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철도원 삼대> 이후 5년 만에 황석영이 신작 장편소설 <할매>를 펴냈다. 이번에는 금강 하구에 뿌리내린 600년 된 팽나무를 화자로 내세워 인간의 역사 너머 지구적 생명의 순환과 인연의 흐름을 그렸다.황 작가는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팬데믹 시기 전북 익산 원불교 레지던스에 머물며 불경과 명상에 몰두했던 시간이 작품의 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를 “우리가 저지른 업보에 대한 질문”으로 받아들였고, 인간 중심을 벗어난 ‘관계와 순환’의 세계를 이야기로 구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소설은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개똥지빠귀가 남긴 씨앗에서 할매 나무가 자라나는 순간으로 시작한다. 한동안 인간이 등장하지 않는 독특한 구성은 “사람이 빠진 소설을 처음 쓰느라 힘들었지만 문장 자체가 주는 기쁨을 되찾았다”는 작가의 말처럼 자연을 거대한 주인공으로 끌어올린다. 조선 초기부터 일제강점기, 새만금 간척까지 나무는 한반도를 훑고 지나간 역사의 현장을 묵묵히 기록한다.
군산에서 접한 실제 팽나무가 작품의 직접적 모티브였다는 황 작가는 “홀로 남은 그 나무가 동아시아 최대 습지가 사라진 현실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여든을 넘긴 그는 “일생에서 가장 새로운 작품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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