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외래 진료용 의료 오피스와 시니어 주택 등 미국 대체 부동산 시장이 새로운 투자 기회로 부상하고 있다고 알 라빌 케인앤더슨 CEO 겸 케인앤더슨리얼에스테이트 공동창업자(사진)가 밝혔다.
라빌 CEO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들 자산군은 거시경제 사이클에 대한 민감도가 낮고 수요가 구조적으로 뒷받침되는 분야”라며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신규 공급이 급증할 가능성은 작다”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적 불확실성은 오히려 기회를 만든다”라며 “공급이 제한되면서 기존 자산의 가치가 더욱 부각되고, 우리가 매입한 가격 수준으로는 현재 동일한 자산을 새로 대체 공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다수가 불확실성을 두려워할 때 우리는 이미 이 같은 시장 괴리(dislocation)를 대비해 왔으며, 지난 18개월 동안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향후 기회를 선점할 준비를 마쳤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세계 경제는 미국과 중국의 고강도 무역 협상, 고금리 장기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Fed는 올들어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한 뒤 내년에 한 번 더 낮출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이와 같은 완화 기조가 단기적으로 신규 개발을 활성화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라빌 CEO는 전망했다.
라빌 CEO는 “자금 조달 비용이 일부 낮아진다고 해도 단기간 내 공급이 쏟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기존 자산 입장에서는 이 같은 공급 측면에서의 제약이 곧 입주율과 임대료 상승을 뒷받침하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코로나19 이후 고금리 기조,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해 학교 밖 학생 주거시설, 시니어 주택, 의료 오피스, 산업용 부동산 등 다수 섹터에서 신규 개발이 2010년 수준까지 위축됐다”며 “건설 자금 조달 자체가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역사적 금리 수준과 현재 시장 환경을 감안하면 현재의 매수 기회는 향후 12~24개월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3~7년 뒤에는 저금리 기조로 지금 매입하거나 개발한 자산을 매도하기에 매우 좋은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빌 CEO는 투자자들에게 지나치게 기다리다 투자 기회를 놓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밸류에이션이 완전히 안정된 뒤 투자하면 이미 최고의 진입 시점은 지나간 셈”이라며 “불확실성이 해소되기를 기다리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지만, 지난 20년 가까운 우리의 투자 경험은 시장의 괴리가 가장 매력적인 진입 기회를 만들어 준다는 사실을 증명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자산군은 거시경제 흐름보다는 인구 구조 변화의 영향을 받는다”며 “경기가 좋을 때는 물론, 재량 지출이 줄어드는 경기 둔화 시기에도 수요가 유지되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2020년 약 5600만 명에서 2040년 약 8100만 명으로 45% 증가할 전망이다.
라빌 CEO는 “경기 침체 시 TV나 자동차 구매는 미룰 수 있어도 의료비 지출만큼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 초 케인앤더슨은 두 번째 기회주의적(opportunistic) 부채 펀드를 통해 당초 목표치였던 15억달러를 웃도는 약 17억달러의 자금을 모집했다.
또한 지난 10월 31일 기준으로 케인앤더슨은 에쿼티 부문에서만 170개 이상의 자산에 총 52억달러를 투자했다.
다음은 라빌 CEO와의 일문일답.
▷최근 세계 경기 둔화와 관세 불확실성 속에서 미국 및 글로벌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또 주요 기회 요인과 리스크는 무엇인지요?
"현재의 시장 환경은 오히려 우리에게 유리한 국면입니다. 시장 변동성 확대와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조정, 이에 따른 자본 환원율 상승, 그리고 장기화하고 있는 고금리 기조는 어려운 상황을 조장했으나, 우리에게는 매수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우리가 대체자산(Alternative) 섹터에 주로 투자하는 이유는 이들 자산이 거시경제와의 상관관계가 높지 않고, 시장의 괴리와 조정 국면에서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현재 시장에는 투자자들에게 부담이 되는 다양한 리스크 요인들도 존재합니다. 그중에서도 관세 위협은 가장 직접적인 불확실성 요인입니다. 단기적으로 관세는 구리, 알루미늄, 목재 등 주요 공급망 자재의 가격을 끌어올려 신규 공급을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관세 불확실성은 위기가 아닌 기회입니다. 공급이 제한될수록 기존 자산의 희소성과 가치는 더욱 부각될 뿐 아니라, 우리가 현재 보유하거나 매입한 자산은 현시점의 건설 원가로는 도저히 같은 수준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자산들이기 때문입니다.
성과는 얼마나 철저히 준비됐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불확실함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여전히 불확실성을 두려워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런 시장 괴리 현상이 도래할 것을 이미 예상하고 준비해 왔습니다. 지난 18개월간 대규모 자본을 지속해서 투입하며 포트폴리오를 선제적으로 구축해 왔고, 앞으로 전개될 기회를 적극적으로 포착할 만반의 준비를 마쳤습니다."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로 저금리 기조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하셨습니다. 이와 같은 국면이 미국 및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시는지요? 신규 주택 공급 확대와 임대료 상승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을까요?
