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제어 소프트웨어 '이지클러스터'를 개발한 정기로 AP시스템 회장이 '김중조상'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김중조상은 우리나라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에서 학술발전과 산·학·연 협력 활성화에 기여한 인물을 기리기 위해 신설된 상이다. 정 회장은 지난달 열린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KSDT) 학술발표대회 'KISM 2025 부산'에서 제5회 김중조상을 받았다.
이번 수상은 정 회장이 주도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의 국산화와 기술 혁신, 그리고 산업 생태계 구축의 업적을 인정한 것이다. 1994년 정기로 회장에 의해 창립된 AP시스템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장비 분야에서 국산화를 주도해온 기업이다.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를 졸업한 정 회장은 한국전자통신 연구소 (ETRI) 연구위원 시절부터 반도체 장비 제어 분야를 연구해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1997년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장비 제어 소프트웨어인 '이지클러스터'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이지클러스터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 운영의 핵심 운영체제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PC의 OS에 해당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첫 고객사인 주성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원익IPS, 유진테크, 세메스 등 국내 대부분의 장비 제조사가 이 프로그램을 채택하면서 반도체 산업의 기술 자주권 확보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소프트웨어에서 시작한 사업은 곧 하드웨어로 확장되었다. AP시스템은 OLED 디스플레이 패널의 해상도를 높이는 핵심 공정인 저온실리콘(LTPS, LTPO) 결정화에 사용되는 레이저 어닐링 장비 (ELA)를 개발·판매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등 글로벌 고객사에 납품되고 있는 AP시스템의 ELA는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 9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OLED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의 초석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밖에도 AP시스템은 급속 열처리(RTP) 장비 등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AP시스템은 올해 10월 600억 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단행해 OLED 장비 생산능력을 2배로 확대했다. 지난 9월에는 중국 비전옥스(Visionox)와 OLED 장비 공급 단독계약을 체결했다.
정 회장이 구축한 APS 그룹은 현재 소부장 분야의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코스닥 상장사인 APS를 지주사로 AP시스템, 디이엔티, 넥스틴, 코닉오토메이션 등 4개의 주요 상장사를 거느리고 있다. 각 사가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산업의 핵심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구조다.
정 회장은 "소프트웨어로 시작했을 때 가능한 일들의 한계를 느끼고 하드웨어로 확장했다"며 "ELA 세계 1위까지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이 과정 속에서 우리 산업의 많은 파트너들이 함께했고 그들의 신뢰가 오늘의 성과를 만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기술적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 투자와 성장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대한민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산업의 세계화를 이끄는 데 더 많이 기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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