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to be here(이 자리에 오게 돼 기쁩니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
쿠팡 개인정보 유출 관련 청문회에 한국어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외국인 임원들이 증인으로 출석하고 시간 낭비식 의례적 답변을 하자 여야 의원들이 거세게 비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서 "김범석 의장이 오늘 출석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공식 입장을 밝혀라"라고 했다.
이에 로저스 대표는 "Happy to be here(이 자리에 오게 돼 기쁘다)"며 "심려와 우려를 끼쳐드려 깊이 사과한다. 쿠팡 한국의 대표로서 어떤 질문이든 성심껏 답하겠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의례적인 답변"이라며 해당 시간을 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이 의원의 요청을 승낙해 다시 7분의 시간을 부여했다.
이어진 답변에도 이 의원은 통역관의 말을 가로채며 "제가 대신 통역하겠다. '내가 사장이니까 나한테 질문하라'는 뜻이다"라고 직설적으로 요약했다. 이후 통역을 거치는 과정에서 질의응답이 지연되자 이 의원은 직접 통역을 하며 질의를 이어가기도 했다. 교차 통역에 따른 시간 지연과 의례적 답변이 반복적으로 이어지자 의원들 사이에서는 "외국인 대표를 대상으로 한 질의는 시간 낭비"라는 항의가 나왔고, 청문회 관련 온라인 게시판에도 "영어 듣기 평가냐" 등의 냉소적인 반응이 잇따랐다.
실제 이 의원이 로저스 대표의 답변을 듣고 바로 다음 질문을 하려 하자 최 위원장은 "이준석 의원밖에 이해를 못 했다"고 제지한 후 통역을 요구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과 박대준 전 대표 등 핵심 인사들은 불출석하고 미국 국적의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이사, 브랫 매티스 쿠팡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만 증인으로 출석했다.
질의에 앞서 최 위원장은 통역사에게 두 증인의 한국어 구사 능력 정도에 관해 물었다. 로저스 대표 측 통역사는 "로저스 대표는 한국어를 전혀 못 하고 '안녕하세요' 정도의 기본적인 인사만 할 수 있다. 구체적인 논의에 대해서는 한국어를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매티스 CISO의 통역사 역시 "'장모님', '처제', '아내', '안녕하세요' 정도의 한국어는 구사하지만, 의원들이 논의하는 내용은 알아듣지 못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했다. 쿠팡 측에 따르면 매티스 CISO의 부인은 한국인이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김범석 의장의 불출석에 대해 "김 의장은 모국어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음에도 한국어가 통하지 않는 외국인 증인을 앞세워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가 비겁하다"며 "한국 국민으로서 부끄럽다"고 질타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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