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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칼럼]프로젝트 리츠, 기업 유휴부지를 깨우는 제도적 전환점(feat. 반포 고속버스터미널)

입력 2025-12-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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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
유휴부지, 장부가 자산에서 밸류에이션 상승 옵션으로

기업이 보유한 유휴부지는 오랫동안 장부에만 존재하는 자산으로 취급돼 왔다. 그러나 PF 시장의 불안정성과 차입 여건 악화가 장기화되면서, 신규 개발을 통한 외형 확장은 현실적으로 제약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보유 토지를 단순한 자산 항목이 아니라,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전략 자원으로 재인식하기 시작했다. 복합개발을 통한 임대수익 확보, 도심 고밀 개발 수요 확대, 도시재생 관련 규제 완화가 맞물리며 유휴부지는 기업가치 재평가의 출발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개발 가능성이 가격이 되는 순간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복합개발 사례는 이러한 변화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서울시가 민간이 제출한 개발안에 대해 사전 협상에 착수하자, 해당 부지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즉각 바뀌었다. 자산의 2대 주주인 천일고속의 주가는 연중 저점 대비 1369.5%(52주 최고가 기준) 급등했다.

영업 실적의 개선이 아니라, 보유 지분에 내재된 개발 가능성이 주가를 움직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실제 착공 여부보다도, 토지가 개발 구조 안으로 편입될 수 있다는 신호 자체가 기업가치에 선반영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흐름은 특정 사례에 국한되지 않는다. 롯데칠성 서초 부지는 약 4.3만㎡ 규모로, 토지가치만 최대 4조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고밀 복합업무시설 개발이 검토되는 가운데, 프로젝트 리츠에 현물출자하는 구조가 논의되면서 사업의 실행 가능성이 구체화되고 있다.

하림산업이 추진 중인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역시 약 8.3만㎡ 부지에 총사업비 6조 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로, 물류, 주거, 업무, R&D 기능을 결합한 장기 운영형 개발을 지향하고 있다. 공통점은 토지가 더 이상 ‘보유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구조로 운영할 것인가’의 문제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프로젝트 리츠, 개발 금융의 구조를 바꾸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프로젝트 리츠 제도가 있다. 기존 리츠가 준공 이후 안정화된 자산을 편입하는 데 그쳤다면, 프로젝트 리츠는 토지 확보 단계부터 개발과 준공까지 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금융 구조 역시 다르다. 기존 PFV는 자기자본비율이 평균 5% 수준에 불과해, 금리 상승이나 유동성 경색 시 사업 지속성이 취약했다. 반면 프로젝트 리츠는 자기자본비율이 20% 이상으로 설정돼, 외부 충격에 대한 완충 능력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는 개발 사업의 중단 리스크를 낮추고, 장기 운영을 전제로 한 구조를 가능하게 한다.


숫자로 확인되는 유휴부지의 잠재력
프로젝트 리츠는 기업 유휴 토지 활용의 경제성을 근본적으로 개선한다. 정부가 리츠 현물출자 시 발생하는 양도소득세를 지분 매각 시점까지 이연하면서, 토지를 개발 구조 안으로 편입할 유인이 크게 확대됐다.

2024년 12월 기준 상장사(리츠 제외, 별도 기준)를 보면, 삼성은 총자산 895.8조 원 중 토지가 15.4조 원(1.7%)에 불과한 반면, 롯데는 82.0조 원 중 20.9조 원(25.4%)을 토지로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16.9%), 현대백화점(14.7%), CJ(8.2%) 등 유통 그룹 역시 자산 대비 토지 비중이 높다. 이는 곧 대기업 자산의 상당 부분이 아직 수익화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


속도의 금융에서 지속의 금융으로
프로젝트 리츠의 시행은 한국 개발금융의 두 번째 패러다임 전환이다. 과거 부동산 개발이 ‘지어서 빠르게 팔고 회수하는’ 속도의 금융이었다면, 이제는 ‘보유하고 운영하며 수익을 축적하는’ 지속의 금융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업 유휴부지는 더 이상 장부에 머무는 자산이 아니다. 개발 가시성이 확보되는 순간, 시장은 이를 미래 현금흐름으로 평가한다. 프로젝트 리츠는 그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이며, 기업 유휴부지를 깨우는 결정적 분기점으로 작동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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