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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에세이] 조각투자 제2막을 앞두고

입력 2025-12-14 18:11   수정 2025-12-15 00:10

새로운 길은 언제나 누군가의 발자국 하나에서 시작된다. 아무도 다니지 않던 들판에도 누군가가 먼저 걷기 시작하면 희미한 오솔길이 생기고, 더 많은 이들이 따라오면 비로소 길의 형태가 갖춰진다. 국내 조각투자 시장이 걸어온 지난 시간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각투자라는 말이 지금처럼 익숙해지기 훨씬 전, 음악저작권에 나눠 투자한다는 발상을 현실로 옮기려 했다. 그때 시장은 말 그대로 황무지였다. 제도적 토대도, 이해도 충분하지 않았다. 그래서 뮤직카우의 역사는 한국 조각투자 시장의 역사와 겹칠 수밖에 없다.

처음엔 작은 실험이었다. 음악 한 곡의 저작권료를 시장 가치로 평가할 수 있을지, 그 가치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수 있을지 고민했다. K팝과 금융의 융합을 통해 세상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자 무수히 많은 데이터를 분석하며 패턴을 찾아냈고, 가치 평가 방식을 고도화했다. 그리고 2017년 마침내 음악저작권을 투자 가능한 ‘자산’으로 거래할 수 있는 뮤직카우 플랫폼을 세상에 내놨다.

대중적 친숙도가 높은 자산이었고, 투자 수익과 함께 문화적 만족까지 안겨줄 수 있는 상품이었다. 매력적인 상품이었던 만큼 많은 주목을 받았고, 다행히 길지 않은 시간 안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내며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뮤직카우는 여전히 회색지대 안에 있었다. 혁신적 상품이라는 기대를 모으는 한편 자본시장법 밖에 형성된 조각투자 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2년 금융당국이 채권적 청구권 형태로 거래되던 뮤직카우의 상품에 ‘증권성 판단’을 내리며 조각투자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뮤직카우의 사례는 이후 타 조각투자 및 신종증권 규제 설계에서도 꾸준히 레퍼런스로 호출됐다. 이 점에서 뮤직카우가 국내 조각투자 시장의 법적·제도적 인프라 구축의 뼈대를 만들어가는 데 나름의 발자취를 남기지 않았나 생각한다.

생태계를 뒤흔들 혁신 모델을 들고 세상에 나온 많은 스타트업이 성장하고 제도권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기존 산업과의 갈등 때문에 명멸했다. 그러나 뮤직카우는 전혀 다른 두 산업을 연결하고, 어떤 산업의 이익도 침해하지 않는 새로운 시장과 생태계를 구축해낸 기업이다. 좌초의 위기를 피하고 어렵게 파고를 넘어 ‘금융 샌드박스’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2025년, 뮤직카우는 드디어 정식 제도화라는 새로운 길 앞에 서게 됐다.

조각투자 제도화와 관련해 기존 사업자부터 증권사 등 금융업계 전반까지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만큼 이 시장을 일궈온 주체로서 제도화 이후의 변화에 많은 기대가 생긴다. 길은 걸은 만큼 단단해진다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 조각투자 시장이 내디뎌온 걸음에 더해 제도화 과정이 시장을 더 성숙하게 할 것을 의심치 않는다. 이제는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더 단단하고 넓어진 길을 걸어갈 차례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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