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다란 눈과 빨간 코를 붙이고 부산을 누비던 일명 '산타버스'가 올해부터 사라진다. 화재 위험 등 안전 문제를 제기한 민원이 접수되면서, 부산시가 이를 철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12일 부산시 버스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산타 버스 4개 노선((187번·508번·3번·109번)과 인형버스(41번)의 시설물이 모두 철거됐다.
최근 부산시는 '산타 버스 내부 장식품이 화재 위험이 높다'는 등 민원을 접수하고, 산타 버스를 운영하는 버스 회사에 철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187번 '산타버스'를 운행하던 한 버스 기사 A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운행 중단 소식을 전하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A씨는 "시에서 민원 신고로 철거 공문이 내려왔다. 내외부 장식 전부 철거한다"며 "회사에서도 힘을 쓸 수가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산타버스 타려고 기다렸을 텐데 많이 아쉽고 미안하다"며 "산타버스 등 이벤트를 하며 여러분과 함께여서 행복했고, 저 또한 추억이었다. 평생 기억하겠다"고 했다.

버스 내부 장식은 현행 규정상 제한되는 사항이다. 그런데도 그간 버스 회사와 부산시는 좋은 취지에 공감해 운행을 지원해왔다. A씨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9년 동안 사비를 들여 버스를 꾸며왔다.
소식을 접한 이들도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누리꾼들은 "위험하다면 안전하게 지원해주는 방향으로 생각해야 했다", "이런 건 대체 누가 민원 신고를 하는 거냐", "이렇게 해주는 게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데", "많은 사람의 행복을 빼앗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부산시는 좋은 취지는 이해하지만, 대중교통 본연의 역할이 승객들을 안전하게 수송하는 것인 만큼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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