"완화 사이클 진입 자체는 부동산 시장에 분명한 호재입니다. 하지만 이미 수년간의 고금리와 건설 비용 부담으로 인해 신규 개발은 크게 둔화했습니다. 특히 의료용 오피스와 시니어 하우징 부문에서는 신규 착공이 역사적 평균치를 크게 밑돌고 있습니다. 설령 자본 조달 비용이 일부 낮아진다 해도, 단기간 내 공급이 급증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이와 같은 공급 측면의 제약은 기존 자산의 입주율을 높이고 임대료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지금의 매수 기회는 향후 12~24개월간 지속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3~7년 뒤에는 저금리 기조로 지금 매입하거나 개발한 자산을 매도하기에 매우 좋은 기회가 찾아올 것입니다."
▷미국 및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서 어느 섹터의 전망이 좋은지요? 성과가 좋지 않으리라고 예상하는 섹터는 어느 부문인지요?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필수 수요 기반의 비탄력적(in-elastic) 섹터입니다. 케인앤더슨은 의료 오피스, 시니어 하우징, 학생 주거시설, 그리고 최근에는 경공업 시설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들 자산은 거시경제 흐름보다는 인구통계학적 요인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들 자산은 경기가 좋을 때는 물론, 재량 지출이 줄어드는 경기 둔화 시기에도 수요가 유지되는 분야입니다.
예컨대 앞으로 몇 년 동안 미국에서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급증할 전망인데, 이들은 젊은 세대보다 병원을 훨씬 더 자주 찾습니다. 경기 침체기에는 TV나 자동차 구매는 미룰 수 있어도, 의료비 지출은 피할 수 없습니다.
반면, 경기와 직접 연결된 일부 사무실과 리테일 자산은 심각한 하방 압력에 직면해 있습니다. 코로나19와 같은 충격이 발생하면 오피스 섹터가 가장 큰 타격을 받습니다."
▷미국 및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현재 밸류에이션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추가 하락 가능성도 있다고 보시는지요?
"밸류에이션은 이미 상당 부분 조정받았습니다. 추가 하락 여부는 향후 금리 인하 속도와 전반적인 경제 성장률에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밸류에이션이 완전히 안정된 뒤 투자하면 이미 최고의 진입 시점은 지나간 셈입니다."
▷지난 6월, 어려운 글로벌 자금 조달 환경 속에서도 케인앤더슨은 기회주의적(opportunistic) 부채 펀드를 통해 당초 목표를 웃도는 17억달러를 조달했습니다. 이와 같은 자금 조달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요?
"쉽지는 않았지만, 자금 조달 시장 환경이 나름 건설적이었습니다. 이는 두 가지를 의미합니다. 첫째는 투자자들이 전문 영역에서 오랜 기간 성과를 내온 케인앤더슨과 같은 회사들이 시장이 괴리될 때 이를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신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자금 시장 상황이 빠듯한 상황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크레딧 전략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이 펀드를 매력적인 위험조정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해당 펀드는 어떤 섹터에 투자할 계획인지요?
"두 번째 기회주의적 부채 펀드는 당사가 수년간 전문성을 축적해 온 의료 오피스, 시니어 하우징, 학생 주거시설, 연립주택, 개인 창고, 그리고 일부 산업용 자산을 중심으로 투자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자산 유형들의 수요는 인구통계학적 특성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우리는 지분 투자하는 분야에 대출을 함께 제공하고 있으므로 성공에 필요한 요소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대출 자산에 대해서도 지분 투자에 준하는 정밀 심사(underwriting)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케인앤더슨은 미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왜 미국에 집중하고 있는지, 그리고 다른 국가·지역 대비 미국 시장의 핵심 경쟁력은 무엇인지요?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확장성이 크고 회복 탄력성이 뛰어난 부동산 시장입니다. 미국에 집중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고령화라는 강력한 인구 구조적 변화입니다. 미국에서는 향후 20년간 매일 약 1만1000명이 65세를 맞이하고, 80세 이상 인구는 2040년까지 거의 두 배로 증가할 전망입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의료 오피스와 시니어 하우징 수요를 늘릴 전망입니다. 실제로 65세 이상 인구는 65세 미만 인구보다 병원 방문이 약 3배 많으며, 80세 이후에는 상당수가 시니어 하우징으로 거처를 옮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똑같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반면에 신규 공급은 상당히 제한돼 있습니다. 팬데믹, 금리 상승,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건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신규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학교 밖 학생 주거시설, 시니어 하우징, 의료 오피스 등 다양한 섹터의 신규 개발 규모가 2010년대 초반 수준으로 후퇴했습니다. 우리는 투자 대상을 고를 때 수요 증가세에 주목합니다. 수요 급증과 공급 위축이 맞물린 작금의 시장 상황은 케인앤더슨에 전례 없는 거대한 매수 기회로 이어집니다.
