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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수출 7000억弗 신기록…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

입력 2025-12-22 10:01   수정 2025-12-24 14:45


우리나라 수출이 올해 사상 처음으로 7000억 달러 고지에 오를 전망입니다. 1956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69년 만에 이뤄낸 성과입니다. 확정치는 내년 초에 나오지만, 지난달까지의 누적 실적이 이런 기대를 갖게 합니다. 올 1~11월 수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9% 늘어난 6402억 달러로 집계되며 3년 만에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올해는 침체된 민간 소비(내수)의 회복세가 유난히 더뎠습니다. 그러다 보니 연간 경제성장률이 1.0% 언저리에서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죠. 만약 수출이 역대급으로 좋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아찔할 정도입니다.

사상 최대 수출은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반도체 시장이 대호황을 보인 덕분입니다. 하지만 반도체를 빼고 나면 수출 실적은 크게 쪼그라듭니다. 올 들어 11월까지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은 48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습니다. 철강·석유화학·2차전지 등 산업의 수출이 부진한 결과입니다. 사상 최대 수출 이면에 드리워진 그늘이란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였습니다. 수출을 통해 나라 경제를 살찌웠고 고도성장이 가능했죠. 지금은 그런 단계를 지났다고 하지만, 무역 활동의 중요성은 여전합니다. 과거 우리나라의 수출주도 성장 전략은 어떠했고, 지금은 내수와 수출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있으며, 수출 분야의 개선 과제는 무엇인지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기술 축적 가능케 한 수출주도 성장 전략
이젠 내수와 균형 맞추는 과제 중요하죠

‘수출주도 성장(export-led growth)’이라고 들어보셨죠? 이는 1960년대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전략이었습니다. 이 역사부터 간단히 살펴보는 것으로 공부를 시작해보겠습니다.

국제경제기구도 인정한 전략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연평균 8~10%의 고도성장을 했습니다. 여기엔 수출이 가장 큰 ‘효자’였습니다.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수출 비중은 1950년대엔 1%도 되지 않았어요. 이게 1970년대 약 10%, 1980년대 30%대, 그리고 2000년 이후엔 40% 이상으로 높아졌습니다. 수출이 저개발국 한국을 신흥 고속성장 국가로 바꿔놓은 거죠. 여기서 빠뜨려선 안 될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수출을 통해 기술과 경영 노하우 축적, 외환(달러화) 확보, 고급 인적자본 육성도 가능했습니다.

경제발전 이론 가운데 ‘내생적 성장 이론(Endogenous Growth Theory)’에 대해 생글생글에서 여러 번 소개했습니다. 전통적 경제발전 이론인 신고전학파의 솔로 모형은 기술 진보가 성장의 원동력이란 점은 밝히면서도 왜, 그리고 어떻게 기술 진보가 일어나는지 모형 안에서 설명하진 못했습니다. 1980년대 후반에 등장한 내생적 성장 이론은 경제성장의 핵심 요인인 기술 진보나 지식의 확산을 경제주체의 이윤극대화 욕구에 의해 발생하는 내생적 요인으로 간주합니다. 그래서 연구개발(R&D) 투자, 인적자본 및 지식에 대한 투자, 혁신 등이 경제성장을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우리나라는 수출을 통해 이런 요소들을 크게 키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일본에서 각종 중간재와 장비를 수입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종 생산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학습효과(learning-by-exporting)가 컸고, 기술 축적으로 이어졌습니다. 당시로선 한국의 수출 성장전략이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고(高)성장, 경제 체력 강화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도 인정했습니다.

‘경제 엔진’ 바통 넘겨받은 내수

1960년대 이래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은 경제성장률보다 항상 높았습니다. 내수(민간 소비) 증가율은 그보다는 낮았어요. 그런데 2010년대 중반부터 이런 흐름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2015년부터 5년간 우리나라의 평균 성장률은 2.8%였는데, 내수는 연평균 3.4%씩 늘어났습니다. 중국 경제의 부상으로 우리나라 수출이 위협받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어쨌든 경제를 이끌던 수출이 그 바통을 내수시장에 넘겨주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 이후엔 다시 내수 증가율이 성장률에 못 미치는 경우가 나타납니다. 요즘 우리가 겪고 있는 내수 침체와 저(低)성장이 이때부터 본격화했습니다. 올해도 마찬가지였어요. 올 초 고금리와 집값 급등 등으로 소비가 부진했고, 이게 성장률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 와중에 수출이 7000억 달러까지 확대된 게 정말 다행이었죠. 현재 GDP 대비 비중은 2023년 기준으로 내수가 49%, 수출이 44% 수준입니다.

