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정치권 인사들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에 나섰다. 다만 의혹을 촉발한 핵심 증인이 진술을 번복한 상황에서 수사의 성패는 물증 확보 여부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첫 강제수사 … 인력 확충·투입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전담수사팀은 15일 경기 가평 통일교 천정궁 등 10곳에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지 엿새 만에 이뤄진 첫 강제수사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자택과 의원실,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의 자택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전담수사팀은 수사의 중대성을 감안해 이날 압수수색을 위해 경찰청 안보수사국으로부터 지원받은 인력 10여 명을 수사팀에 잔류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이번 수사는 정치권 인사들이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영장에는 전 전 장관이 2018년께 현금 2000만원과 1000만원 상당의 고가 시계 1점을 받은 혐의가, 임종성·김규환 전 의원은 2020년 4월 총선을 전후로 각각 약 3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을 전달한 통일교 측과 직무유기 혐의를 받는 민중기 특검팀 역시 수사 대상에 올랐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은 피의자로 입건됐다. 이들에게는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편파 수사 의혹이 제기된 특검팀의 서울 세종대로 KT광화문빌딩 웨스트 사무실도 압수수색을 받았다.
◇명품 시계 등 물증 확보 ‘관건’
의혹 당사자들이 모두 금품 수수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데다 의혹을 일으킨 윤 전 본부장까지 진술을 번복한 만큼 경찰의 물증 확보가 수사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가장 큰 변수는 윤 전 본부장의 진술 번복이다. 금품 수수 의혹을 촉발한 핵심 증인인 윤 전 본부장은 지난 12일 금품 제공을 부인하면서 기존 입장에서 한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경찰은 더 객관적 증거를 통해 혐의를 입증해야 한다. 경찰은 2018~2020년 통일교 회계·보고자료를 확보했으나 핵심 물증인 명품 시계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소시효 역시 변수로 꼽힌다. 대가성이 없어도 처벌하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이미 지났거나 임박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경찰은 전 전 장관에게 공소시효가 15년인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적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뇌물수수 사건은 경찰에 접수된 이후 송치까지 6개월 이상 걸린 비율이 올해 1~9월 기준 62.1%에 달할 정도로 입증 난도가 높다.
권력형 비리 사건 수사 경험이 많지 않은 경찰의 수사가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경찰은 현직 국회의원인 이춘석 의원에 대한 주식 차명 거래 의혹 사건 수사를 4개월째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전 전 장관의 의원회관 사무실에 대한 경찰 압수수색이 이날 언론에 보도된 지 2시간이 지나 집행되면서 ‘봐주기 수사’ 논란마저 불거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경찰이 성과를 낸 계엄 수사는 정권 교체 가능성이 커지던 시점에 이뤄진 것으로, 이른바 ‘살아 있는 권력’을 직접 겨냥한 수사는 아니었다”며 “이번 사건은 여권 인사들이 연루된 만큼 경찰은 결국 수사력으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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