당사는 미국의 이러한 대체 부동산 섹터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며, 투자자들 역시 이들 섹터가 역사적으로 경기 변동에 강하고, 규모가 크며, 고품질의 안정적인 자산군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향후 미국 외 지역에도 투자할 계획이 있습니까?
"현재 우리는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 운용자산 규모(AUM)를 180억달러까지 늘렸습니다. 다만 아시아, 특히 한국은 매우 중요한 파트너 시장입니다. 지난해에는 아시아 부동산 비즈니스 총괄로 닉 리 매니징디렉터를 영입했습니다. 그는 영어와 한국어에 모두 능통해 아시아 지역 투자자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케인앤더슨은 미국 시장과 인구 구조적 변화 때문에 수요가 증가하는 부분에 투자를 계획하는 한국 주요 기관투자가들과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케인앤더슨은 글로벌 유수의 대체투자 운용사이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습니다. 회사를 간략히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케인앤더슨의 강점은 무엇이고, 왜 한국 투자자들이 미국 부동산 시장에 투자할 때 케인앤더슨과 함께 해야 하는지요?
"2007년 케인앤더슨리얼에스테이트를 공동 설립했을 당시, 우리의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구조적인 수요 성장과 시장의 파편화(fragmentation), 고도의 운영 전문성이 요구되면서도 거시경제 흐름과는 무관한(non-correlated) 대체 부동산 섹터에 집중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경기 변동이나 GDP 성장률에 의존하지 않고도 독자적인 임대 수익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통해 케인앤더슨은 현재 의료 오피스, 학생 및 시니어 주거시설, 경공업 시설, 그리고 보급형 주택 분야의 강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여전히 투자가 충분치 않은 이들 틈새시장에서 당사는 딜 소싱부터 자금 조달, 운영, 그리고 회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투자 철학은 간결합니다. 탁월한 소싱 역량을 활용해 자산을 시장가 대비 저렴하게 매입하고 전문적인 운영 노하우를 접목해 자산 가치를 제고한 후 이를 통합한 뒤 기관 투자자급(institutional quality)의 확장성 있는 포트폴리오를 원하는 매수자에게 매각해 수익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설립 초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만 해도 시장의 관심은 연립주택과 오피스, 리테일 등 전통 자산에 쏠려 있었습니다. 대체자산 섹터가 순영업이익(NOI) 증가율 측면에서 전통 자산을 지속해서 상회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평가는 박했습니다. 이에 우리는 출자자(LP)들을 대상으로 대체자산의 매력적인 수급 펀더멘털과 초과 수익 가능성을 설득하고 교육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로부터 약 20년이 지난 현재, 우리의 전략은 적중했습니다. 전 세계 투자자들은 이제 의료 오피스와 주택 부문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으며, 케인앤더슨을 해당 분야의 선도적인 운용사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높은 위험조정 수익률과 경기 하강기에도 견고한 회복 탄력성(resilience), 그리고 낮은 변동성을 입증함으로써 글로벌 투자자들을 끌어들였고, 그 위상은 전 세계적으로 더욱 공고해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가장 큰 무기는 규율(discipline)입니다. 우리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인구 구조적 변화에 기반하여 수요가 비탄력적인(inelastic) 섹터에 과감히 투자합니다. 현재 이들 분야로의 자본 이동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불과합니다. 향후 5-10년 이내에 우리가 주력하는 대체자산들은 시장의 주류인 전통적인 핵심 부동산으로 재평가받게 될 것이며, 케인앤더슨은 이 거대한 흐름 앞서서 주도하고 있습니다."
▷한국 투자자들에게 특별히 조언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조언보다는 우리 앞에 펼쳐진 기회의 장 그 자체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투자자로서 모든 불확실성이 해소된 상황을 기다리려는 본능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20년 동안의 역사를 통해 시장의 괴리가 발생한 시점이야말로 가장 매력적인 진입 타이밍임을 증명해 왔습니다.
특히 한국 투자자들에게 미국 대체 부동산 시장은 장기적인 인구 구조 변화 추세의 뒷받침을 받아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규모의 경제의 이점을 동시에 제공합니다. 투자자들은 이 시장에서 강력한 하방 경직성을 확보하면서도 높은 위험조정 수익률을 올릴 수 있습니다.
시장의 인식은 이미 전환됐습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장기적인 수요를 기반으로 한 이들 자산의 수익률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기회는 바로 지금입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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