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글로벌 증시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상저하고’ 흐름을 보였다.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4월 2일 ‘해방의 날’까지 글로벌 증시는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못했고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4월 중순 이후 인공지능(AI) 관련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호조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증시 반등의 촉매제가 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정부는 여전히 관세, 셧다운(임시 폐쇄), 전쟁 등 다양한 불확실성을 유발하고 있지만, 위험자산 가격은 견고하게 지지되고 있다. 산업의 성장과 풍부한 유동성이 시장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제품 밀어내기 의심받는 엔비디아
지난 12월 초순 미국 주식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준으로 과거 20년 평균 대비 상당히 비싼 가격에 거래됐는데, 이익 대비(PER)로는 약 35%, 순자산 대비(PBR)로는 약 55% 고평가된 가격이다. 그렇다 보니 버블에 대한 우려가 증시의 추가적 상승을 저해하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시장은 높은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러우면서도, 자신들의 의심이 의심으로 끝나기를 바라고 있는 듯 보인다. 시장의 의심은 근거 있는 의심일까, 아니면 기우에 가까운 것일까.
먼저, AI 산업의 성장에 대한 의구심을 살펴보자. 최근 시장은 AI 산업의 핵심 부품인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제조하는 엔비디아의 매출 채권이 증가하는 부분이 불편하다. 엔비디아가 매출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제품 ‘밀어내기’를 하고 있다는 의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엔비디아의 독점력과 높은 마진이 AI 비즈니스를 하려는 다른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높이고 있고, 이로 인해 일부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불편한 사실이다.
2025년 미국 경제 성장의 주요 동인은 ‘소비’보다는 민간 부문의 ‘투자’에서 나왔다. 만약 기업들이 수익성 없는 비즈니스에 부채에 의존한 투자를 지속한다면 결국 버블은 붕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반도체 시장의 수급 여건을 고려하면 엔비디아의 매출 밀어내기 의혹은 과도한 부분이 있다. 최근 TSMC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살펴보면, AI 칩은 공급망 병목으로 인해 대기 수요가 생산량을 초과하는 절대적인 공급자 우위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서버 내용연수 연장을 통한 장부상 이익 방어 논란도 AI 버블론의 배경이 되고 있다. 서버의 감가상각 내용연수를 연장하면서 비용을 축소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인데, 이는 기술 변화를 회계적으로 반영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계속 상향 조정되는 이익 전망
최신 칩은 고성능이 요구되는 ‘학습’에 투입되지만, 구형 칩은 상대적으로 부하가 적은 ‘추론’ 및 서비스 구동용으로 재배치되고 있다. 구형 장비도 여전히 수익을 창출하는 자산이기에 수명을 늘려 잡는 것은 타당한 판단일 수 있다.
AI 버블 우려로 지난 11월 이후 기술주 중심의 변동성 장세가 시현되고 있지만, 애널리스트들의 미국 정보기술(IT) 업종 2026년 이익 전망은 꾸준히 상향 조정되는 흐름이다. 버블 우려와 달리 실적이 망가질 만한 결정적인 결함을 발견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시장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 정책 방향성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2025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하했지만, 여전히 거시경제 환경은 통화 정책 결정에 혼선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미국 경제의 전반적인 성장 경로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8%를 기록했고, 셧다운으로 인해 발표가 지연되고 있는 3분기 성장률은 3.6%으로 추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언급했듯,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업들의 투자가 증가하며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성장률 전망이 양호하다는 것은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그러나 고용과 소비 등 다른 항목을 보면 Fed의 입장은 달라진다. ADP 민간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1월 한 달간 민간 고용은 전월 대비 3만2000명 감소하며 시장 전망치 대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기업의 투자 확대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나, 전통 산업(제조업 및 건설 등) 대비 고용 창출력이 낮은 IT 기업들이 최근의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거 대비 일자리 창출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하, 속도가 문제…경로 변경은 무리
고용이 둔화되면 소비 역시 점차 악화될 수밖에 없다. GDP 산정에 활용되는 컨트롤그룹 소매판매의 경우 0.1% 감소하며 전월 대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월 콘퍼런스보드 소비자 신뢰 지수 역시 88.7로 지난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상황이다. 투자 활동은 활발하지만, 고용과 소비가 둔화되고 있는 여건을 고려하면, 미국 경제가 높은 확률로 연착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Fed는 금리 인하의 속도를 늦출 수는 있지만, 통화 정책의 경로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과적으로 최근의 시장 불안은 AI 버블과 통화 정책에 대한 의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시장의 시행착오가 나타나고 있는 구간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높은 편이다. 그러나 버블을 논하기에는 여전히 펀더멘털이 견고하다. 즉, 누적된 기술적 부담이 시장 내 잠재된 의구심과 충돌하고 있는 과정에서 버블에 대한 논란이 확대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2026년 시장은 버블의 두려움과 견고한 펀더멘털이 서로 싸우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버블에 대한 우려는 좋은 실적이 불식시킬 수 있다.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근간으로 의심이 만들어내는 변동성을 매수 기회로 활용해볼 것을 권한다.
박순현 SC제일은행 자산관리상품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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