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이후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중국 관영매체들이 일본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난징대학살(1937년 12월 13일) 희생자 국가 추모일을 앞두고서다.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12일 논평에서 "88년이 지났지만 만인갱(피해자 유골이 다수 발견된 구덩이)에 쌓인 백골과 중화문 성벽의 총탄 흔적은 영원히 달래기 어려운 상처를 소리 없이 알려주고 있다"며 "30만명의 동포가 참혹하게 살해당했고, 12초마다 생명이 하나씩 사라졌다"고 했다.
중국은 지난 2014년부터 난징대학살 피살자 국가 추모일을 제정했다. 신문·방송 등 중국 매체들은 당시 참상을 다각도로 전하는 특집을 편성했다. 올해로 12회째인 국가 추모일은 최근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과 맞물리면서 의미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중국 매체들은 다카이치 총리 취임 전부터 그가 난징대학살을 부정하거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등 중국 국민 감정에 반하는 행동을 해온 인사라며 일찌감치 비난하고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취임 후 곧바로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을 하자 침략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논리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해방군보는 "경계해야 할 것은 일본 내 일부 우익 세력이 역사 문제에서 역행하고 있는 점"이라며 "그들은 전쟁 범죄를 고의로 회피하거나 모호하게 하고, 심지어 침략 역사를 미화하면서 역사적 책임을 벗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일본이 난징대학살 희생자 숫자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역사 교과서로 죄책을 희석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아울러 중국 관영매체들은 난징대학살 관련 증언과 영상 등을 앞다퉈 공유하면서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망각할 수 없는 상처와 확고한 증거'에서 88년 전 난징대학살을 경험한 생존자의 사연과 사과하지 않는 일본에 맞서 생존자들이 투쟁해온 이야기를 소개했다. 신화통신도 이날 SNS를 통해 "얼룩진 혈흔을 난징은 잊지 않을 것이고, 중국인은 잊지 않을 것"이라며 관련 영상을 공유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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