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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악마의 책'이 그린 것은 지옥일까

입력 2025-12-19 17:09   수정 2025-12-19 23:44


1513년 7월부터 12월 사이에 니콜로 마키아벨리(1469~1527)는 <군주론>을 썼다.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킨 처음과 마지막 부분은 나중에 추가됐다. 책의 서장인 로렌초 데메디치에게 바치는 헌정사와 마지막 장인 ‘이탈리아를 지키고 야만인으로부터 그곳을 해방하기를 촉구함’은 한참 후인 1515년 9월에서 1516년 9월 사이에 집필된 것으로 추정된다.

책이 정식으로 세상에 나온 것은 저자가 사망하고 5년이 지난 1532년이었다. 그것도 훗날 군주론과 악연을 맺은 로마 교황청 직속 인쇄소에서 간행됐다. 출간 직후부터 책은 여러 방면에서 수난을 겪었다. 1559년 ‘반기독교적이고 악마적’이라는 이유로 교황청 금서 목록에 등재됐다. 잉글랜드 추기경인 레지널드 폴은 이 작품을 두고 “사탄의 손으로 쓰였다”고 선언했다. 마키아벨리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그가 쓴 적 없는, 폭정의 뿌리가 된 ‘악의 교리’를 창시한 악마가 됐다.

‘악명’을 얻은 데는 군주론만의 독특한 직설적이고 파격적인 서술이 큰 역할을 했다. 마키아벨리는 고대 작가들이 은밀히 언급하거나 온갖 혐오감을 곁들여 가르친 ‘부패한 교리’를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정면으로 다뤘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1~11장은 세습 군주국, 혼합 군주국, 신(新)군주국 등 여러 유형의 군주국을 다루며 지배의 종류를 구분한다. 12~14장에서는 용병을 비판하고 자국군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15~23장에서는 군주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조언한다. 이 부분에서 군주에게 자비보다 잔혹함을, 사랑보다 두려움을, 신의보다 배신을 권고하며 ‘반(反)도덕’이라는 악명을 초래한 주제를 제시한다. 24~26장은 이탈리아가 왜 참담한 상황에 빠졌는지 설명하고 이탈리아 해방과 통일을 염원한다. 특히 마지막 26장은 메디치 가문에 바치는 일종의 정치적 헌사다. ‘프랑스와 스페인, 독일 황제, 세속 권력을 탐하는 로마 교황을 모두 물리치고 이탈리아를 이들로부터 해방시킬 것’을 웅변조로 호소한다.

독자는 일차적으로 군주다. 그것도 매우 바쁜 것으로 가정된 현실 속의 실제 군주다. 그를 위해 마키아벨리는 매우 적은 분량의 지침서를 썼다. 모든 장식을 제거해 압축적으로 핵심 내용만 전달했다. 마키아벨리는 ‘어떻게 하면 인민을 잘 다스려 그들을 지배하는 권력을 유지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도덕이라는 금기를 무너뜨리는 도발적 방식으로 제기했다. 사고의 대담함과 비전의 장엄함, 말투의 우아함과 미묘함에서 마키아벨리는 범접하기 어려웠다.

구체적으로 마키아벨리는 흔히 악덕으로 간주해온 행위들이 현실 정치의 장(場)에서는 오히려 ‘미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즉 ‘모든 사람은 사악하다’는 가정에 따라 군주가 행동할 것을 권고한다. 당위와 현실은 엄연히 다르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도덕과 윤리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의 책은 ‘악의 교사’부터 ‘자유의 이론가’ ‘공화정의 수호자’까지 다양하게 읽혀왔다. ‘명성에 상응하는 찬사를 받지 못한 사람’이라는 그의 묘비에 새겨진 문구처럼 그는 계속해서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김동욱 한경매거진&북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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