐하우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자산 기반인 국민연금 투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운용자산 축소에 따른 기업가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운용업계 전반의 지형 변화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연금 투자 철회 방침에 따라 이지스운용이 보유한 자산이 다른 운용사들에 재분배되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하우스들 간 ‘이지스 물량 나누기’ 구도가 형성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한 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국민연금 자금 운용사로서 자산 이관에 협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앞단에서 이뤄지는 부분에 대해선 조심스럽고,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지스운용에 내준 투자금 회수에 대해 국민연금은 "현재 관련 부서에서 검토 중인 사안으로,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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