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칠레의 트럼프’로 불리는 강경 보수 성향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9) 공화당 후보가 칠레 대통령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불법 이민과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이 커지며 좌파 정부에 대한 반감이 확산된 결과로 풀이된다. 중남미 전반에 우파 집권 흐름인 ‘블루 타이드’가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다.14일(현지시간) 치러진 4년 임기(중임제)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카스트 후보는 58.2%의 득표율로, 41.8%에 그친 히아네트 하라(51) 공산당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지난달 16일 1차 투표에서 2위로 결선에 진출한 카스트 당선인은 보수 지지층 결집에 성공하며 중도우파 성향의 세바스티안 피녜라 전 대통령 이후 4년 만에 다시 정권을 잡았다.
하라 후보는 가브리엘 보리치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인물로 현 정부의 정책을 가장 충실히 계승할 후보로 꼽혔지만, 보리치 대통령의 낮은 국정 지지율 속에 참패했다. 카스트 당선인은 내년 3월 11일 취임한다.
변호사 출신인 카스트 당선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언행과 정치 스타일이 닮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칠레의 트럼프’로 불려왔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를 “9명의 자녀를 둔, 보수 가톨릭 가치관과 신자유주의에 이념적 뿌리를 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카스트 당선인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 불법 이민자 추방을 공약하며 이들에게 “옷만 걸친 채 떠나야 할 상황이 오기 전에 떠나라”고 경고해 왔다.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조직범죄 대응을 명분으로 군의 권한 확대도 주장해왔다. 그는 “범죄 소탕을 위해서라면 비상사태 선포도 불사하겠다”고 공언했다. 엘살바도르 정부가 도입해 주목을 받은 대형 교도소 건설과 갱단원 수감 정책을 벤치마킹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카스트 당선인의 대선 승리로 최근 중남미에서 우파 집권 흐름인 ‘블루 타이드’ 현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현재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파라과이, 볼리비아,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에는 범보수 성향 정권이 들어서 있다. 지난달 치러진 대선 결과를 둘러싸고 재검표가 진행 중인 온두라스에서도 1·2위 후보가 우파와 중도 성향으로, 좌파 정권 교체는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장기화된 경기 침체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스트 당선인 역시 이번 선거에서 경제 침체 극복을 위한 ‘시장 경제로의 회귀’를 핵심 기조로 제시했다. 공공예산 삭감,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 노동법 유연화, 국영기업 민영화 추진 등을 주요 정책 구상으로 꼽았다.
칠레에서는 베네수엘라 출신 갱단이 유입되며 강력 범죄가 증가한 데 이어, 경제 성장 속도까지 둔화하면서 좌파 성향의 보리치 정부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상태였다. 다비드 알트만 칠레가톨릭대 교수는 로이터통신에 “칠레 유권자들이 4년 만에 더 파시스트가 된 것은 아니다”며 “좌파에 등을 돌린 상태에서 안착할 만한 유일한 곳이 카스트였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