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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피지컬 AI, 대한민국 AI 전략의 돌파구

입력 2025-12-16 18:09   수정 2025-12-17 00:09

피지컬 인공지능(AI)은 실제 공간에서 감지하고 움직이고 조작하며 상황에 맞게 스스로 행동을 바꾸는 ‘움직이는 인공지능’이다. 디지털 세계에 머무는 지능이 아니라 센서·로봇·장비와 결합해 물리적 세계를 직접 바꾸는 지능이라는 점에서 기존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 AI와 출발점이 다르다.

LLM과 같은 소프트웨어 중심 AI는 클라우드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프라, 소수의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성능과 수익이 집중되기 쉬워 승자독식 구조를 강화한다. 이에 비해 피지컬 AI는 센서, 전자부품, 통신장비, 산업용 네트워크, 로봇, 자동화 설비, 공장 제어 시스템 등 광범위한 하드웨어 생태계가 함께 발전해야만 구현할 수 있다. 부품·장비·제조·서비스 전반에 걸쳐 투자와 일자리를 분산시키고, 공급망 전체의 기술·인력·인프라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어 국가 산업 정책 차원에서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한국은 피지컬 AI 전환에서 강점이 더 많은 국가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정밀기계, 조선·플랜트, 자동차·부품 등 다양한 제조업 저변을 이미 갖추고 있다. 이들 산업은 모두 센서, 제어, 로봇, 자동화 설비와 높은 결합도를 지닌다. 피지컬 AI의 파급력은 제조와 자동차에만 머물지 않는다. 물류 창고의 자율주행 로봇, 병원의 수술·재활·간호 지원 로봇, 고령화 사회의 돌봄 로봇, 스마트빌딩·스마트시티 인프라, 국방·재난 대응 로봇까지 물리적 세계에서 움직이는 거의 모든 시스템이 피지컬 AI의 잠재적 수요처다.

문제는 방향은 보이는데, 누가 어떻게 판을 짜느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피지컬 AI는 개별 기업이 각각 시도할 프로젝트가 아니다. 센서·통신·로봇·설비·디지털 트윈·클라우드·보안·표준화를 아우르는 플랫폼적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는 생태계 설계자이자 초기 위험을 분담하는 투자자 역할을 맡아야 한다.

한국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제조·자동차·로봇 등 핵심 산업별로 피지컬 AI 테스트베드 공장과 도시를 지정해 디지털 트윈-피지컬 AI-자율 운영을 구현해 볼 ‘실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센서·부품·로봇·통신장비 기업들을 묶는 개방형 플랫폼과 공통 표준을 마련해 특정 글로벌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는 독자 생태계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피지컬 AI 엔지니어와 디지털 트윈 모델러, 로봇·제어·데이터를 동시에 다루는 융합 인재를 양성해 공장과 도시의 언어를 동시에 이해하는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겐 ‘LLM 플랫폼을 못 만든다’는 패배주의에 머물 시간이 없다. 한국은 원래 공장과 장비, 자동차, 선박, 인프라처럼 ‘실제로 움직이는 것’들에서 강점을 보였다. 여기에 피지컬 AI라는 지능을 입히는 일은 한국이 잘할 수 있는 게임의 규칙을 새로 짜는 일이다. 지금은 기술 논쟁이 아니라 피지컬 AI를 국가 산업 전략의 전면에 세우겠다는 의지와 실행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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