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12일 새만금 개발 사업과 관련해 “실현 불가능한 민자 유치를 전제로 계획만 세워놓고 계속 끌고 가는 건 맞지 않는다”며 “정리할 부분은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이어진 새만금 개발 사업의 진척이 더뎌 사실상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 업무보고에서 새만금 개발 사업과 관련해 “30년간 매립한 게 전체 예정 부지의 40%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새만금은 1991년 방조제 공사를 시작한 이후 34년이 지났다. 정부는 정부 재정에 추가로 민간 자금을 유치해 나머지 지역 매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지금 민자로 들어올 기업이 어디 있겠냐”며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최초 매립 예정 부지를 대폭 축소해서라도 사업 계획을 확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전북도민에 대한) 일종의 희망 고문 아니냐”고도 했다.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정부가 먼저 보상하고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선(先)보상·후(後)구상’ 제도 도입도 지시했다. 대통령 세종집무실은 준공 시기를 예정된 2030년보다 앞당기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에서는 연이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대규모 정보 유출 사고를 낸 쿠팡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공공임대 '싸구려' 인식 안돼
이 대통령은 이날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지금이라도 새만금 개발사업 규모를 현실적으로 확정 지어야 한다”며 “전북도민의 기대치는 높겠지만 재정을 더 투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새만금 개발사업은 최초 사업 예산 23조원 중 15조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사업 추진 당시 계획한 면적 중 40%밖에 매립하지 못한 상황이다. 남은 면적을 모두 매립한 뒤 기반시설을 짓는 데 소요되는 예산과 시간을 가늠하기도 어렵다.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은 “추가 매립은 최소화하고 수상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해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민간 자본을 유치해 사업을 이어나가는 방안에 이 대통령은 “나설 기업이 없으니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실현 불가능한 민자 유치보다 어느 부분에서 재정으로 사업을 해야 할지 정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주택 공급 방향과 관련해서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서 공급한 사례를 보면 가장 좋은 자리에는 일반 분양주택을 짓고, 구석에 있는 안 좋은 장소에 공공임대를 몰아서 짓는다”고 말했다. 이어 “LH 입장도 이해는 하지만 이렇게 짓다 보니 사람들이 공공임대를 ‘싸구려’로 인식한다”며 “역세권에 공공임대 주택을 (중대형 등) 적정한 평수로 지으면 임대 보증금도 더 높게 받고, 재정적 손해도 막을 수 있는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회사명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쿠팡을 겨냥해 “지금 (법령을) 위반하고도 ‘뭐 어쩔 건데’ 이런 태도를 취하는 느낌”이라며 “위반하지 않기 위한 노력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데 그런 게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근 쿠팡은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해럴드 로저스 쿠팡Inc 최고관리책임자(CAO) 겸 법무총괄을 새 대표로 선임했다. 피해 구제가 아니라 법적 절차에 집중하려는 듯한 쿠팡의 행보를 겨눈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대통령은 개인정보보호법상 매출의 3%로 돼 있는 과징금 상한을 최대 10%로 올리겠다는 송 위원장의 발언에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힘을 실었다.
개인정보위의 과징금과 별도로 과기정통부도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과징금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해킹과의 전면전을 위해 정부 보안 역량을 강화하겠다”며 “5년 내 두 차례 반복 사고를 낸 기업엔 매출의 3%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배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정보통신보호법의 취지를 바꾸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외부 해커에게 공격당한 기업을 보호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법안의 취지를 변경하겠다는 얘기로 해석될 수 있다”며 “해킹과의 전면전을 선언한다면서 기업 사후 징벌에만 집중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대통령과 정부가 여론에 기대 과잉 입법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이날 미래 전략기술 확보와 관련해 양자컴퓨터를 2028년까지 개발하고 2030년까지 양자 활용 기업을 1200개 육성할 것이라는 목표도 내놨다.
한재영/이영애/유오상/이유정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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