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완성차 업계는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해 운전자와 탑승자의 사용자 경험(UX)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폭스바겐은 실제로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차로 테스트를 진행하고, 기아도 자율주행 시대를 반영한 듯한 UX가 담긴 콘셉트카를 내놓는 등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15일 폭스바겐에 따르면 이 회사는 핸들과 페달이 없는 완전자율주행 연구용 차량 '젠 어반'(Gen. Urban)을 독일 볼프스부르크 도심 실제 교통 환경에서 테스트 중이라고 밝혔다.
젠 어반은 스티어링 휠과 페달이 없는 완전 자율주행을 전제로 하는 연구용 차량이다. 시험 참가자는 운전석에 앉고, 훈련된 안전 운전자가 동승해 조수석에서 차량을 모니터링한다. 필요하면 안전 운전자는 특수 개발된 조이스틱 제어 패널을 사용해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다.
주행 코스는 비교적 복잡하다. 약 10㎞ 구간으로, 20분을 달리는데 복잡한 볼프스부르크 시내를 관통한다. 폭스바겐그룹의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거점인 샌트캄프 공장 정문, 사르 거리, 브란덴부르크 광장, 브레슬라우어 거리, 그라우호르스트 거리, 하인리히-노르드호프 거리를 거쳐 다시 본사로 돌아오는 코스다. 신호등 교차로, 로터리, 공사 현장, 주거 지역, 공장, 교통 체증 구간 등 도심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환경이 포함됐다.
실험의 주된 목적은 자율주행 기술 자체가 아니다.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자율주행차를 운전자와 승객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어떤 실내UX가 필요한지를 알아보기 위한 포석이다. 즉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사람들은 어떻게 차에서 시간을 보낼까'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고 볼 수 있다.
폭스바겐은 "디자이너, 인간공학 전문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소재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팀이 젠 어반의 사용자의 행동에 대한 종합적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완성차 업계의 초미 관심사는 자율주행기술을 넘어서 자율주행 기술이 왔을 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 됐다. 현대차그룹도 이를 위해 최근 서울 강남구에 UX 스튜디오를 만들고 일반인들도 부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 데이터를 수집 중이다.
자율주행 시대를 반영한 콘셉트카도 눈길을 끈다. 단순 디자인을 넘어서 사람의 개입이 필요하지 않은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이 보편화됐을 때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공개된 기아의 콘셉트카 '비전 메타 투리스모'다. 기아의 미래 비전과 전동화 기술이 집약된 콘셉트카다. 내부를 보면 원형 핸들 등이 싹 사라졌다. 가상현실(AR)을 이용하는데, 별도 장비 착용 없이 차에 탑재된 스마트 글라스로 사운드나 가상 레이싱 등 다양한 요소를 결합해 몰입감 있는 주행 경험을 제공한다.
메르스데스-벤츠가 지난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공개한 '비전 아이코닉'도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한 콘셉트가 담겼다. 운전자의 개입이 전무한 레벨4 수준의 기술을 가정했다.
인간의 뇌를 모방한 인공지능(AI) 컴퓨팅 기술 '뉴로모픽 컴퓨팅'을 탑재해 자율주행 데이터 처리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특히 차량의 외장에 나노 기반의 태양광 페인팅 코팅을 적용해 전력을 태양광으로 생성하는 기술도 공개됐다. 또 운전대와 바퀴 사이에 기계적인 연결을 제거하고, 전자 신호로만 조향하는 시스템 '스티어 바이 와이어' 시스템도 공개됐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상용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라며 "자율주행이야말로 '언젠가는 가게 될 길'이라는 공감대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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