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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도 AI·반도체가 중추…본격적인 업사이클 진입할 것”

입력 2026-01-05 06:00   수정 2026-01-05 09:49

[리서치센터장 인터뷰]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



2025년 한국 증시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코스피는 4000선까지 돌파하며 주식 시장의 역사를 새로 썼고, 국내외 투자자들은 변화의 속도를 체감하면서도 향후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이 시장 전반을 견인하는 가운데, 고환율과 미국의 금리 정책, 외국인 수급 변화, 한국형 밸류업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한국 증시는 과거 경험하지 못한 다층적·입체적 환경 속에 놓여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만나 신년 증시 전망과 AI 거품 논쟁, 환율·금리 환경, 섹터 분석, 투자 원칙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센터장은 “AI와 반도체가 만들어내는 산업 구조 변화가 이미 기업 실적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고 있으며, 2026년 시장 역시 이러한 펀더멘털 기반의 성장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새해 한국 증시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높습니다. 지수 5000 돌파도 가능할까요.
“코스피 5000이 이제는 과장된 목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수가 3000선에 머무를 때만 해도 5000은 굉장히 멀게 느껴졌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2025년 한 해 한국 시장이 보여준 흐름을 보면, 5000이 단순히 희망 섞인 전망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계산 가능한 영역으로 들어왔습니다. 무엇보다 지수가 이렇게 빠르게 상승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특정 업종만 오른 것이 아니고, 한국 시장 전체가 갖고 있던 저평가 구조가 해소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정부도 증시 부양에 대한 의지를 일관되게 보여줬고, 반도체 중심의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면서 시장 전반에 자신감을 심어줬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결합하면서 우리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속도의 상승이 나타난 것입니다. 다만 저는 5000이 ‘의미 있게 안착하는 지수’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제조건이 하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기업들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펀더멘털 강화입니다. 정책이나 수급만으로는 일시적 상승만 가능하지만, 5000을 정당화하는 밸류에이션을 유지하려면 기업 이익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특히 2026년에는 반도체와 AI 산업이 본격적인 구조적 업사이클로 진입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2025년보다도 5000과 더 가까워지는 한 해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2026년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추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합니다. 현재 시가총액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두 기업은 이익 규모를 감안할 때 2026년에는 그 비중이 40%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증시 쏠림이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밸류에이션만 놓고 봐도, 펀더멘털을 고려하면 여전히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판단합니다. 특히, 그동안 삼성전자는 AI 산업 성장의 직접적 수혜를 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저평가가 지속됐지만, 2025년부터 AI 시장 확대 속에서 삼성전자 역시 명확한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업 가치 재평가가 진행되고 있으며, 밸류에이션 멀티플 또한 상향되는 추세입니다. 저는 이러한 변화가 구조적 업황 전환의 초기 단계라고 보고 있습니다. 2025년 하반기부터 그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본격적인 전개는 2026년이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AI 산업 성장에 따른 반도체 수요 확대, 그리고 반도체 업황의 구조적 회복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새해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뚜렷한 이익 모멘텀을 유지하며 시장을 견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흐름이 국내 증시 전체의 레벨업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환율이 1470원대까지 오르며 외국인 매도세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 흐름은 얼마나 이어질까요.
“최근 외국인 매도가 구조적인 시각의 변화 때문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11월에만 외국인이 16조 원 이상 순매도를 하긴 했는데, 이는 미국 시장의 일시적 변동과 AI 업종 조정 국면에서 발생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성격의 매도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물론,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이 매도하고, 그러면 다시 환율이 더 오르고, 이런 흐름이 반복되면서 시장에 부담을 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단기적인 현상이지, 한국 반도체나 한국 시장 전체에 대한 근본적 신뢰가 흔들렸다는 징후는 아닙니다.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개인투자자의 변화입니다. 과거에는 외국인, 기관 사이에서 개인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릅니다. 개인투자자들이 시장 조정 구간에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며 수급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개미 투자’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입니다. 따라서 외국인 매도가 새해 시장의 추세를 훼손할 요소는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미 매도 강도는 약해지고 있고, 구조적으로 외국인이 한국 시장을 회피할 이유도 없습니다.”

