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525.48
(67.96
1.52%)
코스닥
955.97
(1.53
0.16%)
버튼
가상화폐 시세 관련기사 보기
정보제공 : 빗썸 닫기

[다산칼럼] K산업 미래, 원전생태계 복원에 달렸다

입력 2025-12-18 17:37   수정 2025-12-19 00:06

대한민국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나치게 비싸다. ㎾h당 180원대인 산업용 전기요금은 이미 가정용 요금(160원대)을 넘어섰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가정용의 절반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는 정반대 길을 걷고 있다. 산업 기반을 지키고 양질의 전기를 대규모로 사용해야 하는 인공지능(AI)·반도체 경쟁에서 살아남는 해법은 명확하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미국 중국과 비슷한 ㎾h당 100원대로 낮추는 것이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원자력발전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보다 비싼 전기를 쓰면서 산업 경쟁에서 이길 가능성은 없다.

현재 에너지 정책 담론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의 치명적인 약점인 간헐성을 직시하지 않으면 논의는 공허해진다. 태양광의 연평균 이용률은 15%, 해상풍력도 높아야 30%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 계획대로 재생에너지 설비가 100GW까지 확대된다고 해도 며칠간 기상 악화가 지속되면 실제 전력 공급은 장기간 거의 0에 가까워진다. 결국 재생에너지 100GW를 도입하려면 이들이 멈췄을 때 전력을 대신 공급할 100GW의 백업 설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심각한 비효율이 발생한다. 명목상 ‘주전’인 재생에너지는 이용률 한계로 연평균 20GW 정도만 공급하는 반면 재생에너지가 쉬는 동안 투입되는 ‘벤치멤버’인 백업 전원은 평균 80GW를 담당한다. 스포츠 경기로 비유하면 고액 연봉 주전 선수가 20점을 득점하고 저액 연봉 벤치 멤버가 80점을 득점하는 셈이다. 이처럼 실질적인 주력 전원이 백업 취급을 받고, 보조 전원이 주력 행세를 하는 이중 투자 구조가 전기요금 상승의 핵심 원인이다. 이런 구조가 지속된다면 전기요금은 더 오를 수밖에 없고 산업계의 부담은 임계점을 넘게 된다.

유럽을 예로 들어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장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수력을 제외하면 유럽의 태양광·풍력 비중은 20%대 초반에 그친다. 더 중요한 차이는 전력망 구조다. 유럽은 대륙 단위 전력망으로 연결돼 있어 국가 간 전력 융통이 가능하고 대규모 수력이 있다. 특정 국가의 간헐성은 이웃 국가의 수력, 원자력, 화력이 보완한다. 반면 대한민국은 전력망이 고립된 ‘에너지 섬’이다. 대규모 수력 자원도 없고, 며칠 치 전력을 저장할 초대형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구축하는 것 역시 경제성이 전혀 없다.

2024년 기준 한국전력의 전력 구입 단가는 원자력이 ㎾h당 66원인 데 비해 재생에너지는 208원에 달한다. 산업계가 감내할 수 있는 ‘100원대 전기요금’을 실현하려면 전력 믹스는 명확하다. 가장 저렴한 원자력이 50~60%, 재생에너지가 20~30%, 나머지를 최신 석탄·가스·수소 발전이 담당하는 구조여야 한다. 이는 이념이 아니라 단가와 물리 법칙이 요구하는 결과다.

이를 위해서는 20GW 정도의 신규 원전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전기화와 데이터센터 확대로 2050년 전력 수요가 지금의 두 배로 늘어난다면, 신규 원전은 60GW 수준까지 요구될 수 있다. 부지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원전 유치를 희망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고 있고 기술적 대안도 존재한다. 소형모듈원전(SMR)은 부지 선택의 자유도가 훨씬 높고, 육상뿐 아니라 해상도 활용 가능하다. 잠수함, 항공모함도 돌아다니는 세상에 항구에 정박하는 부유식 원전이 불가능할 이유는 없다. 조선·해양 강국인 대한민국에 이는 충분히 현실적인 선택지다.

정부는 이제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막연한 ‘태양광·풍력 3배’ 구호가 아니라 ‘원자력 발전 용량 3배’를 국가 목표로 삼아야 한다.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기업은 떠나고, 떠난 산업은 돌아오지 않는다. 원전 생태계 복원을 넘어 원전의 양적 확대만이 산업을 고비용 구조에서 구해낼 수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 100원은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다. 제조 기반이 붕괴하느냐 아니면 AI와 반도체라는 미래의 파도에 올라타느냐를 가르는 생존 문제다. 벤치 멤버가 주전 노릇을 하는 비정상을 바로잡고, 확실하고 저렴한 원자력을 다시 산업의 주력 전원으로 세워야 할 때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