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길성 서울 중구청장이 서울시의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지역구 시의원이 중구 관련 시비 예산 삭감을 요청했다는 의혹을 두고 “명분 없는 정치”라며 공개 비판했다. 해당 사업 예산은 최종적으로 원안대로 통과됐지만 김 구청장은 “삭감 시도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중구에 따르면 김 구청장은 지난 15일 제297회 중구의회 정례회 폐회식에서 박영한 서울시의원(중구 제1선거구)을 거론하며 “정치적 셈법으로 주민 편익을 볼모 삼는 행위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양은미 중구의회 의원의 5분 발언에서 촉발됐다. 양 의원은 “중구를 지역구로 둔 서울시의원이 서울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내년도 시 보조금으로 편성된 중구 예산을 삭감해 달라고 부탁하고 다녔다”고 지적했다. 윤판오 중구의회 의장도 “청부 삭감으로 비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김 구청장에게 경위 설명을 요청했다는 게 중구 설명이다.
소요 예산은 서소문 자원재활용 처리장 현대화 사업 32억원과 신당역 공영주차장 주차타워 건립 사업 2억원이다. 중구는 두 사업 모두 서울시 담당 부서와 협의를 거쳐 시의회 상임위를 통과했으나 예결위 단계에서 전액 삭감됐다는 소식을 12월 9일 접했다고 밝혔다. 김 구청장은 “수소문 결과 박 의원 요청이 있었다는 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중구는 서소문 자원재활용 처리장(1999년 조성)이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시설 중 하나로 잦은 고장과 열악한 작업 환경 문제가 누적돼 왔다고 밝혔다. 내년 수도권 폐기물 직매립 금지 등을 앞두고 처리장 역할이 커지는 상황에서 시설 현대화가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중구는 전체 사업비 69억원 가운데 시비 32억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업 추진이 사실상 어렵다고 했다.
신당역 공영주차장 주차타워는 지상 6층 규모로 123대를 수용하는 기계식 주차시설로 추진 중이다. 중구는 설계와 시공사 선정 등 착공 준비가 진행되고 있으며 올해까지 79억원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시비 28억원을 포함해 추가로 43억원이 더 필요하고 서울시는 내년 본예산에 2억원을 먼저 반영한 뒤 나머지 26억원은 추경으로 편성하기로 했다는 게 중구 측 설명이다.
김 구청장은 “삭감을 막기 위해 예결위원들을 찾아가 사업의 중대성과 시급성을 설명했다”며 “서소문 처리장 현대화는 중구 환경을 지키기 위한 필수 사업이고 신당역 주차타워도 수십 년 주민 숙원”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사안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결과를 사실대로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해당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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