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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닐은 대량 살상무기" 행정명령 서명…트럼프, 남미 군사작전 정당화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입력 2025-12-16 16:44   수정 2025-12-16 17:02

미국 정부가 신종 합성마약인 펜타닐을 대량 살상무기(WMD)로 지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펜타닐과 핵심 전구체를 대량살상무기로 지정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15일(현지시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서에서 “불법 펜타닐은 마약이라기보다 화학 무기에 가깝다”면서 “조직화된 적대 세력에 의해 집중적이고 대규모 테러 공격을 위한 무기로 활용될 수 있는 펜타닐의 잠재력은 미국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와 국민을 방어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량살상무기는 핵무기, 방사능무기, 치명적인 화학 및 생물학적 무기를 뜻한다. 세계 각국은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막기 위해 다양한 조약과 감시 체제를 만들었다. 핵무기 개발 여부를 감시하기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화학무기에 대응하기 위한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등이다.

대량살상무기를 몰래 개발하거나 가지고 있다는 의심이 들 경우 이는 국제 사회의 사찰과 개입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2003년 이라크전을 앞두고 이라크에 병력을 투입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대량살상무기의 존재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후 실제로 이라크 내에서 이런 무기가 발견되지 않자 미국 정부에 대한 비판이 커지기도 했다.

미국의 연간 약물 사망자 수는 10만명을 넘는다. 2021년부터 3년 동안 펜타닐 과다복용으로 인한 미국 내 사망자 수는 연 7만명 이상을 기록했다. 웬만한 전쟁이나 테러보다 훨씬 큰 인명 피해를 냈다.

하지만 피해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대량살상무기로 지정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많다. 우선 통상적인 무기와 달리 마약은 적을 살상하겠다는 의도로 배포되지 않는다. 마약을 둘러싼 산업은 일방적으로 한쪽이 다른 쪽을 공격하는 관계라고 보기엔 모호한 측면이 있다. 또 살상무기는 그 사용을 결정한 국가나 단체를 특정할 수 있지만, 마약 비즈니스는 이를 특정하기 어렵고, 특정한다 하더라도 다른 나라의 사법권을 침해하지 않고서는 대응하기 어렵다.

피해 규모도 과장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마다 20만~30만명이 죽고 있다”고 했지만 미국 질병통제센터에 다르면 지난해 펜타닐 사망자 수는 4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약 30% 줄었다.

트럼프 정부의 이번 조치가 마약과의 전쟁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베네수엘라 등 남미 지역에서 펜타닐을 핑계 삼아 군사작전을 벌이는 것을 정당화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NPR에 따르면 미군은 올해 들어 카리브해와 베네수엘라 인근 해상에서 마약 운반선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최소 22번 공격했다. 이로 인해 약 80명 이상이 사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배(마약운반선) 한 척이 격침될 때마다 우리는 2만5000명의 미국인 생명을 구하는 것”이라는 논리로 공격을 옹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마약 카르텔을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이는 법적·군사적 관점에서 매우 중대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잡았다가 풀어주는' 정책을 끝냈다”면서 “바다를 통해 들어오는 마약은 94% 줄었고, (공격이) 훨씬 쉬운 육상에서도 그들을 타격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는 서반구에 대한 미국의 권리를 강조한 먼로 독트린에 대해 '트럼프 부칙'을 적용한다면서 이 지역에서 미국의 통제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미국은 서반구 내 군사적 존재감을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국경 보안을 강화하고 카르텔을 무력화하기 위한 표적을 배치하며, 필요시 치명적인 무력 사용을 포함해 지난 수십년간 실패한 법 집행 중심 전략을 대체할 것"이라고 적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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