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19일 10:0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 정부와 고려아연의 현지 제련소 투자 프로젝트의 비교대상으로 자주 거론되는 건 미국 유일의 희토류 생산기업 MP머티리얼스에 대한 미 정부의 지분 투자 사례다.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에 제련소 운영법인 지분을 주당 1센트(14원)에 15.4%까지 매입할 권리(워런트)를 부여해 '헐값 매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고려아연 측은 "워런트 제공은 미국 정부가 고려아연뿐 아니라 다른 핵심광물 기업에 지분투자할 때 요청한 조건이며, 다른 핵심광물 기업들이 체결한 내용들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전쟁부)가 MP머티리얼스에 대해 갖는 워런트 행사가액은 지분 매입 계약 체결 당시 기준주가로 책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아연처럼 미국 정부에 제련소 운영법인 1주를 1센트에 매입할 권리를 부여한 것과는 큰 차이가 난다. 또한 MP머티리얼스는 미국 정부가 직접 지분을 취득한 반면, 고려아연은 합작법인(JV)을 만들고 이 JV가 고려아연의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난해한 구조를 만들었다.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 현지 금융사에서 대규모 대출을 받고 해당 차입금에 지급보증을 서면서 재무 부담이 확대된다는 것도 MP머티리얼스와 주요 차이점으로 거론된다.
美 정부, MP머티리얼스 지분 15%는 시가에 취득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미국 전쟁부는 지난 7월 MP머티리얼스에 총 4억달러를 투자하며 신규 발행되는 전환우선주(CPS)와 워런트를 취득했다. MP머티리얼스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희토류 채굴과 정제, 생산 등을 담당하는 기업이다. 네바다주에 본사를 두고 있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돼 있다. 미국 정부는 전 세계 희토류 공급망의 핵심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원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직접 MP머티리얼스 지분을 매입했다. 미국 전쟁부가 전환우선주와 워런트의 권리를 모두 행사할 경우, 지분 15%를 차지해 최대 단일주주에 오를 수 있다.미 전쟁부가 확보한 MP머티리얼스의 워런트는 발행일 45일 뒤 10년간 행사 가능하다. 행사가액은 계약 체결 당시 기준주가인 주당 30.03달러로 책정됐다. 우선주 전환가액도 30.03달러로 동일하다. 반면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영업법인에 대해 미국 전쟁부가 확보한 신주인수권은 대출 등 금융거래가 종결된 시점 이후 발행되며 14.5%에 대한 행사가액은 주당 1센트(14원)다. 고려아연 신주 발행가액인 129만133원 보다 99.99% 낮다.
MP머티리얼스와 고려아연의 투자 구조도 큰 차이를 보인다. MP머티리얼스의 경우, 전쟁부가 직접 지분을 취득해 구조가 단순하다. 반면 고려아연은 자사와 미국 정부, 현지 전략적 투자자(SI) 등이 공동 출자해 합작법인(JV)을 세우고, 이 JV가 미국 전쟁부에서 빌린 차입금을 더해 고려아연 신주 10.6%를 인수하는 구조를 택했다. 고려아연 정관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해외 합작법인 대상으로만 가능하다는 제한 규정이 있기 때문에 미 정부가 우회적으로 JV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을 인수하는 구조를 짠 것이다. JV의 최대주주는 지분 40%를 지닌 미국 전쟁부와 상무부다.
미국 측 이사회 참여 정도 차이…재무부담도 고려아연이 커
직접 투자든 간접 투자든 미국 정부가 결과적으로 10% 이상의 지분을 취득하는 건 MP머티리얼스나 고려아연이나 동일하다. 다만 MP머티리얼스는 미국 전쟁부가 우선주와 워런트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한, 보통주가 아니기 때문에 의결권 행사가 제한적이다. 또한 전쟁부는 MP머티리얼스 이사회에 직접 참여하지 않지만, 일정 기간 동안 이사회 구성원은 모두 미국 시민으로 한정하거나 외국인 주주의 지분한도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등 보호조항을 뒀다.반면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가 최대주주인 합작법인 '크루서블 JV'가 고려아연 이사 2명을 지명할 권리를 지닌다. 미국 정부 인사가 직접 이사회에 참여해 고려아연의 중요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최윤범 회장 입장에선 미국 정부에 의결권 행사와 이사회 참여를 보장해줘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려아연 측은 미국 정부와 의결권 공동 행사 약정 같은 계약은 없다고 강조했다.
거래 이후 기업에 가해지는 재무적 스트레스 강도도 상이하다. MP머티리얼스도 대규모 설비 투자를 위해 미국 전쟁부와 현지 은행 등으로부터 11억5000만달러 규모 차입을 일으켰다. 다만 미국 정부가 생산 광물에 대한 가격 보장 옵션을 확보해 안정적 현금흐름 기반을 제공했다. 전쟁부가 MP머티리얼스에 희토류 핵심광물 '산화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NdPr)' 가격이 시장에서 폭락하더라도 ㎏당 110달러를 보장해주는 옵션을 제공해주고, 그 대가로 생산량의 100%에 대해 우선 공급 요구권을 가진 것이다. 실제로 전쟁부와의 지분 거래 이후 주당 20~30달러선에 머물던 MP머티리얼스 주가는 큰 폭으로 뛰어 5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경우, 총 74억달러(약 11조원)가 투입되는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에서 차입금은 59억달러(8조70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제련소 운영법인이 미국 전쟁부와 현지 금융사들로부터 일으킨 차입금 47억달러(6조9000억원)에는 고려아연이 지급보증을 서 재무부담이 확대된다. 고려아연이 부담하는 채무보증 8조3900억원은 별도 기준 고려아연 자기자본의 116% 수준이다. 주가는 미국 제련소 건립 프로젝트 발표 직전 종가(151만8000원)보다 하락한 전날 130만6000원까지 떨어졌다. 이날 주가도 오전 9시37분 현재 1.30% 하락한 128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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