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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곡, 세월의 때가 묻을수록 더 빛나는 것…'이문세 더 베스트' [리뷰]

입력 2025-12-15 11:02   수정 2025-12-15 11:03



"내 곁에만~ 머물러요. 떠나면 안 돼요."

'소녀'를 부르며 가수 이문세가 등장하자 1만2000여명의 관객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1985년 발매된 3집의 수록곡이었던 이 곡은 40년의 세월을 지나 2025년 현재 국내 대형 공연장 중 하나인 KSPO DOME(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울려 퍼졌다.

지난 13일 열린 콘서트에서 이문세는 오프닝 곡으로 '소녀'를 택했다. 관객들은 단숨에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 노랫말을 읊조렸다. 눈앞에 있는 가수와 음악을 매개로 뜨겁게 지나온 서로의 세월을 공유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뭉근한 감동을 안겼다.

이어진 곡은 역시나 같은 앨범에 수록됐던 '빗속에서'. 이날은 공교롭게도 공연 전후로 비가 내렸다. 이문세는 여러 명의 코러스와 가스펠 느낌으로 웅장하게 무대를 꾸며 색다른 느낌을 줬다.

이문세가 KSPO DOME 무대에 서는 건 2018년 이후 7년 만이었다. "이문세입니다"라고 힘차게 인사한 그는 "'소녀'가 첫 곡이었는데, 분위기가 마치 앙코르곡처럼 뜨거웠다"며 기뻐했다.

소속사 케이문에프엔디에 따르면 13~14일 이틀간 진행된 이번 공연에는 양일 합산 2만4000여명의 관객이 동원됐다. 관객들이 힘찬 환호로 오프닝 무대에 화답하자 이문세는 "왜 눈물이 나려고 하는지"라면서 감격한 듯 가만히 객석을 둘러봤다. 이어 "박수는 제가 여러분에게 보내드려야 한다. 오늘 이 공연을 매진으로 만들어주셨기 때문이다. 매진의 주인공인 여러분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렇게 큰 공연장에서 오랜만에 뵙네요. 무려 7년 만입니다. 수많은 일들을 넘어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가 만났습니다."

"여러분이 이문세 음악과 보낸 세월이 벌써 몇 년입니까."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멘트를 여러 차례 건넨 이문세는 "한해의 끝에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듣기 위해 공연장까지 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행복한 선택, 멋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도록, 오래 기억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공연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번 공연은 '이문세 더 베스트'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이문세의 히트곡으로만 구성했다. DJ로 활동하다가 1983년 1집 '나는 행복한 사람'을 내고 본격적으로 가수의 길을 걸은 이문세는 가요계 대표 '히트곡 부자'로 꼽힌다.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의 곡은 수많은 후배에게 리메이크됐고, 주크박스 뮤지컬로도 재탄생하는 등 오랜 세월 빛바래지 않는 강력한 음악의 힘을 증명해왔다.

관객 연령대는 대부분 중장년층이었다. 인생의 페이지마다 이문세의 음악이 갈피처럼 끼워져 있는 이들이다. 덕분에 공연장은 공감과 향수, 즐거움과 연대감으로 가득 찬 느낌이었다. '사랑이 지나가면',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등 히트곡의 향연에 관객들은 연신 같이 노래를 불렀다.

이문세는 특유의 덤덤하면서도 깊이 있는 감성으로 발라드 무대를 꾸몄다. 영상 메시지를 통해 그는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마음을 다해 노래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는데, 이어 '옛사랑'과 '휘파람'을 연달아 선보여 관객들을 감동하게 했다.

차분하게 그리움을 노래하는 '옛사랑'에서는 모두가 숨을 죽이고 그가 내뱉는 작은 호흡 하나에도 집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떠나간 연인을 향한 그리움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휘파람' 무대에서는 강렬한 밴드 연주와 함께 힘 있는 보컬이 절절함을 극대화했다. 상반된 연출이 잇달아 나와 마치 하나의 서사처럼 연결됐다.



반면 미디엄 템포 곡에서 이문세는 댄서들과 안무 합을 맞추며 유쾌하게 분위기를 이끌었다. '깊은 밤을 날아서' 무대를 할 때는 댄서들과 함께 몸을 흔드는가 하면, 바이올린 솔로에 목소리를 얹는 등 다채로운 구성을 보여줬다.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을 부를 땐 "두 손을 머리 위로"라며 호응을 유도했고, '알 수 없는 세상'에선 관객들이 일제히 기립했다. '솔로예찬'을 부를 땐 무대 위 가수와 아래 관객들이 흥겹게 몸을 흔드는 장관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문세의 모든 것, 지나온 모든 세월을 담은 공연인 만큼 초창기 곡까지 만나볼 수 있었다. '나는 행복한 사람'(1983), '파랑새'(1984) 무대를 준비해 팬들에게 선물과도 같은 시간을 선사했다. 특히 이문세는 과거를 돌아보며 유재하가 선물했던 곡 '그대와 영원히'를 언급, "처음 들었을 때 신세계를 경험한 것 같았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또 3집을 시작으로 13집까지 오랜 음악적 동반자였던 고(故) 이영훈 작곡가를 회상하기도 했다.

이문세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도 있었다. 그는 새 앨범을 준비하며 꾸준히 신곡을 내고 있다. 이문세는 "아직 이 곡들이 히트곡이 못되어서 오늘 무대에는 세울 수가 없다"고 재치 있게 말하고는 지난해 말 발매한 '마이 블루스'를 불러 박수받았다.

팬들을 위해 세심하게 신경을 쓴 부분도 많았다. 공연 중 특별 제작한 '문세라면'을 관객들에게 선물로 제공해 특별한 재미를 줬다. '그대 나를 보면' 무대에서는 재킷을 벗더니 일렉트릭 기타를 둘러매고 전완근을 뽐내며 격정 연주를 선보여 환호를 끌어냈다. 짜릿한 고음을 지를 땐 현장이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강렬하고 묵직한 한 방으로 다가온 건 공연의 마지막이었다. 이문세 음악의 주된 감정은 과거, 이별, 그리움이다. 덤덤하고 태연하게 절절한 감성을 뽑아내는 이문세 표 발라드를 맨 마지막에 배치해 긴 여운이 남도록 했다.

'광화문연가', '끝의 시작'에 이어 '그녀의 웃음소리뿐'으로 이어지는 구성이 숨 막히는 몰입감을 선사했다. '그녀의 웃음소리뿐'에서는 힘 있게 뻗어나가는 이문세의 목소리가 애절한 울부짖음처럼 느껴져 감정을 벅차오르게 했다. 참으로 강력하고 묵직한 엔딩이다.

여기에 앙코르로는 세대 불문하고 히트곡 중의 히트곡으로 꼽히는 '붉은 노을'을 택해 흥겹게 마무리했다.

이문세는 "구슬 꿰듯 곡을 모아 공연하던 이문세가 100% 히트곡만 가지고 공연하게 됐다. 감사하다. 40년 동안 모은 곡을 여러분과 즐기고 있는 거다. 히트곡은 그 곡을 사랑해주는 분들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거듭 감사함을 표했다.

명곡은 세월의 때가 묻을수록 더욱 빛난다는 것. 음악의 힘을 재차 실감할 수 있는 '이문세 더 베스트'였다. 공연은 오는 27일 대전, 내년 1월 10일 부산, 1월 24일 대구로 이어진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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