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개입할 수 있다'고 언급한 이후 중·일 간 갈등은 여러 분야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대만 침공과 미·일 개입이 전제되는 전면전이 벌어지면 한국은 군사·외교적 악영향을 받게 됩니다. 또 국내총생산(GDP)은 23% 감소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국(16%)이나 일본(13%)보다 큰 수치입니다. 한국은 미국, 일본, 중국의 교역 및 공급망과 깊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는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며 일본 여행·유학 자제, 일본 애니메이션 상영 제한,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 등 경제 보복 조치를 가동했습니다. 일본 외무성이 고위급 인사를 긴급 파견해 진화에 나섰지만, 실효성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중단 등 추가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지율을 바탕으로 발언 철회 의사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본 역시 경제적으로 중국 의존도가 높고 재정 여건이 악화한 상황이어서, 관광객 감소나 희토류 압박 등 갈등을 장기화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번 갈등은 일본이 중국의 '핵심 이익'인 대만 문제를 건드리면서 촉발된 것으로, 2012년 센카쿠 해역의 중·일 어선 충돌 사태보다 훨씬 심각한 국면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있으나, 양국이 인내하며 사태의 진전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철저한 대비 속에 호시탐탐 영토 및 안보 분야 일본의 도발을 기다려 왔는지 모릅니다. 중국은 이번 기회를 활용해 본때를 보여줄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다만, 중·일 사이에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해상이나 도서지방에 한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은 대만·홍콩·남중국해 영유권·인권 문제를 '핵심 이익'으로 규정하며 양보 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안정적 성장, 에너지·식량 안보, 반도체·인공지능(AI)·신에너지 등 전략산업 보호, 과학기술 자립 등도 핵심 이익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센카쿠열도는 무인도지만 일본이 실효 지배 중이고, 대만과 매우 가까운 위치 때문에 대만 유사시 일본·미국·중국이 충돌할 수 있는 잠재적 전장(戰場)으로 인식됩니다.
유사시 주일·주한 미군의 작전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 한국이 '중립'을 선언하더라도 미군기지나 후방지원 문제로 중국의 군사·비군사적 압박 대상이 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한국이 협력하면 중국의 경제·외교 보복이, 거부하면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체 균열이 불가피한 딜레마에 빠지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우리는 대만 문제의 직접 교전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1차 피해국에 가깝다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전제로 핵심 에너지·식량·전략물자 비축 확대와 대만해협 우회 항로, 공급망 다변화와 위기 대응 체계 구축 등 선제적 전략 투자와 대비책이 시급합니다.
특히, 중국과 교역 중인 우리 산업 분야와 중국에 직접 투자한 우리 기업들의 운신 폭이 좁아져 중단기적으로 혼란과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우리 기업들의 실용주의적 대응 매뉴얼을 준비해야 할 시점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경영학박사 / 한중기업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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