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 등 우방국과 함께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공급망 동맹을 추진한다.
11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는 한국, 일본, 싱가포르, 네덜란드, 영국,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UAE), 호주 등 8개국과 함께 12일 워싱턴DC의 도널드 J 트럼프 평화연구소에서 ‘팍스 실리카 서밋’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국무부는 미국이 “세계 기술 공급망 전체에 걸쳐 안전하고 회복력 있으며 혁신이 주도하는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원칙을 중심으로 국가 간 연합을 조직하고 있다”면서 ‘팍스 실리카’가 평화를 뜻하는 ‘팍스’와 반도체 소재 ‘실리카’를 결합한 것으로,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주도의 평화)’ 등에서 유래한 조어라고 밝혔다.
핵심광물, 에너지, 광섬유 케이블, 통신 및 네트워크 인프라, 첨단 제조, 반도체, AI 기반시설, 물류를 아울러서 “안전하고, 번영하며, 혁신적인 실리콘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전략적 구상”이라고 국무부는 소개했다.
국무부는 12일 중 한국 일본 이스라엘 호주 싱가포르 5개국 대표가 함께 팍스 실리카 선언문에 서하고 공동 체제를 출범시킬 예정이라면서 다른 나라들도 추가로 선언문에 서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서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이 참석한다. 일본은 이날 야마다 시게오 주미일본대사는 이날 제이콥 헬버그 미 국무부 경제담당 차관과 ‘미일 팍스 실리카 선언문’에 먼저 서명하면서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은 중국을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이 협력체의 목적이 대중 연합전선 구축에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강조했다. 국무부는 이 구상이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과의 깊은 협력에 기반을 둔” 체제라면서 “(중국에 대한) 강압적인 의존을 줄이고, AI의 기초가 되는 소재와 역량을 보호하며, 동맹국이 대규모로 혁신기술을 개발하고 배치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특히 핵심 광물, 반도체 설계·제조·패키징, 물류·운송, 컴퓨팅, 에너지 그리드 및 발전 분야의 AI 공급망 기회와 취약점을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는 데 참여국들의 공동 의지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또 민감한 기술과 핵심 기반시설을 우려 국가의 부당한 접근이나 통제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점에도 참여국들이 동의했다고 했다. 중국을 직접 겨냥하지 않고 에둘러 ‘우려 국가’ 등으로 칭하면서 동맹국의 공조를 요구하는 미국의 태도는 지난 4일 발표된 국가안보전략(NSS)의 기조와 일치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AI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서명식에서 “AI는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여기서는 단 한명의 승자만 나올 것이다. 아마 미국이나 중국일 테고 현재 우리는 크게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란다우 미 국무부 차관보는 이와 관련해 “우리의 목표는 나머지 세상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폐쇄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중국 등) 우려 국가·기업의 부당한 영향력,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공급망과 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라며 “혁신과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위험이 있는 경제적 강압, 숨 막히는 글로벌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미래를 원한다”고 했다.
다만 미국의 대중 연합전선 구축에 적극 동조하는 일본과 달리 한국 내에서는 이같은 ‘경제동맹’ 참여가 수출통제 조치 등 직접적인 대중 규제정책으로 이어질 경우에 대한 우려도 상존한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 등을 배제하기 어려워서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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