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판례 리서치부터 서면 작성까지 변호사 핵심 업무 영역에 빠르게 침투하자 위기의식을 느낀 대형 로펌이 자체 폐쇄형 AI 시스템 구축 경쟁에 뛰어들었다. 국내 변호사 절반이 사용하는 법률 특화 AI ‘슈퍼로이어’의 급부상과 렉시스넥시스, 톰슨로이터 등 글로벌 리걸테크의 국내 진출 본격화도 자체 AI 시스템 개발 경쟁을 촉발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로펌은 고객 기밀을 보호하면서도 수십 년간 쌓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독자 시스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은 28년간 축적한 지식 자산을 토대로 한 폐쇄형 AI 시스템을 이달 말 가동한다. 법률 특화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검색증강생성(RAG) 기술을 적용해 판례, 법령, 자문, 송무 자료를 신속·정확하게 탐색할 수 있도록 했다. 광장도 자체 서버 기반 AI 솔루션을 개발해 베타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내년 1분기 전사 활용이 목표다. 지평은 자체 RAG 시스템을 구축해 내년 상반기 본격 운영할 계획이다.
대형 로펌의 자체 AI 플랫폼 구축 경쟁은 AI 활용 능력이 로펌의 미래 생존과 직결돼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AI 툴을 제대로 활용하면 어소시에이트(주니어) 변호사 2~3명 몫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인건비 절감은 물론 업무 효율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 강석훈 율촌 대표변호사는 “앞으로 기업법무팀도 AI를 통해 어느 정도 결과물을 가지고 자문 요청을 할 것인 만큼 로펌은 그 이상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고객 기밀정보 보호 문제도 폐쇄형 자체 플랫폼 구축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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