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이재명 대통령의 환단고기 발언과 관련해 “이 주장에 동의하거나 이에 대한 연구나 검토를 지시한 것이 아니다”고 14일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환단고기를 언급하며 “고대 역사 연구를 하느냐”고 말한 데 대해 야권의 비판과 역사학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이 대통령은 당일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환빠(환단고기 연구자를 비하하는 말)’ 논쟁에 대해서는 재단은 특별히 관심이 없느냐”며 “고대 역사에 대한 연구를 놓고 지금 다툼이 벌어지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박 이사장은 “고대 역사 연구를 열심히 하는데, 대통령이 말씀하신 것은 재야 사학자들의 이야기 같다”며 “그분들 보다는 전문 연구자의 이론, 주장이 설득력 있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전문 연구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증거가 없는 것은 역사가 아니냐”며 “사료가 물리적 증거를 말하는 것인지, 역사적 문헌에 있는 것을 증거라고 하는지는 논쟁거리”라고 했다. 박 이사장이 “기본적으로는 문헌 사료를 중시하고 있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환단고기는 문헌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 이사장은 “모든 역사가 다 사실을 기록하지는 않는다”며 “많은 연구자가 그 기록이 사실이 아닌지에 대해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때 재야 사학자와 협력한 적이 있지만, 결과가 별로 좋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재야 사학자들)과 심하게 싸웠느냐”며 “화해가 안 되는 모양이냐”고 말했다. 이어 “결국 역사를 어떤 시각에서, 어떤 입장으로 볼 것이냐는 근본적인 입장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환웅과 단군의 기록을 뜻하는 환단고기는 고조선 이전의 ‘환국’이 세계 최초 문명이라는 식의 ‘유사 역사’다. 학계에서는 이미 위서(僞書)로 판명 났기 때문에 그 자체를 거론하지 않는다.
이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야권은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3일 자신의 유튜브에서 “‘환단고기 논쟁은 관점 차이일 뿐이니 대응하라'고 공개적으로 말한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같은 날 자신의 SNS에 “환단고기가 역사라면 반지의 제왕도 역사”라고 비판했다. 역사학계도 유사 역사인 환단고기에 대한 발언이 쟁점화하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역사 관련 다양한 문제의식을 있는 그대로 연구하고, 국가의 역사관을 수립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그 역할을 다해주면 좋겠다는 취지의 질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말한 결론 부분을 보면, 역사를 어떤 시각과 입장에서 볼 건지가 중요하고, 그 가운데 근본적인 입장차가 발생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친일 협력자가 하는 주장은 어느 문헌에 있고 어느 연구가가 주장하는지, 위안부는 본인들이 원해서 했다는 주장은 어느 문헌에 나와 있고 또 누가 주장하는 것인지,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생중계를 하다보니 지엽적 부분이 과도하게 부풀려져 해석이 된다는 문제가 있다”며 “전체 맥락을 봐달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브리핑 이후 이 대통령이 환단고기를 옹호하거나, 관련 연구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가 없다는 공지를 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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