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머크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2일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만난 크리스토프 하만 한국머크 헬스케어 대표는 “환자가 적다는 이유로 글로벌 제약사의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 머크의 핵심 전략”이라며 “한국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희소질환과 난임 문제 해결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선 올 4월 전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3~4%에 불과한 MET 변이 환자를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인 텝메코가 급여 승인을 받았다. 하만 대표는 “텝메코 타깃 환자군은 예후가 좋지 않아 미충족 수요가 매우 큰 영역”이라며 “머크처럼 전체 항암제 포트폴리오가 한국 보험 급여 대상에 등재된 기업은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한국머크가 희소질환과 함께 집중하는 분야는 난임이다.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난자 동결이나 체외 수정 비용 등을 지원하는 제도인 ‘가임 지원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세 명의 자녀를 둔 하만 대표의 설득에 머크 글로벌 본사는 이 제도를 시범 시행하는 8개국에 한국을 포함했다. 도입 후 18개월이 지난 지금 한국지사의 활용률은 20여 개 세계 법인 중 3위다. 그는 “가족친화적 조직 문화는 우수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머크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머크가 최근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기업 발로헬스를 인수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는 디지털 혁신 움직임에 한국이 최적화된 국가여서다. 지난해부터 KAIST와 7개 연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최근 대전에 3억유로(약 5200억원) 규모 바이오프로세싱 생산센터 건설 계획을 발표한 것도 그 일환이다. 센터는 아·태 전역의 제약 바이오 기업 등을 대상으로 바이오의약품 공정 개발, 임상 개발, 생산을 지원한다. 지난달엔 본사 사업개발(BD) 담당자가 방한해 여러 국내 기업과 투자 가능성을 논의하기도 했다. 하만 대표는 “한국에서 임상시험을 하는 여러 치료제의 허가 및 급여 등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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