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 양형위원(계명대 교수)은 우리 중대재해처벌법의 모델인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을 소개하며 “영국은 기업의 안전관리 실패를 개인 책임이 아니라 조직 책임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영국도 기업 벌금에 상한을 두지 않을 정도라며 양국 모두 예방보다는 징벌적 성격이 강한 ‘처벌 중심 입법’이라고 평가했다.
경영자 형사처벌이 오히려 기업이 재발 방지 조치보다 감형을 위한 유족과의 합의에만 집중하게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산업 현장의 참사 예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처벌만이 유일한 해법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달 초 산업역군 초청 간담회에서 산업재해 사망 사고와 관련해 “(기업을) 압박도 해 보고, 겁도 줘 보고, 수사도 해 보고, 야단도 쳐 보고 하는데 대형 사업장은 줄었지만 소형 사업장은 오히려 더 늘고 있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한 바 있다. 기업 군기 잡기와 처벌 강화는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길이다. 반짝 효과는 있겠지만 한계가 분명하다는 걸 이제는 정부도 인정해야 한다.
주요 선진국이 사망 사고 발생을 경영자가 아니라 기업의 구조적 책임으로 보고 재발을 막는 데 역점을 두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안전 기술에 대한 공동 연구를 유도하거나 안전 투자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구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사후 처벌이 아니라 예방에 중점을 둔 제도를 설계해야 함은 물론이다. 질타와 엄벌만으로는 되풀이되는 산업 현장의 비극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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