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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받고 기분 좋았는데' 우원식 뒤통수 친 곽규택

입력 2025-12-12 18:46  



우원식 국회의장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간 충돌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중단' 사태가 벌어진 지 이틀 뒤인 11일에도 우 의장과 국민의힘과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섰다.

곽 의원이 고개를 푹 숙여 인사하자 우 의장은 "이렇게 서로 인사하는 것이 국회를 존중하는 것이고, 또 국민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곽 의원은 연단에 서자마자 "국회의장님께서 국회 담벼락에다가 본인을 기념하기 위해 담을 넘은 곳이라고 설치를 해놨다"며 "제가 의장님 좋아하기 때문에 하나 더 기념하시라고 만들어왔다"고 했다.

스케치북에는 '61년 만에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 방해한 곳'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우 의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그날 12·3 다크투어'에서 지난해 비상계엄 당시 계엄 해제를 위해 직접 월담했던 현장을 탐방한 것을 비꼰 것이다.




우 의장은 당황한 듯 지난 9일 나 의원의 마이크를 끈 일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시작부터 국회법을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까지 하고, 의장의 요청을 거부한 것이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서 발언을 중단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스케치북에 대한 항의가 나오자 우 의장은 "그냥 두셔도 괜찮다"라면서도 "회의 진행을 방해하는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국회법을 본인이 계속 어기겠다고 하니까 그것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판단하실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곧이어 우 의장이 "곽 의원도 (나 의원이) 무선마이크를 가져온 점에 국민들한테 사과하라"고 하자, 곽 의원은 "(무선마이크가 아니라) 무선 녹음기"라고 받아쳤다.

곽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는 동안 민주당에서는 "내리라고", "뭐 하는 거냐"는 항의가 터져 나왔다.

이에 우 의장이 "피켓이 회의 진행에 방해되기 때문에 내려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하자, 곽 의원은 '국회의장님, 또 마이크 끄시게요?'라고 적힌 면으로 넘기며 대답을 대신했다.



곽 의원은 필리버스터 도중 '법 왜곡죄? 판검사 협박 수단'이라고 적힌 면으로 바꿔 들기도 했다. 그는 "이게 러브 액츄얼리라고 하는 영화에서 나오는 것을 본떴다"며 "좀 예쁘게 성탄절 분위기도 내려고 빨간색에 무늬도 넣고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곽 의원이 필리버스터 도중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에 대한 비판을 하자, 우 의장은 "안건과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라고 제지하고 나섰다.

곽 의원은 "알겠다"며 다시 스케치북을 '국회의장님, 또 마이크 끄시게요?'라고 적힌 면으로 바꿨다. 국민의힘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자 우 의장은 스케치북 내용을 의식한 듯 "방해하는 게 아니다"라고 짧게 말했다.

앞서 우 의장은 이틀 전 본회의에서 나 의원이 가맹사업법 반대 필리버스터를 통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과거 패스트트랙 사태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가자 '의제 외 발언'이라는 이유로 마이크를 여러 차례 껐다. 같은 날 장내 질서 유지를 명목으로 필리버스터 도중 2시간가량 본회의를 정회하기도 했다.

갈등은 나 의원의 등장부터 예고됐다. 우 의장이 자신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 나 의원에게 "인사 안 하느냐"고 물었고, 나 의원은 "조금 이따가 말하겠다"고만 답했다. 이에 우 의장은 "인사하라는 법은 없다"며 "인사 안 하는 건 자유인데 인사 안 하고 올라오는 사람의 인격에 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나 의원은 민주당을 겨냥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나눠 갖는 관행을 무시하고 입법 관행을 무시했다"·"의회 독재를 강행하기 시작했다" 등의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우 의장은 "의제 안에서 발언해달라"며 나 의원의 발언을 여러 차례 끊었다. 우 의장은 "5분 더 드릴 테니까 5분 후에는 의제로 돌아오라"고 하고 5분 뒤 "계속 회의 진행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발언권을 줄 수 없다. 이건 의사진행을 방해하려고 온 것"이라며 마이크를 꺼버렸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강하게 항의했고 여야 의원들은 연단에 몰려나와 언쟁을 벌였다. 이후 나 의원이 관련 의제에 관해 토론하겠다고 하자 우 의장은 다시 마이크를 켰다.

이에 대해 곽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 역사상 처음으로 의장이 의원의 발언을 방해하고 마이크를 꺼버리는 있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이는 의장의 독단적인 본회의 진행이자 폭거"라고 항의했다.

국회법에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 발언을 중단시키고 정회를 선언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조항은 있지만, 실제 이뤄진 건 1964년 공화당 출신 이효상 의장이 당시 김대중(DJ) 의원의 마이크를 끈 이후 61년 만이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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