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총론

#2021년 5월, P4G(녹색성장 및 2030 글로벌 목표를 위한 협의체) 서울 정상회의에 앞서 열린 지방정부 탄소중립 특별 세션. 전국 243개(광역 17개, 기초 226개) 지방자치단체가 2050 탄소중립을 공동선언했다. 지자체가 지속가능성의 핵심 주체로 떠오르며 지속가능 발전이 탄소중립 목표로 구조화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는 기존 지역개발 패러다임의 큰 변화였다.
#2025년 11월,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서도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2035 NDC는 정부·기업·지방정부·시민이 함께 감축목표를 세우고 이행해야 한다며 ‘공동 이행 주체’로 지방정부(지자체)를 명시한다. 지자체는 지역 실행의 핵심 주체이면서, 국가 기본계획과 정합성을 맞춘 지방계획을 통해 감축·적응을 ‘현장에서 구현’하는 주체로 설정돼 있다.
2050년 넷제로(net-zero)라는 NDC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분명 국가 차원의 지속가능경영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가 지속가능경영은 단지 중앙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달성되기 어렵다. 실제 배출의 상당 부분은 도시 공간과 주민의 일상생활, 즉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영역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가 온실가스배출의 대부분은 건물, 수송, 폐기물, 에너지 소비 등 도시 기반 활동에서 발생한다. 이는 지자체가 관할하는 도시계획, 교통체계, 건축 기준, 생활 인프라 정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즉 국가 감축목표는 지자체의 정책 실행 없이는 달성될 수 없다.
지자체의 탄소중립, 선택 아닌 법적 책무
이후 지자체의 탄소중립 이행은 선택이나 권고가 아니라 이미 법적으로 요구되는 책무가 되었다. 2021년 9월 제정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에서는 대한민국 탄소중립 목표를 법률로 명문화하면서 국가뿐 아니라 지자체를 탄소중립 실현의 주체로 명시했다. 지자체는 지역 여건을 고려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 계획을 수립 시행해야 하며,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위기 적응, 녹색성장 정책을 지방행정 전반에 반영할 의무가 있다.
2022년에는 ‘지속가능발전법’이 재정비되면서 지속가능 발전이 도시계획·조례·정책·절차에 내재되어야 하는 법적 사항이 되었다. 또 국가와 지자체가 상호 협력하고, 시민단체와 기업 등과 협력 지원하며 의견 수렴의 장을 두어야 함을 이 법에서 강조했다. 또 지속가능성 평가 및 보고 체계에 지방자치단체도 편입되어 평가 대응 행정이 중요해졌다.
실제 2024년에는 17개 광역시도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했고, 2025년에는 243개 기초지자체가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조례 제정도 늘고 있는 추세다. 지방정부ESG연구회에 따르면, 2024년 11월 기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조례는 서울시 15개, 경기도 17개 등을 합쳐 80개, 교육청 조례까지 합치면 107개 조례가 만들어졌으며 최근 더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위로부터의 요구만 반영한 천편일률적 계획은 실제 지자체 지속가능경영 실천의 걸림돌이 된다.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탄소중립 도시계획이 중요하다. 지난 2025년 3월 환경부는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탄소중립 선도 도시 4개소를 본격적으로 조성할 계획을 세웠다. 에너지와 산업을 함께 육성하는 당진, 에너지와 폐기물 처리시설을 융합하는 제주와 보령, 제로에너지 빌딩 등 건물 및 인프라에 초점을 둔 노원 등이다. 이와 함께 포항에 전기차 배터리 클러스터를, 구미에 폐반도체 단지를 조성하는 등 지역 측면에서의 순환을 고려하고 있다.
지자체 고유의 탄소중립 계획 세운다
광역지자체 중 서울·광주·충남·제주·강원 등은 비교적 일찍 자체적으로 탄소중립 계획을 수립했다. 예컨대 서울시는 2050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통해 2005년 대비 2030년 40% 감축, 2040년 70% 감축,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건물, 교통, 에너지, 숲, 순환경제(그린빌딩·그린모빌리티·그린포레스트·그린에너지·그린사이클) 등 5대 축으로 정책을 체계화했다.
2022년부터 서울시는 기후 예산을 수립해 시정 전반에 ESG 개념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2026년 기후 예산으로 총 254개 사업, 3조2715억3000만 원, 온실가스 76만9000톤 감축목표를 제출했다. 사업 유형별로는 ▲감축사업 1조9251억1000만 원(131개) ▲배출사업 6246억 1300만 원(56개) ▲혼합사업 8218억600만 원(67개)로 분류됐으며, 총 23개 실·본부·국이 참여했다.