지금의 고환율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1500원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환율은 매크로 변수 중에서도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하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에는 분명한 구조적 배경이 있습니다. 핵심은 단순합니다. 2020년 이후 미국의 경제력과 금리가 한국보다 항상 우위에 있었다는 점입니다. 환율이라는 것은 결국 통화의 상대적 강약을 반영하는데, 미국이 더 높은 금리, 더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래서 과거의 1100~1200원이 ‘정상’이고 지금의 1400원이 ‘비정상’이라는 인식은 사실 오래된 기준에 기반한 것입니다. 지금은 구조적으로 새로운 뉴노멀 환율 레벨이 형성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최근 몇 달간 환율이 너무 빠르게 오른 것은 단기적 수급 요인이 섞였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매도, 미국 기술주 조정,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 등이 겹치며 속도가 빨라진 것인데, 이 부분은 점차 진정될 것으로 봅니다. 저는 환율이 1500원을 추세적으로 상회하는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과거보다 높은 레인지가 유지되는 구조적 변화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하에 나섰습니다. 이 인하 기조는 앞으로 얼마나 이어질까요.
“2026년에도 Fed가 금리 인하를 이어갈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대략 3~4회 정도 인하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변수는 Fed 의장 교체 가능성과 트럼프 행정부의 방향성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분명하게 금리 인하를 선호하고 있고, 정치적 일정상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금리 부담을 낮추고 싶은 유인이 매우 강합니다. Fed는 독립적 기관이지만, 정책의 무게중심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될 수는 있습니다. 금리가 인하되면 경기 둔화 우려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데, 2026년은 오히려 예외적인 환경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AI 투자와 기술 기업 중심의 생산성 향상 덕분에 경기 침체가 깊게 나타날 가능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금리 인하 환경이 2026년에는 주식 시장에 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채권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지만, 수익률 관점에서는 주식 쪽이 더 우위에 있습니다.”

AI 버블 논쟁이 시장의 가장 큰 화두입니다. 지금의 상황을 버블이라고 보나요.
“AI 산업이 버블이라는 지적은 충분히 나올 수 있습니다. 특히 투자 속도가 너무 빠르고, 닷컴버블의 기억이 남아 있는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에 더 과민하게 반응하는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버블 붕괴 위험’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산업의 성장 속도와 이익 상승 속도를 함께 보면 판단이 달라집니다. 엔비디아를 예로 들어보죠. 일각에서는 이 회사 주식이 ‘너무 많이 올랐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이익 성장 속도가 주가보다 더 빠릅니다. 그래서 주가수익비율(PER)이 최근 25~26배 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 이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평균과 비교하면 크게 높은 수준이 아닙니다. 또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PER도 대부분 20~30배 범위에 있습니다. 즉, AI 생태계를 주도하는 기업들이 단순히 ‘이야기만으로’ 평가받는 게 아니라, 실제로 이익이 실속 있게 나오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물론 투자 속도가 너무 빠른 부분, 데이터센터 설비투자(CAPEX) 증가 속도, 과잉 투자 논란 같은 것은 계속 추적해야 합니다. 그러나 클라우드 시장 매출이 이미 3000억 달러에서 연 15~20%씩 성장하고 있고, 기업들이 AI 도입을 경쟁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흐름을 보면 저는 구조적 성장이 이미 시작됐다고 봅니다.”

