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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코스닥, 혁신벤처 전용 무대로 체질개선…'2부리그' 탈출한다

입력 2025-12-15 18:13   수정 2025-12-16 02:20

여당이 코스닥시장 분리·독립 카드를 꺼내든 것은 자본시장의 ‘만년 2부리그’로 전락한 코스닥을 활성화하려는 포석이다. 내년에 출범 30주년을 맞는 코스닥은 기술력을 갖춘 벤처기업 성장의 마중물로 자리매김한다는 취지로 문을 열었지만 개인투자자의 ‘단타 투기판’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코스닥시장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면 경쟁을 통해 시장 효율성이 높아져 혁신 촉진과 자본 회수라는 본연의 기능이 강화될 것이란 기대가 작지 않다.
◇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여당이 추진하는 ‘코스닥시장 분리’ 법안은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지주회사 산하 각 거래소는 상장, 심사 등 시장 관리를 독립적으로 수행한다. 지주회사로 편입하려는 자회사는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거래소 지주회사 아래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파생상품 시장 외에 청산 회사 등을 세울 수 있다.

개정안에는 독립된 비영리 시장 감시 법인을 신설하는 내용도 담겼다. 거래소 또는 지주회사가 상장하는 회사는 시장 감시 업무를 감시 법인에 의무적으로 위탁해야 한다. 거래소가 쥐고 있던 청산·결제 권한을 독립 기관(금융투자상품거래청산회사)에 맡길 수 있도록 한 것도 법안의 핵심이다. 시장 운영과 금융 리스크 관리 기능을 분리하겠다는 취지다.

여당이 이 같은 개혁안을 제시한 건 코스닥시장이 오랜 기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가 연초 이후 73.67%(12일 기준) 뛰는 동안 코스닥지수는 38.21% 오르는 데 그쳤다.

정부와 여당의 증시 활성화 대책도 ‘코스피지수 5000’ 시대에 초점을 맞추면서 코스닥시장은 소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유가증권시장(1963조원)과 코스닥(340조원) 시가총액은 여섯 배 차이다. 반면 미국 나스닥시장 시총은 4경1831조원(지난해 말 기준)으로, 뉴욕증권거래소(4경3151조원)와 맞먹는다. ‘경쟁 시스템’이 나스닥 성장을 가능케 했다는 게 여당의 시각이다.
◇거래소 간 경쟁 체제 돌입
증권가에서는 코스닥시장이 분리되면 시장별 정체성이 명확해지는 데다 효율성도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코스닥시장이 한국거래소 내 일개 본부 체제로 운용되다 보니 혁신·모험적 시장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개별 거래소 체제가 되면 코스닥시장이 혁신기업 성장 단계에 맞는 맞춤 지원 전략을 짤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발 앞서 자본시장을 개혁한 일본 역시 거래소 시장 분리를 통해 질적 개선을 이뤄낸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은 2022년 한국 코스닥과 코넥스에 해당하는 자스닥, 마더스를 합쳐 그로스마켓으로 재편했다. 자스닥 시절 존재하던 ‘좀비기업’들을 과감하게 퇴출하고 상장 유지 조건을 명확히 해 시장 신뢰를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 경쟁 효과는 대체거래소 도입을 통해 증명됐다. 한국거래소는 이날부터 두 달간 한시적으로 주식거래 수수료를 20~40% 인하하기로 했다. 넥스트레이드(NXT)의 가파른 성장 이후 시장 점유율이 쪼그라들고 있어서다. 넥스트레이드의 지난 10월 기준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3조3158억원으로, 한국거래소의 49.4%를 차지했다.

다만 법안 통과까지는 몇 가지 난관을 해소해야 한다. 2015년에도 금융당국이 코스닥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취지로 한국거래소 지주회사 및 산하 7개 자회사 설립 방안을 제시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국거래소 노동조합의 반발과 함께 실효성 논란이 불거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일각에선 사실상 적자 상태인 코스닥시장을 분리하면 독자 생존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도 내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코스닥시장이 분리 독립 같은 구조적 개혁이 아니면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신뢰를 잃어버린 게 사실”이라면서도 “단순히 시장 분리만 한다고 해서 경쟁력이 살아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해련/맹진규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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