다만 기후 거버넌스가 잘 짜여 있더라도 실제 실행에서는 국가 차원의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때 중앙정부의 역할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서울의 연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2015년 기준 도쿄·뉴욕보다 약 1.7~2.0배 높은 수준으로 비교되었고, 나사(NASA)와 한국이 함께 수행한 공동 대기질 연구(KORUS-AQ) 등에서도 한반도(수도권 포함)의 대기오염 문제가 주요 분석 대상으로 다뤄졌다.
또 한국 전체 전력의 60%가 여전히 석탄·가스 등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만큼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다는 비난을 받았다. 특정 지자체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석탄발전소 폐쇄, 대규모 해상풍력사업 추진 등은 국가가 나서야 한다. 지자체는 각 지역의 농축산·수송·건물·폐기물 단위에서 온실가스 감축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자체 간 국가온실가스 인벤토리와 연동한 시 단위 세부 인벤토리 공개, 사업별 감축량 추정치 제시 등도 필요할 수 있다. 기초지자체 온실가스 통계 정보가 만들어지면 지자체별 탄소감축 실적 경쟁을 유도할 수 있고, 지자체별 정확한 로드맵도 만들 수 있다. 기업에만 적용되던 탄소회계를 지자체 수준에 적용해볼 수도 있다. 탄소회계가 인벤토리의 하향식 접근을 보완하는 상향식 역할을 할 수 있다.
실제로 기후변화 대응을 주도하는 대도시 위주의 C40, 지방정부 차원의 지속가능 발전을 도모하는 ICLEI(Local Governments for Sustainability) 같은 도시 네트워크에서는 탄소회계 기반 보고를 통해 글로벌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승일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국가 차원의 계획은 각 지자체의 세부 여건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인벤토리로 대표되는 하향식 접근을 보완하는 지자체 마을 단위의 상향식 거버넌스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도적 인센티브 설계도 중요하다. 지역 기반의 배출권거래제로 배출권 거래를 가능하게 하거나, 탄소세제도를 설계해 탄소저감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이승일 교수는 “서울 같은 대도시는 대중교통이 중요하지만 지방 중소도시는 전기차나 소규모 이동수단이 현실적인 것처럼, 주어진 도시 특성에 맞는 탄소중립 계획이 필요하다”며 “탄소회계 시스템 구축과 탄소세 설계 등 주민 활동에서 탄소저감 활동에 대한 인센티브와 부담을 공정하게 설계하는 방식이 필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잘 정리된 지속가능 지표 도출이 중요한 이유
지자체가 지속가능 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잘 정리된 지속가능 지표가 필요하다. 탄소중립 등 주요 목표를 잘 관리하고 앞으로 로드맵을 짜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지속가능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성동구는 기초지자체 중 자체 지속가능 지표를 도출하고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펴내는 등 지표 관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자체는 다양한 지표를 참고할 수 있다. 유엔 지속가능 발전목표의 목표 11에서는 지속가능한 도시와 주거지 조성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적정 주택 및 기본 서비스, 안전하고 저렴한 교통, 자연재해 대비,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 대기오염 및 폐기물 관리, 시민 참여적 도시계획 수립 등이 포함된다.
아르카디스(Arcadis)라는 글로벌 도시계획사 및 컨설팅사가 매년 발표하는 ‘아르카디스 지속가능성 도시 지수’는 환경과 사회 및 경제를 두루 평가한다. 환경은 지구(Planet), 사회 영역은 사람(People) 요소로, 경제 영역은 개발과 기업 및 가구 활동에서 이익(Profit) 요소로 다루었다. 최상위권 도시는 오슬로, 스톡홀름, 코펜하겐, 도쿄, 베를린 등이다.
다른 예로 코퍼레이트 나이츠의 ‘지속가능 도시 지수(SCI)’는 온실가스배출, 대기오염, 시민 공간, 도로, 친환경 교통수단, 물 소비, 쓰레기 배출량, 기후변화 대응능력, 지속가능한 정책 등 12개 정량 지표를 기반으로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한다. 공공 데이터를 활용해 지표별 1점 만점 기준으로 평가하며, 12개 지표별로 5~10%의 가중치를 부여한다. 이 중 ‘대기질(air quality)’ 지표의 가중치가 20%로 가장 높다.
김영림 동작구의회 의원(서울 ESG의원 콜로키움 대표의원)은 “지자체, 비영리기관, 공공기관, 사회적 경제 조직 등에 대한 ESG 평가 지표가 적절하게 세분화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평가 지표 개발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자체 입장에서는 많은 주민이 참여해 지역 의제를 함께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주민 참여 보장, 정보공개 등 지표를 만들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구현화 한경ESG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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