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제재 대상인 유조선을 억류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인근에 군사력을 배치하고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게 압박을 이어가는 가운데 유조선 억류까지 발생하자 양국 긴장이 한층 고조됐다. 유가도 덩달아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경제 라운드테이블에서 “방금 베네수엘라 해안에서 유조선을 억류했다”며 이 유조선은 매우 크고 “사실 (억류된 유조선 중에서) 역대 최대 규모”라고 말했다. 그는 이 유조선이 누구 소유인지, 어떤 이유로 억류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타당한 이유가 있다”며 유조선 내 원유는 “미국이 가져갈 것 같다”고 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국이 “노골적으로 절도를 저질렀다”고 비난하며 이번 억류는 “국제적 해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팸 본디 미국 법무장관은 이와 관련해 SNS에 올린 글에서 이 유조선이 베네수엘라에서 이란으로 제재 대상 원유를 실어 나르고 있었다고 밝혔다. 궁극적으로 베네수엘라 ‘돈줄’을 끊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마두로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 지역에서 군사작전을 병행하며 압박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세계 최대 핵 추진 항공모함인 제럴드포드함 전단이 베네수엘라 인근에 배치됐고, 미국 해군 소속 전투기 두 대가 지난 8일 베네수엘라 남부 카리브해 상공을 날았다. 9월 2일에는 마약 운반선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격침했으며 이 과정에서 부상자를 사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트럼프 정부는 4일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서 북미와 남미를 통칭하는 서반구 장악력을 강화하기 위해 “먼로 독트린에 대한 ‘트럼프 부칙’을 주장하고 시행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먼로 독트린(1823년)은 미국의 서반구에 대한 지배적 권리를 강조한 것이며,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은 1904년 이 지역에서의 ‘경찰권’을 주장하는 ‘루스벨트 부칙’을 추가했다. 트럼프 부칙은 루스벨트 부칙에 빗대 이 지역 개입을 정당화하는 표현이다. NSS는 “국경 보안을 강화하고 카르텔을 무력화하기 위한 표적 배치”를 하겠다며 “필요시 치명적인 무력 사용을 포함한다”고 명시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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