현재 국내외 시장에서 저평가 상태라고 판단하는 섹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첫째, 금융주, 특히 증권주입니다.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 덕분에 자금 흐름이 커지고 있고, 자사주 소각 등 법 개정이 현실화되면 금융주는 상당한 수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배당 매력도 높아지고 있어서 투자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섹터입니다. 둘째는 지주사주입니다. 핵심 자회사 가치가 이미 많이 상승했는데도, 지주사 주가에는 그게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지주사는 자사주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향후 자사주 소각 정책이 적용되면 가장 큰 수혜가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반도체 공급망(소부장) 분야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먼저 움직였지만, 그 뒤에 있는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은 아직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본격화되지 않았습니다. 2026년에 반도체 업황이 본격적으로 개선되면 후속 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 정책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코스닥 시장에도 모멘텀이 생길까요.
“코스닥도 충분히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특히 반도체 공급망 관련 중소형 기술 기업들은 코스닥에서 움직임이 먼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 코스닥이 활기를 띠면 자연스럽게 증권주 거래대금이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것도 다시 금융주 투자 매력으로 연결됩니다. 결국 2026년에는 코스닥에서도 반도체, 기술 중심의 국지적인 강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미국 매그니피센트 7(M7)에 대한 쏠림이 너무 강하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2026년에도 이런 쏠림이 계속될까요.
“M7 쏠림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AI라는 거대한 성장 축을 중심으로 글로벌 자금이 움직이고 있는데, 이 생태계를 주도하는 기업은 결국 미국 빅테크입니다. 시장이 쉬어갈 때는 당연히 M7도 조정을 받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인 주도주 지위는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국내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장의 절대 주도주 역할을 하는 것처럼, 미국에서도 M7이 2026년 시장을 견인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입니다.”

K-뷰티, K-푸드, K-바이오 등 ‘K-프리미엄’이 여러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새해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까요.
“충분히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생각보다 여러 산업에서 빠르게 두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조선, 방산 같은 분야는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으며, 소비재 영역에서도 한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산업들은 주도주는 아닙니다. 시장 전체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건 여전히 반도체와 AI입니다. 하지만 중간중간 유의미한 테마와 모멘텀이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제대로만 선별하면 의미 있는 수익 기회가 생길 수 있습니다.”

2025년 한 해 시장을 요약한다면 어떤 특징이 가장 인상적이었나요.
“단연코 코스피 4000 돌파를 꼽겠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이 정도 속도로 지수가 오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연초부터 한국 시장이 저평가 매력이 크다는 판단은 있었지만, 반도체와 정부 정책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예상보다 훨씬 강한 랠리가 나왔습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정부가 증시 부양 정책을 일관성 있게 유지했다는 점, 그리고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역량이 눈에 띄게 강화됐다는 점입니다. 옛날처럼 개인이 시장에서 휘둘리는 존재가 아니라, 지금은 시장 조정기에 적극적으로 매수하며 시장을 지탱하는 똑똑한 매수 주체로 변했습니다. 2025년은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역할이 정말 컸습니다.”

반대로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무엇일까요.
“가장 아쉬운 것은 지수는 크게 올랐는데 정작 많은 개인들이 체감하는 수익률은 높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지수의 대부분을 반도체 두 회사가 끌어올리다 보니, 실제로는 상승 종목보다 하락 종목이 많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왜 나만 못 벌었지’라는 박탈감과 포모(FOMO)가 커진 것입니다. 저는 2026년에 이러한 수익 체감의 격차가 해소되기를 바랍니다.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새해에는 중소형주에도 온기가 퍼질 여지가 분명히 있습니다.”

만약 현금 10억이 있다면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좋을까요.
“개인별 상황에 따라 정답은 달라질 수 있지만, 일반적인 기준은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주식은 50~60% 수준으로 국내와 해외를 균형 있게 배분하고, 채권은 20~30% 정도로 특히 장기채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유리해 보입니다. 여기에 대체자산 5~10%, 금 등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 디지털 자산은 감내 가능한 투자자에 한해 5% 이하로 제한적으로 편입하는 것을 권합니다. 2026년 시장은 금리 인하, 실적 회복, AI 투자 확대가 맞물리며 주식이 상대적으로 더 매력적인 환경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글 김수정 기자
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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