‘고개방-저성장’의 위험성

물론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제는 글로벌 경제 상황, 환율, 금융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해외발 경제위기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항상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수출주도 성장이 성공을 거둔 이후 서비스 산업과 내수시장, 혁신 생태계 등으로 경제발전의 동력을 바꿔주는 게 이상적인데, 그런 전환이 더디면 문제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고(高)개방-저(低)성장’의 위험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내 연구에서 많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수출주도에서 내수시장과 혁신이 주도하는 경제로 구조 전환에 성공한 나라가 일본, 싱가포르, 대만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게 현실적 어려움을 보여줍니다.
NIE 포인트
1. 내생적 성장 이론에 대해 공부해보자.

2. 일본, 싱가포르 등은 수출주도에서 어떻게 경제를 변모시켰는지 알아보자.

3. 우리나라 내수 부진은 고질적 문제다. 이유를 알아보자.
반도체, 미·중에 치우친 수출 구조 '위험'
대외충격 견뎌내는 시장 다변화 추진해야

7000억 달러 돌파가 유력한 올해 수출 실적은 ‘사상 최대’라는 의미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슈퍼사이클(반도체 가격 장기 상승 추세)이 만든 기록이란 점에서 아쉽습니다. 우리의 산업 경쟁력이 이런 기록을 만들었다기보다 예상치 못한 시장 환경의 변화가 가져온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론 수출 품목과 시장이 너무 한쪽으로 쏠려 있는 문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반도체 등 쏠림 문제 심각

반도체 수출은 올 들어 11월까지 총 1526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전체 수출 가운데 비중은 11월 한 달 동안 28%까지 치솟았습니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15개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 3분의 2가량의 수출이 작년보다 줄었습니다. 대부분 산업의 수출 실적이 마이너스 인데, 반도체와 조선·자동차 등 일부 산업의 호황이 전체 통계치를 끌어올리는 착시 효과를 만든 겁니다. 한국개발연구원 등은 반도체 외에 대부분의 제조업 수출 증가율이 세계 평균이나 미국·중국·일본 등 경쟁국보다 낮고, 우리나라 수출의 세계 순위도 6위에서 7위로 떨어지고 있어 수출 경쟁력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국면이라고 진단합니다. 또한 미국(19%), 중국(19%), 베트남(9%), 홍콩(5%), 일본(4%) 등에 편중된 수출지역도 큰 문제입니다.

만약 이런 상황이나 환경이 다시 급하게 바뀌어 우리 수출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면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당장 내년도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야를 넓히면 수출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대외 의존 경제문제로 이어집니다. 대외의존도는 국민소득에서 수출과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수출액과 수입액을 합한 것을 국민총소득(GNI)으로 나눈 값에 100을 곱해 계산합니다. 대외의존도는 2023년 기준 88.9%에 달합니다. 글로벌 경기와 환율, 각종 정치 리스크에 우리나라 경제가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데요, 그 이유가 바로 과도한 대외의존도 때문입니다. “대외 충격 과민 경제” “미국이 기침하면 감기 걸리는 한국”이란 비유도 그래서 나옵니다.

국내시장 기여도 논란

우리나라 수출이 경제에 기여하는 정도는 수치로 명확히 나옵니다. 그러나 일각에선 수출이 호황을 보이더라도 내수시장 활성화와 근로자 고용증대 및 임금인상, 자영업 경기 활성화까지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쏟아냅니다. 수출기업의 실적과 수익이 경제 전체에 고루 좋은 영향을 미치는 트리클다운(trickle-down)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수출 호황-내수 부진’이란 관계가 고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유는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 현지 공장을 짓고, 원재료 수입과 생산도 글로벌화하고 있는 요즘의 공급망 환경에서 수출이 곧 국내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일부 전문가는 수출을 강조하면 수출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근로자 임금 상승 억제와 비정규직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수출 패러다임 어떻게?

산업연구원, 무역협회 등 기관은 여전히 수출이 경제성장과 생산성 향상, 혁신에 대한 투자,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에서 핵심적 동력이란 점을 강조합니다. 과거와 같은 수출 주도 성장으로 돌아가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수출의 질(質), 즉 고부가가치 산업과 서비스 산업, 디지털 산업 중심으로 수출 업종과 품목을 다양화하고 무게중심도 상당히 두는 산업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합니다. 한국에서 수출은 여전히 ‘필수’이지만, ‘제조업의 수출 물량 확대=성장’이란 등식이나 패러다임은 한계에 이르렀다는 공감대가 생기고 있습니다. 고환율과 글로벌 교역 둔화, 디지털 전환의 거센 바람 속에서 우리나라 수출산업의 경쟁력과 세계 전략을 어떻게 세워야 하느냐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NIE 포인트
1. 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하는 품목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자.

2. 수출 산업의 트리클다운 효과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좀 더 공부해보자.

3. 세계 주요국의 대외의존도를 살펴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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