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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호군' 국민연금이 칼 빼든 진짜 이유 [의문의 이지스 M&A①]

입력 2025-12-16 10:27   수정 2025-12-18 19:53

이 기사는 12월 16일 10:2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이지스자산운용 투자금 회수를 추진하며 사실상 ‘관계 단절’을 선언한 배경에는 오래 전부터 신뢰 관계의 균열이 생긴 데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수년 전 조갑주 전 이지스운용 대표의 일감몰아주기 의혹 등으로 운용사 거버넌스에 잡음이 커지면서 파열음이 일기 시작했고,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이지스운용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위탁 펀드 관련 정보가 외부로 전달됐다"며 이지스운용에 출자한 자산 이관에 나섰다. 국민연금이 이지스운용에 맡긴 위탁자산은 2조7000억원 안팎으로, 평가액은 7조~8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운용 성장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국민연금이 이 같은 자산 이관이라는 초강수 대응에 나선 건 장기간 쌓인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2023년 2월 이지스운용을 상대로 수시검사를 진행한 뒤 같은 해 5월 추가 검사에 나섰다. 이지스운용의 실질적 대주주인 조갑주 전 대표(당시 신사업추진단장)를 둘러싼 사익추구·이해상충 의혹이 커지자, 금감원이 석 달 만에 다시 들여다본 것이다. 검사에서 핵심 쟁점으로는 가족회사와 연계된 내부거래, 이해상충 통제 장치 작동 여부 등이 거론됐다.

검사 과정에서 거론된 사례는 국민연금이 전액 출자한 자산인 서울 마곡 원그로브 프로젝트였다. 조 전 대표 일가가 지배하는 GF인베스트먼트(GFI)가 원그로브 시행사 IRDV 지분에 일부 출자한 구조, IRDV가 토지 매입·인허가·PFV 설정 등 개발 초기 업무를 주도한 정황 등이 쟁점이 됐다. 당국은 IRDV가 수취한 수수료 수준과 사업 내 역할·비중 등을 들여다보며 위법 요소가 있는지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지스운용은 “일감 몰아주기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취지로 대응했다.

올해 중순 금감원 제재심에서 다뤄진 내용은 공시 위반 관련 사안뿐인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은 해당 건에 대해 1억원대 과태료 부과 조치를 결정했다. 다만 조 전 대표 관련 의혹은 안건으로 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운용 측은 "IRDV와 관련해선 당시 이익 없이 지분 관계를 절연했고, 경제적으로 실익을 보지 않아서 안건으로 올라가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실무단에선 조 전 대표의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급기야 이지스운용의 실질적 대주주인 조 전 대표 관련 보고가 국민연금 측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서 갈등이 증폭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이지스운용은 원그로브 프로젝트 이후 국민연금 콘테스트에서 번번이 탈락하며 신규 출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거버넌스 리스크를 자극하는 새 의혹도 불거졌다. 이지스운용 자회사가 조 전 대표 배우자 측 지배 구조와 연결된 회사에 544억원을 장기대여금 형태로 지원했고, 대손충당금을 큰 폭으로 쌓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해상충 논란이 재점화된 것이다. 이지스운용은 “부실 사업장 회생을 위한 구조”라고 설명했지만, IB 업계에서는 금융투자법상 신용공여 제한 위반 소지 등을 거론하며 사실관계 확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국민연금이 이번 매각 국면에서 ‘정보 유출’을 문제 삼아 강경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배경에는 단일 사건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누적된 불신이 깔려 있다는 게 시장의 해석이다. 우호적 공생으로 출발했던 관계가 ‘검증과 통제’ 국면으로 이동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그니쳐타워는 시작일 뿐 이관에 필요한 제반 절차 등을 고려할 때 향후 3~4개월 간격으로 순차적인 자산 이관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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