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9일 연 2.02%까지 상승하며 1999년 이후 2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확장 재정을 표방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 아래 재정 악화 우려가 커진 데다 이날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75%로 올리자 국채 금리 상승세(국채 가격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일본 금리 상승으로 시장에선 저금리로 엔화를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7월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깜짝 인상했을 땐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더해져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대거 청산되고 글로벌 금융시장도 패닉에 빠졌다. 그해 8월 5일 일본 닛케이지수는 12.4% 폭락하며 사상 최대 낙폭을 경신했고, 코스피지수도 8.77% 급락했다.
그러나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3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린 이날은 닛케이지수가 전일 대비 1.03% 올랐다. 코스피지수도 0.65% 상승했다.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시장에 반영된 데다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6엔 안팎에서 움직이며 엔화 약세가 지속된 것도 일본 증시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직전에 엔 쇼트(엔저에 베팅) 물량이 거의 사상 최대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엔 롱(엔고에 베팅) 상황”이라며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는 기우라고 짚었다.
우선 일본 물가를 감안한 실질금리가 여전히 마이너스라는 점이 이유로 분석된다. 구조적 요인도 있다. 일본 무역수지는 작년까지 4년 연속 적자가 이어졌으며 올해도 10월까지 1조5000억엔 적자다. 수입 대금 대부분을 달러로 지급해야 하는 점이 엔저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를 통한 개인투자자의 해외 투자도 엔화 매도 압력을 높이고 있다. 다카이치 정권의 재정 확장이 엔화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재정 지출로 경제가 성장한다고 해도 1~2년 시차가 있으며 그동안 엔저 압력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엔저를 막기 위해 일본은행이 내년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이 다시 불거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지난해 한국은행은 전체 엔 캐리 트레이드 잔액이 506조6000억엔, 향후 청산 가능성이 큰 자금은 32조7000억엔으로 분석했다.
우에다 총재는 경기를 달구지도 식히지도 않는 ‘중립 금리’에 대해선 “추정치는 상당한 편차가 있다”며 “사전에 특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기준금리 수준은 “추정된 중립 금리 하한선까지 아직 다소 거리가 있다”며 금리 인상에 나설 여지가 있음을 재차 시사했다. 엔저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여러 정책위원이 최근 엔화 약세가 물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지적했다”고 했다. 국채 금리 급등과 관련해선 “단기적인 움직임에 구체적인 코멘트는 피하고 싶다”면서도 “기동적으로, 경우에 따라 오퍼레이션(공개시장 조작)을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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